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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코리아 워커
“한국 와서 인생공부 제대로 했죠”
㈜마이뮤직테이스트 디렉터 에번(Evan Caleb Lai)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젊은이는 스타트업 붐이 일고 있는 한국에서 일하고 싶었다. 운 좋게 인턴생활을 거쳐 취업도 하고 직접 스타트업 준비도 했지만, 창업은 그리 쉽지 않았다. 좋아하는 고기도 못 먹고 분식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인생 쓴맛도 경험했다. 에번! 그는 지금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 스타트업의 디렉터로서 그 어느 때보다 보람찬 직장생활을 즐기고 있다.

삼각김밥과 라면으로 인생을 배우다
한류문화를 이끄는 첨병으로 나선 글로벌 공연기획 전문업체 ㈜마이뮤직테이스트의 디렉터 에번(31세)은 가끔씩 1년 반 전의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2014년 하반기에 지인과 스타트업을 준비했지만, 2015년 초에 결국 실패로 끝났다. 그 여파로 한동안 그는 한국에서의 생활 중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 매 끼니를 삼각김밥이나 분식으로 해결하는 일이 많았고, 고기를 좋아하지만 돈가스를 먹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낯선 타국 땅에서 궁핍한 생활을 하리라곤 예상도 못했지만, 현실은 그랬다. 더욱이 미국의 중산층 가정에서 성장한 그였기에, 배고픔을 느낄 만큼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서글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 시절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은 후회스러워서가 아니라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한 소중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라고.
“제가 고생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돌이켜보니 겸손함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면서 극복해나가는 법도 배웠죠. 정말 꼭 필요한 인생 공부를 한국에서 한 셈이죠.”
하지만 그 시간이 그리 오래 가진 않았다. 지난해 5월 마이뮤직테이스트의 이재석 대표로부터 입사 제의를 받으면서 그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마이뮤직테이스트는 전 세계 음악 팬과 아티스트, 그리고 프로모터가 함께 공연을 만들어나가는 플랫폼으로, 크라우드소싱 방식으로 해외 공연을 기획한다. 아티스트와 공연 기획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해외 팬들의 티켓 구매 수요를 연결해주는 것이 핵심 사업이다. 지난 2013년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후 지금까지 총 32개 도시에서 80회가량의 콘서트를 개최했고,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15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문화교류공헌부문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플랫폼 오퍼레이션 팀의 디렉터로서 에번이 하는 일은 해외마케팅 관련 업무로, 해외 각국의 K팝 수요데이터를 분석하고 K팝 팬들의 요구사항을 파악하는 것. 단순한 시장조사 차원을 뛰어넘어 팬들과 쌍방향 소통을 이어가면서 회사와 팬들이 해외공연을 함께 기획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스타트업 활성화된 한국서 일하고파 인턴 자청
에번은 중국계 미국인으로, 부모님이 홍콩 출신이다. 텍사스 주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에서 고등학교를 마쳤고 대학에서는 경영경제를, 대학원에서는 금융회계를 전공했다. 졸업 후 회계전문 회사에서 경력을 쌓던 그가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년 전. 학창시절 홍콩과 대만을 비롯해 동남아 여행을 자주 했기에 아시아 국가에서 일해보리라 결심했던 때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에 와본 적도 없었고, 크게 관심도 없었어요. 직장을 구하면서 한국 을 제대로 알게 됐죠. 전자와 IT분야의 발전이 두드러지고 스타트업 붐이 일고 있었고, 정부의 지원정책도 적극적이라는 것이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그래서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들과 SNS로 소통을 하게 됐는데, 이때 정말 좋은 친구를 만났습니다. 저에게는 행운이었죠.”
2014년 초 당시 그가 만난 사람은 다름 아닌 마이뮤직테이스트의 홍보담당자 유현경 씨. 그 무렵 특별한 준비도 없이 무작정 한국에 들어온 그는 같은 분야에 관심을 가진 젊은이로서 밥 한 끼 같이 하자는 제의를 먼저 했다. ‘복이 넝쿨째 굴러 들어온다’는 말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걸까? 유 씨를 만나는 자리에는 마침 마이뮤직테이스트 이재석 대표가 함께 있었던 것. 에번은 자신에게 다가온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배짱 좋게 달려들었다. 무작정 이 대표에게 자신을 직원으로 채용해달라고 졸랐다. 이를 계기로 그는 2개월간의 인턴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그가 인턴 생활을 하던 시절, 마이뮤직테이스트는 직원 수 9명으로 막 출발을 하는 시점이었다. 직원으로 눌러앉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안전한 정착이 중요했던 시기인 만큼 다른 스타트업에 취업을 해야만 했다. 그 후 한국의 스타트업 분위기를 읽게 된 그는 새로운 아이템을 갖고 지인과 함께 직접 스타트업에 도전했지만, 결과는 도중하차로 끝났다. 이로 인해 생활고까지 겪어야 했으나 행운은 다시 찾아왔다. 마이뮤직테이스트가 자리를 잡아갈 즈음 이 대표가 그를 다시 불러들인 것.
“인턴 활동기간에 열심히 배우려고 일에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던 게 높은 점수를 받은 게 아닌가 싶어요. 물론 우리 회사가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있고, 제가 외국인으로서 직장경력도 있었다는 것이 플러스 요인은 되었겠죠. 그렇지만 저는 이 대표님의 의리에 감동했어요. 저 아니더라도 외국 인력을 구하는 일이 그렇게 어렵진 않았을 테니까요.”
이 때문일까. 에번의 회사에 대한 신뢰와 애사심은 남다르다. 일에 대한 만족 또한 최상급이라고 자랑한다.
“저는 K팝 마니아는 아니었어요. 10대 시절 HOT나 젝스키스 같은 아이돌 그룹을 아는 정도였죠. 마이뮤직테이스트에서 일하며 한류음악의 놀라운 사업성과 성장 가능성을 알게 됐습니다.”
입사 후 가장 뿌듯했던 일은 지난 2월에 있었던 엑소의 북미투어였다. LA, 시카고, 뉴욕, 밴쿠버 등의 공연 진행에 직접 참여한 그는 이전의 공연과는 무대 규모 자체가 달랐던 데다 무려 4만여 장의 티켓이 판매되는 성공적인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애사심 100%, 지금은 회사 성장시키는 데 올인
에번은 본래의 데이터분석 업무 외에도 해외 한류 팬들에게 회사를 알리고자 사내 각 부서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과 회사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동영상으로 제작해 홍보하는가 하면, 한류 팬들과 수시로 영상통화를 하면서 그들이 공연기획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는 회사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개방적인 분위기여서 직원들과의 관계가 매우 편안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맘껏 제안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생활을 더욱 만족스럽게 해주는 요인이란다.
그렇다면 그의 한국 생활은 어떨까? 중국계 가정에서 성장한 만큼 젓가락문화에 익숙해서 한국문화에 대해서는 불편함이나 거부감이 없단다. 다만 2년이 지난 지금도 언어소통에 자유롭지 못한 것이 큰 애로점이다. 사내에서는 직원들이 영어에 능통해 소통에 불편함이 없지만, 병원이나 약국, 슈퍼마켓 등을 이용할 때는 아직 어려움이 있다고.
“사실 일에 몰두하다 보면 한국어 공부를 할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아요. 초창기에는 하루에 열 다섯 시간도 일했거든요. 그래도 한국말 배우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여자친구와 영화도 보고 쇼핑도 하며 한국문화 체험도 즐기거든요.”
그는 자신의 한국생활에 90점 이상을 줄 수 있다고 한다. 길지 않은 지난 2년 동안 색다른 인생 체험도 해보고, 일상생활이나 직장의 일에서도 안전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뮤직테이스트는 주로 K팝 가수를 중심으로 공연을 기획해왔지만, 앞으로는 미국, 중국, 대만 아티스트의 공연도 시도해나갈 계획이다. 또, 지금은 유명하지 않지만 잠재력이 큰 국내 인디아티스트들도 적극 발굴하여 키워나가겠다는 입장이며, 향후 중국시장 진출에 더 박차를 기할 예정이다. 이 같은 회사의 성장전략이 자신의 생각과 너무 잘 맞아떨어져서 일 자체가 신난다는 에번. 언젠가는 미국으로 돌아가겠지만, 지금은 회사가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자신의 역량을 맘껏 쏟아부으려고 한다.

 에번의 돌직구
“직책은 왜 그렇게 많은가요?”

에번 한국 회사들은 이름 대신 직책을 부르잖아요. 그것도 이해가 안 되지만, 직책은 또 왜 그렇게 많은가요? 어휴, 혼란스러워요.
정진용(사원) 대리, 과장, 차장, 부장, 팀장, 상무, 전무, 정말 다양하죠. 그 기분 이해해요. 하지만 한국의 오래된 조직문화거든요. 요즘에는 직책 대신 이름을 부르는 쪽으로 많이 바뀌는 추세이긴 하지만, 아직은….
에번 우리 회사는 이름 부르잖아요. 그런데 다른 회사 사람들과 미팅하러 가면 ‘우리 부장님입니다’라는 식으로 직책을 소개하니까 상사는 무조건 존중하고 존경해야 하는 그런 분위기거든요.
정진용 한국은 나이, 근무기간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있어요. 불합리한 면이 없지 않지만, 워낙 오랫동안 이어져 오다보니 쉽게 바뀌질 않아요.
에번 하지만 스타트업은 상사와 부하, 이런 관계에 너무 얽매이는 게 좋지 않다고 봐요.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하는데 상사 앞에서 자유롭게 의사표현 못하면 힘들잖아요. 윗사람이기 때문에, 경력이 많기 때문에 존중해주는 것보다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존중해주는 게 옳지 않나요?
정진용 인정해요. 그런데 모든 기업의 사장이나 간부들이 우리 생각과 똑같지 않으니까….
에번 회사에서 구성원들은 각자 자신의 장단점을 잘 아는 게 중요하고 서로를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필요해요. 내가 사장이나 임원이 된다면 직책없이 ‘에번’으로 불러달라고 할 거예요. 나보다 직원들이 더 잘하는 것은 인정해주고 존중해줄 겁니다.

박창수 전문기자 사진 손철희 객원사진기자​

조회수 : 3,330기사작성일 : 2016-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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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고영희
    2016-07-01
    서로 이름을 부르면서 자유롭게 발표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회사라니 부럽군요.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존경받는 회사! 회사에 에번이 신나하는 회사! 무궁한 발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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