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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도시제조
블라인드 그 이상의 BRAND
자연데코

블라인드는 차양 제품의 일종이다. 차양은 빛과 열을 차단해 실내의 밝기를 조절하며, 여름엔 열을 차단하고 겨울엔 열을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차양산업은 건축물의 변화와 함께 달라져왔는데, 특히 건물이 현대화되면서 창호는 점점 대형화됐다. 한쪽 면에만 창이 있는 게 아니라 3면, 4면에 창을 내는 건물도 많아졌다. 블라인드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다. 건축물에 고정되어 있는 다른 열차단 시설들과 달리 블라인드는 실내외 인테리어에 따라 색깔이나 시각적 디자인을 함께 고려할 수 있고, 사생활 보호뿐 아니라 에너지 관리에도 관여하는 액티브한 소재다. 국내 섬유산업이 사양산업이라 불린 지 오래됐지만 특수 원단으로 만드는 블라인드만큼은 계속해서 발전해왔다. 20년 넘게 묵묵히 기술개발에 전념하며 원천기술을 확보해온 자연데코의 권영택 대표 같은 기업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확대보기권영택 대표

원천기술 개발에 바친 20여 년

코카콜라에서 광고 기획을 담당하다 블라인드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우연한 기회에 무역업으로 창업을 하게 됐다. 기계류를 수입해서 국내 중소기업에 판매를 하고, 한국의 통조림 제품 등을 홍콩 최대 식품유통 회사인 파크앤샵에 수출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무역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는 고향 후배가 수소문해서 찾아왔다. 블라인드 원부자재를 구해줄 수 있냐는 것이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블라인드 원부자재의 95% 이상은 수입을 했다. 이를 계기로 전 세계 블라인드 산업에 관심이 생겼다.

이후 블라인드 원부자재 수입으로 업종 변경을 하게 된 건가?
그렇다. 1995년 5월 15일 서초구 법원단지 내에 자연데코를 설립했다. 당시 블라인드 산업은 규모도 작고, 도시 근로산업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원단과 부자재를 절단하는 일이 많아 소음 등의 문제로 공장을 지하에 둘 수밖에 없었다. 초기에는 블라인드 원부자재를 수입해 전국 공장에 공급하는 일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블라인드 원단이라는 게 특수한 원단이기도 하고, 유행을 타는 제품이다 보니 유행이 지나버리면 특수 원단은 악성 재고로 남는다. 이걸 다 버리자니 아깝기도 하고 환경에도 해로울 것 같아 제조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마침 1,000억 원대 매출 규모의 대형 인테리어 회사로부터 수주 의뢰가 들어왔고, 이때부터 제조를 시작하게 됐다.
당시 블라인드 원부자재 수입을 위해 유럽이나 홍콩 등에서 개최되는 차양산업 전시회에 참여해 트렌드를 살펴보곤 했는데, 독일, 미국 등 선진국이나 대만에서조차 멋진 블라인드를 만들어 전시를 하더라. 그런데 아쉽게도 한국은 블라인드 산업의 변방이었고, 참여하는 원부자재 기업들도 좋은 소재가 있으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확보하는 데 급급했다. 다음 전시회에는 멋진 블라인드 제품을 들고 전시장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제조에 대한 확신을 굳혔다.

확대보기자연데코 샘플북자연데코는 샘플북 제작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지만 해마다 수백권의 샘플북을 제작해 거래처에 제공한다.

확대보기권영택 대표

평범함을 거부하는 블라인드

자연데코의 제품들을 보면 듀오셰이드, 트리플셰이드, 버티플 등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블라인드 제품이 아닌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다. 세계적으로 블라인드는 거의 같은 모양의 반복이다. 국내에서 개발, 생산하는 제품들도 자체 기술력을 확보하기보다 특허가 만료된 제품을 모방해 생산하는 정도의 저부가가치 제품들이 많더라. 이런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껴 신개념 블라인드를 개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대부분의 블라인드는 그저 열거나 닫히는 이분법적 제품이다. 이 지점에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렇게밖에 만들 수 없을까? 그즈음부터 아래쪽은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닫히고, 위쪽은 개방감을 줄 수 있도록 열리는 3분법적 블라인드 개발에 집중했다. 하지만 소규모 중소기업으로서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구현하는 데는 자금과 시간적 제한이 컸다. 수익의 대부분과 사재까지 털어가며 10년간 개발에 몰두한 결과, 2009년에 드디어 하나의 셰이드를 상하로 구분해 상부와 하부 각기 다른 형태를 갖는 듀오시스 제품을 론칭했다.

스마트 듀오셰이드, 스마트 트리플 셰이드나 버티플은 보다 업그레이드된 제품인가?
듀오시스 제품 출시 이후에도 연구개발은 계속 됐다. 스마트 듀오셰이드가 상품화되기까지는 7년 정도 걸렸다. 스마트 듀오셰이드는 일반 블라인드의 개폐 기능은 물론 상중하로 구분되는 특수 개폐 기능을 구현한다. 특히 블라인드 개폐 시에 발생하는 옆 블라인드와의 하단바 위상차 문제와 하부의 강렬한 빛샘 현상 등을 해결한 콤비류 최초의 혁신적 제품이다. 이 부분은 모두 특허로 등록되어 있다. 스마트 듀오셰이드는 세계 최대 블라인드 전시회인 R+T Asia 2018에서 ‘올해의 혁신제품’으로 선정됐다.
버티플은 전혀 새로운 제품이다. 커튼의 장점과 버티컬의 장점을 모두 취한 혁신적인 제품이다. 특히 차폐 기능을 혁신해 기존 시스템이라면 중간 부분에 1㎝ 내외의 틈새가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해 실용적일뿐 아니라 심미적인 가치를 높였다고 업계의 칭찬이 자자하다. 버티플셰이드의 리플(ripple) 부분에는 6개의 특허가 녹아 있다. 자체 기술개발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편의성이다. 사용이 쉬워야 하고, 고장이 났을 때 쉽게 고칠 수 있어야 한다. 특별한 제품이 특별히 복잡한 제품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발한 신제품들의 구동 방식은 여느 블라인드들과 모두 동일하다.

환경친화적인 제품개발에도 힘쓰고 있다고 들었다.
기술개발에서 편의성도 중요한 지향점이지만, 환경에 이로운 기술을 개발해 후대에 물려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사실 우드 블라인드의 경우 슬레이트를 만들고 그 위에 유성페인트로 칠을 하는데, 포름알데히드를 비롯해 독성 물질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제작하는 곳이 없고, 모두 중국에서 만든다. 우드 블라인드의 소재인 슬레이트를 생산하는 중국 도시에 가보면 시야가 뿌옇다. 이에 자연데코에서는 한국의 한 화공회사와 협력하여 인체에 해가 없는 친환경 원료를 개발하여 친환경 우드 슬레이트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현재 중국 회사에 기술이전을 해 그곳에서 OEM 생산을 하고, 원천기술을 태국과 유럽 등의 회사로 수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지난 9월에는 커튼과 홈패션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일본 가즈마사의 중국 현지 법인에 친환경 원료 수출 상담이 진행되는 등, 수출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확대보기우드 블라인드자체 개발한 친환경 우드 슬레이트로 만든 우드 블라인드

확대보기회사 홍보 동영상기술개발에 집중한 만큼 앞으로는 마케팅에도 심혈을 기울이겠다며, 최근 제작한 회사 홍보 동영상을 공개했다.

명품이 된다는 것

자연데코 외에 자이트게버라는 법인이 있던데, 두 법인의 차이는 무엇인가?
차이는 없다. 사실 자이트게버(Zeitgeber)는 중국에 친환경 우드 블라인드를 생산하면서 해외진출을 위해 2007년 설립한 법인이다. 개발에 성공해 국내 우드 블라인드 업체에 완제품을 납품하고, 이를 발판으로 유럽과 미국으로 진출하는 거점으로 삼겠다는 목표였다. 2008년 3월에 본격 생산을 시작했고,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제조업으로서 손익분기점에 다다르고 있는 시점에서 리먼 사태가 터졌다.
당시 중국 산둥성 옌타이 지역에 있었는데, 한국 공장 300여 곳이 야반도주를 했다. 이후 남아 있는 공장은 중국의 감시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1년 가까이 어렵게 유지했지만 환율 개선이 되지 않아 정리하는 수순을 밟았다. 중국의 현지 법인은 정리했지만, 원천기술은 중국의 공장에 기술이전하여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있고, 자이트게버라는 이름은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남겨뒀다.

자이트게버라는 이름이 독특하다. 특별한 뜻이 있나?
자이트게버는 ‘생체 시계에 영향을 주는 인자’라는 뜻의 독일어다. 때가 되면 허기를 느끼는 배꼽시계와 같은 자연 시계다. 아침에 해가 떠서 밝아지는 것은 잠에서 깨어나 활동하라는 신호가 되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에게는 봄이 되어 날이 따뜻해지는 것이 바깥으로 나오라는 신호다. 우리의 블라인드 제품이 생활의 리듬에 영향을 주는 제품이 되었으면 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제품 하나에도 스토리텔링이 들어가면 명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

제조에 대한 철학과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2010년 중국 공장을 닫고 한국으로 돌아와 스마트 듀오셰이드를 출시하기까지 굉장히 힘들었다. 어려움을 딛고 일어날 수 있었던 힘은 지금까지 개발해온 원천기술에 있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원천기술을 축적하다 보니 업계에서도 점차 인지도가 쌓이기 시작했다. 지난 2018년에는 ‘대한민국차양명장제’에서 기술 및 디자인 혁신상 대상을 받았고, 작년에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백년소공인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기술은 배신하지 않는다. 단순히 제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제조에 대한 철학이다.
올해까지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세계 블라인드 시장이 침체되어 있었다. 세계적인 전시회가 열리지 않은 영향이 컸다. 내년에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R+T 전시회’가, 중국에서 ‘R+T Asia’가 개최될 예정이다. 이 전시회에 참여해 우리의 신기술을 널리 알리고, 이를 계기로 현재 싱가포르,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일부 나라에 수출하고 있는 우리 제품이 더 많은 나라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확대보기권영택 대표자투리 원단을 보면서 늘 아이디어를 생각한다는 권영택 대표

최진희 | 사진 김윤해

조회수 : 927기사작성일 : 20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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