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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환경을 생각하는 절삭유 제조로 새로운 날개를 달다
다수리

기업의 생명은 지속가능성에 있다. 기업의 지향 가치가 아무리 좋다고 한들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면 그저 흰소리로 치부되기 쉽다. 소외계층과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복지 서비스로 출발한 다수리가 공동주택 이중관 제조로 보폭을 넓히고, 다시 환경친화적인 절삭유 제조로 피보팅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직원의 고용을 보장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김일남 대표의 절박함이 오늘날 다수리의 든든한 날개가 됐다.

확대보기절삭유

금속을 자르고 가공하는 데 필요한 절삭유. 절삭공구와 가공 금속 간의 마찰을 줄이고 마멸과 마모를 줄여주는 기능을 한다. 가공 표면의 특성을 좋게 하고 표면이 유착되거나 녹아 붙는 것을 방지하며, 발생하는 열을 빼앗아 열로 인한 변형도 방지한다. 이뿐만 아니다. 절삭한 토막이나 조각, 미세가루, 잔여물을 씻어내고, 가공한 표면의 부식을 막거나 냉각시키는 것 역시 절삭유의 몫이다. 이처럼 요긴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절삭유에는 작업자의 건강에 유해하다거나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절삭유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다수리(대표 김일남)에서 선보인 ‘세븐제로(7zero)’가 그 주인공. 기유나 파라핀 오일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과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으로 입소문을 탔다. 다수리는 이처럼 획기적인 절삭유를 선보이며 단숨에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특이한 것은 세븐제로를 제조하기 전까지 다수리는 공동주택 이중관 등을 제조하던 건설자재 및 시공 전문기업이었다는 점이다.

확대보기세븐제로작업자의 손에 기름이 묻지 않아 깨끗한 세븐제로

사회적기업, 지속가능성 문제와 맞닥뜨리다

다수리(대표 김일남)는 2014년 경기도 시흥에서 소외계층과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개선사업과 소규모 시설 공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으로 출발했다. 건설업계에서 20년간 일한 김일남 대표가 처음부터 고용 창출과 사회 공헌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창업에 나섰던 것. 다수리는 이듬해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된 데 이어 2017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건설업계 특성상 지방 출장이 잦아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부족하고, 놓치고 사는 게 많았어요. 창업을 고민하면서 사회적기업에 관해 알게 됐는데, 이윤을 창출하면서 사회에 환원할 수 있다는 취지에 공감했습니다. 그동안은 앞만 보고 달렸는데 이제는 주위를 돌아보며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사명인 다수리도 ‘집이나 시설만 수리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 따듯하게 보듬어 고치고 싶다’는 김 대표의 신념과 바람을 담은 것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건축물 유지보수관련 사업만으로는 기업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매출을 높일 수 있는 돌파구를 고심하던 김 대표는 2016년부터 공동주택 이중관 제조를 시작했다. 당시 이중관 제조는 틈새시장이나 다름없었다. 배관과 배선을 넣은 관을 또 다른 관에 넣는 방식의 이중관은 층간소음을 줄이고, 배관에 물이 새거나 이물질로 인해 막힐 때 편리하게 설치할 수 있으며, 파손된 관도 바닥을 파지 않고 보수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었다. 다행히 건설업계의 기존 네크워크를 활용하고 제조 장비를 직접 개발해 생산을 시작하면서 다수리는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시설보수 공사만 영위하던 때와 비교해 5명이던 직원이 20명으로 늘어나면서 매출도 조금씩 뛰었다.
그렇게 매출이 늘고 사업이 안정기에 접어드는가 싶었는데, 다수리는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이중관 제조는 단순노동집약적인 생산 구조로 건설 경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로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비수기일 수밖에 없는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6년을 지나며 건설 경기도 하락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가 또다시 사업전환을 고민한 것이 그즈음이었다. 단순히 매출이 하락하는 문제를 넘어 사회적기업으로서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더 앞섰다.
“직원이 20명으로 늘었는데, 바쁠 땐 정신없이 일하다가 비수기에는 그야말로 시간만 흘려보내야 하니까 직원들 스스로 불편해하더라고요. 이런저런 건설자재 도소매도 병행했는데 역부족이었죠. 직원을 내보낼 수는 없으니 하루라도 빨리 다른 영역을 찾아 사업을 전환하거나 추가해야 했습니다.”

확대보기김일남 대표김일남 대표는 직원의 고용 보장과 기업 안정화를 위해 환경친화적인 절삭유 개발, 제조로 사업을 전환했다.

비교 불가! 환경친화적인 절삭유 개발

김 대표가 사업전환 아이템으로 찾은 것이 ‘사람과 환경을 생각하는 절삭유, 세븐제로’다. 절삭유는 광유를 주성분으로 사용하는 비수용성 오일과 물로 희석해서 사용하는 수용성 오일로 나눈다. 비수용성 절삭유는 주성분이 석유계 광유로, 발암물질을 발생시키거나 오·폐수 문제로 환경오염을 야기한다는 문제가 따른다. 이를 개선해 나온 것이 수용성 절삭유다. 그런데 석유 성분 자체가 일으키는 환경오염 문제를 일부 해소하더라도 미생물이 좋아하는 계면활성제를 사용하고 유통기한이 짧다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방부제 성분을 대량으로 쓰는데, 심한 악취 또는 작업자의 노출된 피부에 발진을 일으키는 부작용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예전에 건설 현장에서 일할 때 건설자재를 납품하는 업체에 가보면 금속을 가공할 때 절삭유를 꼭 쓰더라고요. 그런데 현장 환경이 대부분 열악했습니다. 작업자들이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악취가 심하며, 더욱이 사용하고 나면 폐유가 발생하니까 환경에도 좋지 않죠.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절삭유 자체는 크게 발전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관리·감독을 강화한다고는 해도 현장에까지 미치기에는 한계가 있고요. 그걸 보면서 기존 제품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새로운 절삭유가 있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김 대표는 지인을 통해 특화된 절삭유를 알게 되면서 망설임 없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국가 뿌리산업인 금속가공산업과 같이 존재하며 이미 한 해에 수천억 원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발전가능성이 무궁하다는 판단도 있었다. 실제로 국내 절삭유 시장은 약 7,000억 원 규모이며, 세계적으로는 10조 원을 웃돈다. 더욱이 국내는 1~2개 기업이 시장의 60%를 장악하고 있어 차별화된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우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김 대표는 곧바로 생산설비를 매입하고, 이를 토대로 자체 개발과 시제품 제작을 추진했다. 2018년에는 전문 인력을 영입해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지속적인 제품개발과 기능 및 성능 향상을 위한 체계도 갖추었다.

확대보기기업부설연구소2018년 전문 인력을 영입해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 지속적인 연구개발 체계를 갖추었다.

이윤 창출이 사회 공헌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꿈꾸며

그렇게 개발한 세븐제로는 RO(Reserve Osmosis, 역삼투) 장비를 이용해 정제수를 만들고, 이를 강알칼리성 성분의 다양한 기능을 가진 전해수로 만들어 가공공정에 맞춘 첨가물을 혼합해 만든다. 기존 절삭유와 달리 가공 표면을 씻어내는 공정이 필요하지 않고, 작업 중에 작업자의 손에 기름이 묻지 않아 깨끗하며, 기름으로 인해 현장 바닥이 미끄러워질 염려가 없으므로 작업자의 미끄럼 사고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일부 재질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방청 효과가 있어 부식 방지를 위한 별도의 작업도 필요 없다. 이밖에 정제수를 사용하고 식물성 유제를 첨가해 물에 잘 분해되므로 폐유처리 비용을 최소화하며, 살균 및 방균 작용으로 잘 썩지 않고 악취가 없다. 특히 제품 중 DA7001, DA9001 모델은 절삭유 업계 최초로 환경표지 인증(친환경)을 획득했다.
이처럼 기존 절삭유와 전혀 다른 성분의 세븐제로는 출시하자마자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2019년 론칭한 첫해에만 매출이 16억여 원으로 껑충 뛰었고, 중국과 베트남으로 샘플 수출도 잇따랐다. 물론 어려움도 따랐다. 오랫동안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작업자 중 일부는 기름이 들어가지 않은 절삭유가 생소하고 낯설어 굳이 바꾸려고 하지 않았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븐제로는 오로지 제품력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더욱이 최근 유류 가격 인상으로 기존 절삭유 가격이 20~30% 오르면서 오히려 세븐제로는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현재 전국 곳곳의 특성화고등학교와 폴리텍대학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포스코 광양, LG전자 평택공장, 삼성전자 광주공장 등의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용처가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다수리는 안정적인 기업 운영으로 이윤을 창출하고, 이를 토대로 일자리를 늘리며 궁극적으로는 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코로나19 상황에 잠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만 세븐제로가 시장에 안착하게 되면 이 선순환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합니다. 지켜봐주십시오.”

확대보기다수리 임직원들다수리는 환경친화적인 절삭유로 시장에서 인정받으며 이윤 창출이 사회 공헌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꿈꾸고 있다.

다수리의 스위칭 버튼

•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가장 강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기회가 왔을 때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사업전환에 착수해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성분의 절삭유로 승부수를 띄웠다.
•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해 지속적인 제품개발과 성능 향상을 위한 체계를 갖추었다.
• 환경표지 인증 등으로 제품력을 입증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쌓는 데 주력했다.

이은정 | 사진 손철희

조회수 : 1,143기사작성일 : 20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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