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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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영人
직원 역량의 총합이 회사 성장의 토대입니다
하지공업 안태상 대표

정년 없는 회사, 토요일에 야유회를 떠나면 월요일에 대체휴가를 주는 회사, 격주로 4일만 일하는 회사. 이 같은 수식의 주인공이 대기업이 아니다. 중소기업 하지공업이다. 더디더라도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방향으로 회사를 이끌어야 한다고 믿는 안태상 대표의 신념이 낳은 결과다. 그럼에도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그에게 좋은 회사, 지속가능성에 관해 물어본다.

확대보기안태상 대표

최근 주4일제가 이슈로 부상했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연간 노동시간은 평균 1,908시간. 멕시코, 코스타리카에 이어 세 번째로 길게 일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월화수목-일일일’이 가능할까? 금융권과 몇몇 기업을 중심으로 검토 중이거나 시범 시행 중인 곳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그런데 수중펌프 전문기업 하지공업은 2018년에 주4일근무제를 도입했다. 2018년 새로운 미래를 위한 비전 ‘2 In 4’를 선포하고 그중 하나로 현재 주4일근무제를 격주로 정착시켰다.
“일한 만큼 충분히 쉬어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죠. 일주일에 나흘만 일해도 업무에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생산성도 떨어지지 않았고요. 업계 분위기나 거래처 상황 등 여러 변수가 있어 현재 격주로 시행하고 있으나, 궁극적으로 전면 주4일 근무를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안태상 대표는 한 달에 1주, 한 달에 2주 등 순차적으로 도입해 2021년을 기점으로 전면 시행을 계획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것에 도리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대기업조차 도입을 주저하는 주4일근무제. 중소기업인 하지공업은 어떻게 정착시켰을까?

할 일이 있는데 정년이 됐다고
퇴사할 이유는 없습니다

올해로 50년 업력을 자랑하는 하지공업은 수중펌프 전문회사다. 심정용 수중 모터펌프를 주력으로 음악 분수대에 들어가는 펌프, 석유비축기지에 필요한 펌프도 만든다. 1972년 첫발을 내디뎌 우리나라 상하수도 발전과 궤를 같이했다. 농업을 중심으로 공업화가 이루어지던 1980년대까지 관정 분야를 기반으로 성장했으며,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던 2000년대까지 상수도 및 신도시 급수사업, 조경용 분수 분야에 주력했다. 하수 이송펌프 및 산업플랜트 유체 이송과 도시화에 따른 빌딩 급수시스템 관리, 섬 지역 해수 담수화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성장세를 다졌다. 올림픽공원, 반포대교에 설치된 음악 분수대 펌프도 이곳 제품이다. 현재는 소방 방재 분야로 보폭을 넓히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 중이다.
하지공업은 1995년 입사해 2006년 수장 자리에 오른 안태상 대표 체제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창업자인 안종진 선대 회장에 이어 경영을 맡게 된 안 대표는 첫 일성으로 ‘혁신’을 외쳤다. 낙후한 제품은 이미 생명주기를 다했으며 그로 인해 회사의 첫 번째 성장기가 끝났다고 판단, 새로운 제품으로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기 시작한 것. IMF를 지나면서 대다수 기업이 사업을 줄이거나 몸을 사리는 중에도 하지공업은 오히려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지하수 취수펌프, 상수도 가압펌프에서 빌딩용 급수펌프, 부스터 시스템, 오·폐수 처리 이송펌프, 분수용 펌프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넓혔고, 노동집약적이고 매출 중심 성장에 집중하는 기존 방식을 버리고 고부가가치 중심의 제품 개발과 품질 향상, 기술력 축적에 방점을 찍었다. 2004년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연구전담 인력을 영입했으며, 매출의 5%를 꾸준히 R&D에 투자해 기술력을 다졌다. 또 우수한 품질로 대외적인 신뢰를 쌓았다. 실제 하지공업의 품질관리는 엄격하기로 정평이 났다. 전수검사는 기본이고,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24시간 내로 신속하게 AS가 이루어진다.
안 대표는 내부 쇄신에도 공을 들였다. 정년을 없앤 것이 대표적이다. 엄밀히 말하면 정년은 있되, 퇴직에 대한 선택권을 직원에게 넘겼다. 직원이 원하는 한 퇴직은 없다는 얘기다. 현재 정년을 넘긴 직원 3명이 여전히 재직 중이고, 이 중 2명이 올해 일흔 살이다. 곧 정년을 앞둔 직원도 2명 더 있다.
“회사에서 아직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데 굳이 정년이 됐다고 해서 퇴사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퇴직하면 대개 기존 업무와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을 다시 찾는데, 그러면 재능을 낭비하는 거죠.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적 차원의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안 대표는 정년을 없앤 게 젊은 직원들에게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는 동기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노년까지 책임지는 회사를 신뢰하고 애사심을 갖게 된다는 것. 하지공업에 장기근속자가 유난히 많다는 게 이에 대한 방증이다. 실제 이곳 직원의 평균 근속 연수는 15년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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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투자하지 않으면
영속성은 물론이고 성장도 어렵습니다

물론 안 대표가 처음부터 이 같은 생각을 했던 건 아니다. 대표 자리에 올라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중에서야 ‘결국은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사람에 투자하지 않으면 회사의 영속성은 둘째 치고 당장 성장도 어렵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한때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한 적도 있었는데, 인재가 퇴사하니까 효과 또한 회사의 역량으로 축적되지 않고 휘발돼버렸죠. 그때부터 직원 개개인의 삶으로 시선을 돌리고, 직원 성장의 총합이 결국 회사 발전과 성장의 토대가 된다는 것도 그즈음 깨달았습니다.”
이 같은 신념을 갖게 된 안 대표는 이후 두 가지를 중심으로 직원 성장에 투자했다. 첫째 독서와 교육, 둘째 문화생활이다.
“상사가 직원을 데려와 앉혀놓고 개선해야 할 점 등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면 수용성이 낮습니다. 제3자가 이야기하는 게 가장 좋은데, 책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디긴 해도 독서를 통해 생각을 바꾸고 실천하게 만드는 것이 기본을 가장 탄탄하게 다지는 방법입니다.”
이 같은 안 대표의 믿음을 토대로 하지공업은 독서를 통해 지식을 함양하고 이를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해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No.1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비전을 선포하고 2010년부터 독서경영을 본격화했다. 물론 독서를 강제한 건 아니다. 그저 도서 구입비를 지원하거나 사내에 도서관을 갖추고 직원들이 읽고 싶은 책을 회사에서 구매해 도서관에 비치해두었다. 이렇게 언제라도 마음먹고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책을 두고, 책을 읽으면 어떤 방식으로든 포상하는 방식으로 독서 분위기를 형성해나갔다. 3~4년 후에는 ‘한 달에 1권은 읽자’고 독려하고, 이후에는 전 직원이 공동으로 책 4만2,195페이지를 읽는 독서 마라톤 완주에 성공했으며, 현재 8만4,390페이지를 읽는 울트라 독서 마라톤에 도전 중이다. 이 밖에 직원들끼리 좋은 책을 추천하고 읽는 독서 릴레이, 그해의 필독서를 선정하고 그해 독서 활동의 결산으로 독서 골든벨 등을 진행하며 동기부여에 힘썼다. 독서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저자를 초빙해 강연회를 열거나 ‘찾아가는 직장인 인문학’ 등의 지원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 같은 활동을 기반으로 2018년 하지공업은 대한민국 독서경영 우수 직장으로 선정되어 우수상을 받았다.
직원 성장을 위해 안 대표는 직원들의 문화생활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연말에 직원 가족을 초대해 송년 음악회를 열고 연극이나 영화, 뮤지컬 등도 정기적으로 함께 관람했다. 이 밖에 사진 등 각자 취미를 토대로 만든 동호회 활동도 지원했다. 이유는 간단명료했다. 문화예술을 가까이하는 것이야말로 삶을 풍요롭게 하기 때문이다. 안 대표 역시 고교 시절부터 시작한 ‘경성 에쿠스 남성 합창단’ 활동을 현재까지 지속하는 중이다.
“혹자는 직원들의 문화생활까지 회사에서 책임져야 하느냐고 묻더라고요. 그런데 하루의 긴 시간을 직원들과 함께 보냅니다. 이들과 더 오래 삶을 이어가려면 삶의 풍요로움도 공유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공감대를 형성할 거리를 더 많이, 더 자주 만들면 좋죠.”

확대보기도서 - 질문 빈곤 사회안태상 대표가 최근 읽고 있는 《질문 빈곤 사회》. 비판적인 사유 없이 질문하지 않는 사람들이 사회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는 내용이다.

확대보기사내 도서관하지공업은 사내에 도서관을 마련하고 직원이 원하는 도서를 구입, 비치해 독서경영을 실현했다.

구성원의 행복과 회사 성장을
동시에 이루는 방법을 찾고자 합니다

독서경영과 문화경영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내적 역량과 기본기를 다진 하지공업은 또 한 번 새로운 터닝 포인트를 가졌다. 4년 안에 회사를 2배로 성장시키는 ‘2 In 4’ 비전을 선포하고 총력전에 돌입한 것. 첫해에는 생산성을 향상하고, 2019년에 소통을 통해 불합리를 제거하며, 2020년 전체 레벨을 높여 마지막 4년 차인 2021년에 지속가능한 경영의 토대를 다진다는 로드맵을 구축했다.
그에 따라 매출, 직원 급여, 주4일근무제, 연차수당, 가족 동반 문화 기행 등 사내 체계도 단계별로 높이겠다고 계획했다. 매출은 2018년 40억 원에서 2021년 70억 원으로, 직원 급여는 2017년을 100%로 해 2021년 200% 향상을 목표로 세웠다. 근무제 역시 기존의 주5일 근무에서 해마다 월 1회씩 순차적으로 쉬는 주를 늘려 2021년에 최종적으로 주4일 근무를 정착시킬 예정이었으며, 연차는 2017년 기준 연차 소진을 장려하는 것을 넘어 잔여 연차수당을 전액 지급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매출은 2017년 대비 약 1.5배 상승했으며 직원 급여는 1.5배 높였다. 연차수당 지급은 75%까지 끌어올렸고, 가족 초청 행사 등의 문화 행사는 2021년 4차례 진행했다. 안 대표는 이에 대해 ‘100점 만점 기준 70점 정도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2 In 4’의 핵심은 생산성 및 창의성을 향상해 근무의 질을 높이고 자기주도적 근무 역량을 높이면 나머지 결과들이 절로 따라올 거라는 믿음과 실천에 있습니다. 대다수 직원이 이에 동의하고 공감하며 함께 노력했죠. 물론 여전히 그전과 별반 달라지지 않은 직원도 있습니다.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으나 함께 도전했고, 70% 성공 경험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안 대표가 전사적으로 ‘2 In 4’을 시행하게 된 것은, 사실 회사의 성장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과정이었다. 직원들에게 좋은 삶을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성장은 반드시 풀어야 하는 과제인 것. 물론 여전히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다는 믿음도 변치 않았다.
안 대표는 앞으로 10년간 성장할 수 있는 콘텐츠와 가슴 뛰는 목표를 가지고 실천하는 문화로 건강한 성장세를 갖추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 주력하는 ‘물’ 분야에 이어 앞으로 ‘공기’와 ‘불’ 분야에도 진출해 인류에 보탬이 되는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하지공업의 진면목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확대보기하지공업 사옥

안태상 대표의 핵심 경영 가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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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역량이 아닌 인간으로서 내적 성장이 중요하다.
독서로 다양한 메시지를 체화할 수 있다.
복지는 일과 삶의 균형을 뒷받침하는 요소다.

대표님이 강조하는 성장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구성원 개개인의 성장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비단 직원으로서 업무 역량을 뜻하는 게 아니라 인간으로서 내적 성장을 포괄하는 의미이고요. 책 읽기를 권하고 문화예술 활동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지원하는 것도 결국은 자기 삶의 주체로서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구성원의 성장이 결국은 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10년 넘게 독서경영을 실천했는데 이 방식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책을 읽지 않던 사람들이 책을 읽으면 마음속에 어떤 결단을 내리는 데 익숙해집니다. 발전, 성숙, 성장, 인내 등 책의 다양한 메시지가 체화되는 거죠. 10년이 지난 지금에야 서서히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량화할 수는 없으나 구성원 각자의 시간 보내기가 훨씬 진지해졌으며, 회사에 이바지하려는 의지도 강해졌다고 느낍니다.

주4일 근무 외에 리프레시 휴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배우자 출산휴가, 가정의 날, 다양한 지원금 등 하지공업은 중소기업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다양한 복지제도로도 유명합니다.
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원의 성장과도 연결되는 개념이고요. 열심히 일한 만큼 개인의 삶을 충분히 영위하고 이를 통해 다시 일할 힘을 얻는 거죠. 복지제도는 이를 뒷받침하는 요소입니다. 물리적으로 쉴 수 있는 시간도 중요하고, 그 시간 동안 정서적으로 충분히 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역시 회사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읽은 책 중에서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습니까?
요즘 《질문 빈곤 사회》를 읽고 있습니다. 비판적인 사유 없이 주어진 대로 현상유지적 삶을 살아가는 것이 자신의 삶을 방치하고 결정적으로 사회 변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내용에 공감했습니다.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건 회사생활에도 필요한 덕목입니다.

이은정 | 사진 김윤해

조회수 : 1,754기사작성일 : 202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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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글 목록전체의견보기
  • 1
    ㅎ민
    2022-03-09
    이런 기업이 많아져야 국가의 경쟁력도 높아지겠지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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