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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정보를 쉽게!
소소한소통

한 사람의 삶은 일상에서 만나는 정보와 그에 대한 선택이 쌓여 만들어진다. 노인, 어린이, 외국인을 비롯해 정보 소외층이나 발달장애인에게 쉬운 정보가 필요한 이유다. 소소한소통은 세상의 모든 정보를 쉽게 만들어가는 사회적기업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쉬운 정보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그 과정이 어렵다. 그럼에도 소소한소통은 오늘도 쉬운 정보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소수를 위한 일이 결국 다수를 위한 길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확대보기소소한소통 임직원들

쉬운 정보를 전문적으로 만들자!

장애인의 입장에서 소통이 어려운 이유를 생각해보자. 시각장애인에게는 보는 어려움, 청각장애인에게는 듣는 어려움, 발달장애인에게는 이해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적어도 시각장애인은 점자, 청각장애인은 수어(또는 음성인식)로 정보를 얻고 소통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발달장애인은 어떨까? 당연히 소통을 위해서는 쉬운 설명이 필요함에도 잘 고려되지 않는다.
지난 2015년 11월에 시행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발달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쉽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발달장애인 관련법을 쉽게 알리는 일을 해야 했다. 당시 보건복지부에서 발달장애인 사회복지 관련 파견근무를 하고 있던 한 담당자가 그 일을 맡았다. 소소한소통의 백정연 대표가 바로 그 담당자였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백 대표는 2004년부터 발달장애 관련 복지 현장에서 주로 근무했다. 15년 동안 발달장애인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그는 발달장애인법을 쉽게 알리기 위해 《반갑다, 발달장애인법》, 《반갑다, 장애인정책》을 발간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20여 년 전부터 발달장애인 권리로서 쉬운 정보(easy read)를 만든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런 일을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발달장애인법 책자를 쉬운 정보로 만들면서 그때까지 우리나라에는 쉬운 정보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기관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앞으로 지속적으로 쉬운 정보를 만드는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할 것이고, 그런 육성사업이 진행될 테니 ‘내가 해보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직 안에서는 쉬운 정보를 전문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백 대표는 2017년 2월 사회적기업 소소한소통을 창업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발달장애인들의 알 권리 보장과 사회참여를 돕는 쉬운 정보 제작, 출판, 디자인 등의 사업을 꾸려나갔다.
첫 번째 사업은 뜻밖에 대전 경찰청에서 들어왔다. 발달장애인들도 일상을 살다 보면 경찰서에 갈 일이 생기고, 이때 피해자든 가해자든 미란다 원칙이 포함된 권리 안내문을 받는다. 문제는 이 권리 안내문이 너무 어렵다는 것. 이를 쉬운 정보로 만들었던 소소한소통은 이후 발달장애인들이 일상에서 여러 가지 어려운 표현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쉬운 정보를 참신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로 내놓기 시작했다.

확대보기사인물 제작 보급발달장애인들이 많이 찾는 공간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사인물을 제작해 보급하고 있다.

정보 소외자들을 세상 밖으로

소소한소통이 진행한 대표적인 쉬운 정보 사업이 발달장애인을 위한 코로나19 안내 자료다. 이외에도 주택 안내,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서비스와 도서관 이용 안내 등 공공/복지 분야에서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쉬운 정보를 다수 제공했다. 발달장애인의 권리/권익을 보호하는 쉬운 근로계약서와 선거공약집, 돈 관리와 은행 이용하기, 모바일 서비스 가입하기 등 생활정보에 관한 정보도 꾸준히 제공했다.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직업 안내서 시리즈처럼 생활밀착형 정보를 만드는 일은 언제나 최우선적인 고려 대상이었다. 이와 함께 발달장애인을 보조하는 이들을 위한 매뉴얼, 발달장애인들이 여가생활을 즐기고 교양을 쌓을 수 있는 쉬운 정보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었다. 그렇게 지난 5년 동안 소소한소통이 내놓은 쉬운 정보는 놀랄 만큼 다양하다.
“일상의 모든 정보가 보다 쉽게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면 좋지만, 재원이나 인력의 한계가 있어서 우선순위를 둬야 하죠. 그 기준에서 ‘안전’과 ‘건강관리’처럼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해요.”
발달장애인들이 정보 소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출판물도 다수 출간했다. 다이어트를 돕는 《쉽다 살빼기》, 반려동물 키우기를 다룬 《너와 함께 반짝반짝》, 취업 실용서 시리즈 《나도 직장인》, 《내일도 출근합니다》, 《어려운 구인구직은 이제 그만》 등이 대표적이다.
소소한소통이 그동안 발달장애인들의 알권리와 사회참여를 보장하고자 진행한 쉬운 정보 제작은 300여 건으로, 이러한 정보는 노인, 어린이, 외국인 등 이른바 정보 소외층에게도 매우 쓸모 있는 정보가 됐다.

확대보기디자인 상품은유적, 상징적 표현의 관용어와 속담을 위트 있는 일러스트로 표현한 디자인 상품

확대보기쉽고 재밌는 정보전달을 위한 제품들발달장애인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쉬운 정보 제작, 출판, 디자인 영역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확대보기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쉬운 잡지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쉬운 잡지로 계간 유가지(3,000원) 《쉽지》를 발간하고 있다.

소수를 위한 일이 곧 다수를 위한 길

소소한소통이 제공하는 쉬운 정보 콘텐츠들은 대부분 무료이지만 유료로 제공하는 사업도 있다. 사회적기업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맞물려 성장해야 하는 만큼 백 대표는 “큰 이윤 창출을 바라지는 않지만 수익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 놀이, 반려동물, 연말, No플라스틱, 여름 별미 등을 주제로 그동안 계간 잡지로 제작해온 《쉽지》, 그리고 은유적, 상징적 표현의 관용어와 속담을 위트 있는 일러스트로 표현하는 디자인 상품 ‘쏘굿즈(So goods)’가 대표적이다.
“발달장애인들의 상당수는 쉬운 정보를 통해 타인과 적절히 의사소통하며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어요. 쉬운 정보를 제공하는 일은 정보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기존의 정보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을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존중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그 쉬운 정보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무척 보람 있고 즐겁습니다.”
소소한소통은 그동안 따로 영업활동을 하지 않고도 매년 2~3명의 직원을 늘릴 만큼 꾸준히 성장해왔다. 그럼에도 창의적인 작업에 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직도 부족한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이 깊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정보 소수자들은 더 소외됩니다. 예를 들어 키오스크는 시각장애인들에게는 그저 유리벽이고, 휠체어 탄 장애인들에게도 손에 닿지 않아 무용지물입니다. 발달장애인들은 아예 어려워서 못 쓰고 있고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회와 기업에서 소수자를 위한 감수성을 가져야 하는데, 그 벽을 깨뜨리는 일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쉬운 정보를 만드는 일은 왜 안 쉽지?》라는 ‘모두를 위한 쉬운 정보 제작 안내서’까지 제작할 만큼 소소한소통은 쉬운 정보를 만들어가는 길이 얼마나 어렵고 고단한지 잘 안다. 그럼에도 쉬운 정보 콘텐츠를 개발하고, 또 다음 개발을 고민할 만큼 끊임없이 정보를 보다 쉽고 유의미하게 만드는 작업을 좋아하고 즐기고 있다.
이 같은 작업 중에는 쉬운 이모티콘 개발도 있다. 발달장애인들이 일상에서 자신의 상황을 쉽게 표현할 수 있는 쉬운 이모티콘은 하루빨리 진행해보고 싶은 도전 과제다. 백 대표는 올해 사회복지대학원에 입학해서 쉬운 정보와 관련된 객관적 검증이 가능한 연구사업도 꼭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발달장애인 25만 명이 소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정보는 우리 모두에게도 쉬운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제품사용설명서를 조금 더 쉽게 만들고,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조금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 더 빠르고 더 넓게 쉬운 정보가 확산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발달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 똑같이 슈퍼마켓도 가고 카페에도 가고 은행도 갑니다. 그들이 보다 쉽게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세상이라면 우리 다수도 좀 더 쉽고 편리하며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일 겁니다.”

확대보기백정연 대표백정연 대표는 2004년부터 발달장애인의 권익과 권리를 개선할 수 있는 쉬운 정보 사업을 진행해왔다.

박은주 | 사진 손철희

조회수 : 602기사작성일 : 202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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