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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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영人
해야 하는 일을 하다 보면 길은 반드시 나타납니다
이너트론 조학래 대표

세계무대에서 인정받기 위해 기술력을 쌓고, 인재 영입이 쉽지 않아 교육 지원을 통해 인재를 육성했다. 이너트론 조학래 대표의 경영은 이처럼 단순하고도 명료하다. 많은 게 부족한 중소기업이라고 한탄하기보다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기업으로서 해야 하는 일들을 그때그때 실천하는 게 해법이라고 생각하는 그에게 지속가능한 경영의 길을 물어본다.

확대보기조학래 대표

이너트론(대표 조학래)은 지난 1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주관한 ‘소재·부품·장비 으뜸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초고주파 5G 제조를 위한 LTCC(저온 소성 세라믹) 소재 제조 및 이를 활용한 필터 개발 기술이 우리나라 100대 핵심 전략기술로 선정되며 최고의 역량과 미래 가능성을 갖춘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1980년대 중반 아날로그 셀룰러 이동통신을 시작으로 1990년대 중반 CDMA 디지털 이동통신, 2000년대 초 3세대 WCDMA, 2011년 4세대 LTE 서비스를 구현한 우리나라는 2019년 세계 최초로 5세대 이동통신인 5G 상용화에 성공하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로 부상했다. 이너트론은 이 같은 우리나라 무선통신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해온 대표 RF 기업이다. RF시스템, RF부품, LTCC 필터, DAS(Distributed Antenna System, 분산 안테나 시스템) 등 이동통신 기지국과 중계기 장비 핵심 부품을 연구, 개발, 생산하며 수입에 의존하던 이동통신분야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앞장섰다. 또한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무대에서 맹활약 중이다.
조학래 대표는 창업 초부터 기술개발과 축적에 방점을 찍었다.
“신생기업이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과 가장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게 기술입니다. 가격으로 경쟁하려는 중국 기업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라도 기술개발을 게을리 할 수 없었고요. 우리의 정체성은 기술이 힘인 제조기업입니다.”
조 대표의 이 같은 기술중심 경영은 이너트론을 우리나라 통신기술분야 무선통신부문 발전에 이바지하는 선두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확대보기조학래 대표

중요한 건 기술과 제품을
‘아는 것’입니다

이너트론을 소재·부품·장비 으뜸 기업 대열에 올린 ‘초고주파 5G 제조를 위한 LTCC 소재 제조 및 필터 개발 기술’은 소출력 기지국을 활성화하고 5G대역뿐만 아니라 다중대역 이동통신용 무선통합 중계기 시스템을 설계할 때 소형화된 집적회로 시스템을 단일 기판에 구현할 수 있다. 또, 차세대 이동통신 주파수인 초고주파 대역의 회로 설계 및 6G LTCC 필터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전략기술이다. 이너트론은 이 기술과 관련해 60건에 달하는 특허를 이미 확보했다.
이뿐 아니라 이동통신 기지국용 멀티밴드 안테나 및 중계기의 상호변조 왜곡 신호(PIM) 자동측정장비도 개발했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3G, 4G, LTE, 5G 등의 장비를 통합해 하나의 공용 안테나로 쓰는데, 이때 여러 신호의 상호작용으로 생기는 불필요한 신호를 막고 멀티밴드 안테나와 부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상호변조 신호를 엄격하게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필수다. 이너트론은 기존보다 측정시간을 약 20배 줄이고 정확도를 높인 장비로 주목받았다.
아날로그 무선마이크 시스템과 비교해 3배 이상의 주파수 효율을 자랑하는 900㎒ 디지털 무선마이크 역시 이곳 작품이다. 특히 이 제품은 미국, 독일 등 일부 해외 기업이 선점한 국내 시장에서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두었다.
이처럼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너트론의 기술력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20년을 한결같이 해마다 매출액의 10%를 연구개발에 투자한 조 대표의 묵묵한 뚝심이 켜켜이 쌓여 일군 성과다. 현재 전체 120명 남짓한 직원 중 50여 명이 연구소 소속 직원이며, 직무발명보상제도 시행으로 자유롭고 창의적인 연구개발 분위기가 안착해 있다. 조 대표 역시 연구개발의 최전선에 서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연구개발은 연구원뿐만 아니라 전 구성원이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일례로 영업에서 중요한 건 기술과 제품을 정확히 ‘아는 것’입니다. 그래야 제품을 더 효율적으로 설명할 수 있고, 신규 개발 미팅에서도 고객의 의도를 빠르게 파악하고 우리가 수용 가능한 부분을 재빨리 파악해 바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현재 이너트론은 국내외에서 129건에 달하는 특허를 확보한 기술강소기업으로 입지를 다졌다.

확대보기이너트론 사옥‘인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장’으로 선정된 이너트론 사옥

확대보기이동통신 기지국과 중계기 장비 핵심 부품이너트론은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동통신 기지국과 중계기 장비 핵심 부품을 연구, 개발, 생산한다.

직원 교육은 미래를 위한
투자로 바라봐야 합니다

이너트론의 기술력 뒤에는 오랜 기간 인재 확보에 공을 들인 조 대표의 경영철학이 담겨있다. 그가 인재를 확보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좋은 인재를 영입하거나 좋은 인재로 육성하는 것이다. 조 대표는 후자에 무게중심을 두기 시작했다. 사내에서 직원을 교육하고 배움을 지원해 뛰어난 인재로 성장시키겠다는 것. 이를 위해 직원이 배움을 원하면 아낌없이 지원했고, 그 결과 4명의 직원이 박사학위를, 5명의 직원이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지금도 직원 5명이 석사과정, 3명이 학사과정, 6명이 전문학사과정을 공부하는 중이다.
“저는 교육과 배움을 통해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인재는 똑똑한 전문가라기보다 우리 회사에 필요한 역량과 자질을 갖춘 사람이고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석·박사 출신이어도 자사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기 위해 더 공부하고 더 배워야죠. 저희는 내부 교육 시스템을 통해 뛰어난 인재로 키우는 건 자신 있습니다.”
조 대표가 지역대학과 협약을 맺어 전공자를 채용하거나 특성화고 졸업예정자를 직원으로 채용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그런데 이쯤에서 드는 생각 한 가지. 직원의 교육을 지원하는 것이 기업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지 않을까? 이 같은 기자의 우문에 조 대표는 현답을 내놓았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을 비롯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마련해둔 지원책이 정말 다양하고 많습니다. 이런 지원책을 알맞게 활용하면 부담을 줄일 수 있죠. 간혹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이유로 기업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안 되죠. 오늘날 기업은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니라 구성원의 삶을 함께 고민하고 사회적 문제에 책임을 다하며 전 지구적인 환경문제에도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업이라면 응당 해야 하는 일을 중소기업이라고 하지 않을 이유는 없으며, 묵묵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길은 나타납니다.”

확대보기작업 현장을 둘러보는 조학래 대표환경이 좋아야 일할 맛이 나고 자부심도 높아진다는 조학래 대표의 소신에 따라 깨끗한 작업 환경을 구현한 이너트론

할 수 있을 때 하나둘씩
실천하는 게 중요합니다

인재 영입과 육성에 공을 들이는 만큼 조 대표가 신경 쓰는 것이 ‘일하는 환경’이다. 좋은 환경을 갖추어야 일할 맛이 나고 자부심도 높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2017년 ‘인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장’에 선정될 만큼 아름다운 사옥을 지어 내부에 아트갤러리, 카페테리아를 마련하고 서해와 인천대교가 한눈에 들어오는 직원식당, 채광이 좋은 사무실과 연구소, 휴게 공간 등을 마련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실 조 대표가 이 같은 생각을 가지게 된 데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예전에 남동공단에 자리한 임대 공장은 여러 기업이 함께 쓰는 건물이라 간판도 달지 못했습니다. 창업자인 저는 이 공간이 지하든 옥탑방이든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생각이 조금 달랐어요. 면접 보러 온 친구들이 회사 외관만 보고 그냥 돌아가버리는 일도 있었고요. 처음엔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 그들만 탓했는데,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쩌면 근무 환경이 회사의 첫인상일 수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무엇보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환경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2014년 사옥을 신축해 일하기 좋은 공간을 확보한 조 대표는 이후부터 복리후생을 비롯해 직원과 그 가족의 삶의 수준을 향상하는 것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그 러한 예로, 우선 이너트론에선 연차의 사유를 적지 않는다. 샌드위치 데이에 연차를 권장하고 월요일과 금요일에 연차를 써도 눈치를 보지 않는다. 또 퇴근할 때 서로 인사를 하지 않는다. 신입사원도 상사의 퇴근 여부와 관계없이 정한 시간에 퇴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구성원이 좀 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때 하자’고 생각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창업할 때부터 사회공헌 활동이나 어려운 이웃에 기부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어요. 어느 순간 이러다가는 평생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작은 것부터 실천하게 됐습니다. 한꺼번에 모든 걸 완벽하게 하기보다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을 때 하나둘씩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조 대표는 15년 전보다는 10년 전에, 10년 전보다는 5년 전에 회사가 더 성장했으며, 그에 따라 직원들에게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한다.
이너트론은 현재 무선통신 기술을 이용한 불법 촬영 카메라 탐지기를 개발하고 출시를 준비 중이다. 점점 더 지능화, 고도화, 소형화돼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불법 카메라를 찾고 불법으로 송출하는 영상까지 차단하는 장치로, 공공건물 또는 다중이용시설의 화장실, 탈의실 등에서 불법으로 촬영한 영상에 의한 범죄를 예방하고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조 대표는 자사의 기술력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안전망 구축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점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조 대표는 앞으로 초고주파 소재·부품·장비 제조 분야 글로벌 기업으로서 오는 2030년 1조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힘차게 날갯짓하는 이너트론이 더 멀리, 더 높이 날아오를 날이 머지않았다.

조학래 대표의 핵심 경영 가치
인재

확대보기조학래 대표의 손

인재는 자사에 필요한 자질과 역량을 갖춘 사람
직원을 성장시키는 게 CEO의 의무이자 역할
중소기업일수록 ‘더 뛰어난 내 사람들’을 키워내야 한다

대표님이 강조하는 인재는 어떤 것입니까?
학력이 높거나 똑똑한 전문가라기보다 자사에 필요한 자질과 역량을 갖춘 사람을 뜻합니다. 이 같은 인재를 영입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회사 내부에 교육과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인재를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배우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누구라도 자사에 필요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직원 교육에 특별히 신경 쓰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처음엔 기업 생존을 위해 시작했습니다. 필요한 인재를 영입하기가 쉽지 않으니 교육을 통해 성장시켜서 인재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십수 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교육을 받거나 다른 걸 배우지 못했다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서, 교육이 기업의 성장뿐만 아니라 개인의 성장에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회사에서 찾는 인재상도 남다를 듯합니다.
회사에 필요한 자질이나 기술은 입사한 후에 얼마든지 배우고 익히면 되고요. 대신 성실하고 품성이 좋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회사생활은 마라톤입니다. 긴 레이스를 함께 하는 동안 서로 반목하지 않고 걸음을 맞추어나갈 파트너가 되려면 바른 품성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지원으로 성장한 후에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5년 넘게 회사에서 아낌없이 지원해 양질의 인력으로 거듭났는데, 연봉을 더 준다는 이유로 다른 기업으로 이직을 했죠. 처음엔 실망감이 컸어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쩌면 현실적인 선택을 했구나 싶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잘 키워서 시집보냈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직원을 성장시키는 게 CEO의 의무이자 역할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직원 교육을 부담이자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더 큰 미래와 성장을 위한 투자라는 관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대기업에는 늘 인재가 몰립니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상황이 다르니 오히려 ‘더 뛰어난 내 사람들’을 더 많이 키워내야죠. ‘비용’ 생각해서 하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제품생산에 재료가 필요하듯이, 기업의 성장에도 인재라는 핵심 요소가 꼭 필요합니다. 인재를 확보하는 일은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이은정 | 사진 김윤해

조회수 : 694기사작성일 : 202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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