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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프리즘
작은 것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
쎄노텍

세라믹 비드는 광산, 페인트, 잉크, 제지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원료 물질을 분쇄하거나 분산시킬 때 쓰인다. 머리카락 굵기 수준인 지름 0.1㎜부터 13㎜까지 크기도 다양한데, 쎄노텍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 종류의 세라믹 비드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세라믹 소재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촉매용 담체를 개발하며 지속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확대보기쎄노텍 세라믹 비즈

1999년 경남대학교 벤처1호 기업으로 시작한 쎄노텍(대표 허명구)은 국내 최초로 세라믹 비드를 국산화해 2000년부터 공급했고, 해외 시장을 개척해 2002년부터 수출을 시작했다. 광산, 페인트, 제지, 잉크, 전기·전자 등 국내외 다양한 산업군의 200여 개 고객사를 확보하며 승승장구해왔다. 2010년 천만불 수출의 탑에 이어 2012년 이천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등 글로벌 시장의 강자로서의 면모를 입증받았다. 하지만 생산공장이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고, 노후화된 설비로 수율이 떨어지는 등 관리에 어려움이 많았다.
2018년 지금의 부지에 300억 원을 투자해 공장을 증설하고 사무동을 신축해 본사를 이전하면서 효과적인 업무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생산성 향상을 꾀했다.
“이전 당시 인근 대도시와의 접근성, 주변 공단의 규모, 동남지역 산업 분야 등을 고려했습니다. 함안은 남해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지점이라 부산, 대구, 창원, 김해, 진주 등 인근 대도시와의 접근성이 좋습니다. 사천공항 및 김해공항과 가깝고, 부산신항과도 인접해 수출 시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전문경영인 허명구 대표가 쎄노텍에 합류한 것도 그즈음이다. 허 대표는 30년 이상 대기업에서 엔지니어와 경영자로서 쌓아온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급변하는 환경에 대비해 내실을 다지며 제2의 도약을 준비했다.

확대보기세라믹 비즈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해가는 지역혁신기업을 찾아간다. 국내 유일의 세라믹 비즈생산 업체인 쎄노텍은 지난 2020년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으로 선정되었다.

확대보기공정기술독자적인 공정기술
쎄노텍은 건식 성형을 하는 대부분의 경쟁사와 달리 습식 성형법을 독자 개발하고, 연속식 고온기류관을 이용해 소성하는 등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일본이 독점하던 초소형 세라믹 비드 양산

세라믹 비드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산업계에서는 ‘마법의 구슬’이라 불릴 만큼 기능과 용도가 다양하다. 일례로 누런색의 펄프를 하얀 종이로 만들기 위해서는 석회석으로 만든 코팅제가 필요한데, 이때 세라믹 비드를 사용하면 거친 석회가루를 더 희고 고운 입자로 만들어 품질을 향상시킨다. 광산의 경우 고밀도·고강도의 세라믹 비드를 이용해 광물을 분쇄하면 아주 작은 입자의 금까지도 손쉽게 분리해 더 많이 추출할 수 있다. 그런 만큼 고객사의 요구사항도 각기 다른데, 쎄노텍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 종류의 세라믹 비드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다. 원료 배합부터 성형까지 독자적인 공정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그동안 고객이 요구하는 사이즈, 비중, 내마모성 등 제품의 스펙을 다양하게 발전시키면서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해왔습니다. 사업 초기에는 잉크와 페인트 시장을 중심으로 한 중형 사이즈의 비드가 주요 생산품이었다면 본격적인 성장기에는 고강도, 고밀도의 광산용 비드가 회사 매출을 급격히 끌어올려 주었습니다. 최근에는 전기·전자용 초소형 비드가 대표적인 효자상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허 대표가 다양한 샘플을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일반적으로 세라믹 비드는 크기가 작아질수록 부가가치가 올라가는 반면 기술 진입 장벽이 높아진다. 눈으로 보면 마치 분말처럼 보이는 초소형 세라믹 비드의 크기는 머리카락 굵기 수준인 지름 0.1㎜. 일본 제품이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 쎄노텍이 독자적인 제조 기법으로 2016년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것으로, 이 제품을 활용해 물질을 분쇄하면 10~100nm 크기의 입자가 된다.
초소형 세라믹 비드는 반도체, 2차전지,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등 전기·전자 분야에서 주로 쓰이는데, 기존에는 일본의 2개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쎄노텍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나노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수요가 급증할 것을 예측하고 사업화에 돌입했다. 2019년 자동화 설비와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고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면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수요 업체 측에서 공정 변경으로 혹시 품질에 차질이 생길까봐 우려를 표한 것이다.
그러던 차에 일본이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상황이 급반전되었다. 여기저기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싶다고 먼저 연락을 해왔다. 쎄노텍의 도움이 필요한 곳은 한둘이 아니었다. 새로운 고객사를 만나면서 주춤하던 성장에 청신호가 다시 켜졌다.

확대보기허명구 대표

‘촉매용 담체’ 등 신성장 동력으로 제2의 도약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주요 고객인 해외 광산과 공장 등이 휴업을 하면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그럴수록 소통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메일과 SNS, 비대면 화상회의 등으로 끊임없이 연락을 취하며 고객사의 니즈를 파악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쎄노텍은 호주의 아이언 브릿지 자철석 프로젝트의 100억 원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2차전지의 필수 재료인 흑연과 리튬인산철 광산과도 세라믹 비드 공급을 논의 중이다.
“누군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돈을 따라가지 말고 돈이 들어오는 길목을 지켰다가 거둬들여야 한다’고 하더군요. 우리 회사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적극적으로 예측하며 길목이 될 만한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국내외 고객사와 긴밀하게 논의하며 새로운 아이템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습니다.”
허 대표의 설명처럼 쎄노텍은 그동안 세라믹 소재 분야에서 축적된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다각화를 추진해왔다. 세라믹 비드 외에 조선소와 화학플랜트 특수용접에 사용하는 세라믹 플럭스(Flux)와 생활 도기 및 타일 제작에 사용되는 세라믹 분체를 생산해 국내외 기업들에 공급하고 있다. 또 2020년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으로 선정되었고, 최근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인 촉매용 담체(carrier)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석유나 화학 분야에서 필수 소재인 담체는 화학반응이 잘 일어나게 돕는 촉매(catalyst)를 저장하는 일종의 그릇으로, 공정 과정에서 촉매가 손상되지 않고 온전히 제 성능을 발휘하도록 한다. 그동안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는데, 국내 시장 규모만 따져도 6,000억 원이 훌쩍 넘는다. 쎄노텍은 세라믹 담체 전용 생산 공장을 증축하여 지난해 12월 관련 특허를 출원하며 양산화 준비에 나섰다.
“일본 수출 규제 등으로 인해 주요 부품 소재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우리에게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촉매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국내 대기업과 촉매 생산 전문기업 등에서 새로운 수요가 생긴 것입니다. 우리 회사가 안정적인 품질을 구현하고 다양한 요구에 적극 대응하며 신뢰를 쌓아 높은 진입장벽을 허물 수 있었습니다.”
쎄노텍은 전기차 부품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기존 스틸 베어링을 대체할 세라믹 베어링 생산을 위한 연구에 돌입했고, 고성능 방열 소재 및 재활용이 가능한 흡습제 등 다양한 미래 먹거리에 대한 선행 연구로 대한민국의 기술 독립과 신시장 개척에 앞서나가는 이들의 행보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확대보기공장 전경

확대보기연구개발끊임없는 연구개발
중소기업으로는 보기 드물게 연구개발 인력이 40%가 넘는다. 국책연구소와 학계 등의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현재도 2건의 산학연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이계선 | 사진 김성헌

조회수 : 454기사작성일 : 2022-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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