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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프리즘
한계에 도전하는 기술 노마드
칸플랜트

위기는 기회의 다른 말이라고 할 만큼 기업이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절호의 시기이기도 하다. 기나긴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 2019년부터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칸플랜트의 활약은 단연 눈에 띈다. 다수의 해양플랜트 제작 및 설치 경험을 바탕으로 육상플랜트, 강구조물, 인클로저(enclosure), 선박 건조 및 수리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빠르게 전진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으로 생존을 넘어 성장을 이뤄낸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전라남도 영암으로 향했다.

확대보기칸플랜트의 도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많은 산업 분야가 큰 타격을 입었다. 그중에서도 조선업계는 최악이라고 할 만큼 심각한 위기까지 내몰렸다. 꼭짓점에서 시작된 칼바람이 협력사들에게로 삽시간에 번지면서 지역경제까지 직격탄을 맞았다. 칸플랜트(대표 현장환)가 자리한 대불국가산업단지에는 조선 기자재 기업 300여 곳이 몰려 있는데, 지난 몇 년간 일감이 없어 문을 닫은 중소기업이 30곳이 넘는다.
인터뷰를 위해 산업단지에 들어서보니 다행히도 국내 조선업계가 바닥을 치고 다시 솟아오르는 중이라는 세간의 말이 실감이 났다. 봄볕처럼 따스한 온기가 곳곳으로 스미는 듯했다. 공장 가동률이 상승하고, 채용이 늘어나면서 현장이 서서히 활기를 띠고 있는 것. 칸플랜트의 도크에서도 선박 건조가 한창이었다.

확대보기현장환 대표

독자적인 노하우를 기반으로 신시장 개척

최근 전라남도 스타기업으로 지정된 칸플랜트는 2019년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지난해 매출 117억 원을 올리며 주변을 놀라게 했다. 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와중에도 이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자못 궁금해진다.
이야기는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이스트에서 박사를 마친 현장환 대표는 유공압제어 연구자로 대형 조선사에 근무하며 다수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후 해외 메이저 회사로 이직해 5년 동안 원유시추선과 해양플랜트의 기본 설계는 물론 시운전과 정비 등 모든 기술을 습득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외국에 나가 보니 완전히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거죠. 당시 해양플랜트 붐이 불면서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면 더 잘할 것 같은 일이 수두룩하더군요. 해외에서 오일가스 분야의 경험을 갖춘 인재들과 뜻을 합쳐 2006년 주식회사 칸을 설립하고,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현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해양플랜트를 필두로 서비스 엔지니어링에 주력하며 신시장을 개척하는 데 열을 올렸다. 그 결과 국내 빅3 조선소뿐만 아니라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과도 협력하며 매출의 80%를 해외에서 거둬들였다. 2009년 3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고, 2010년 500만불 수출의 탑을 달성했다. 2016년에는 5,000만불 수출의 탑을 거머쥐었다. 10년 사이 10배 이상 성장하며 순풍에 돛을 달고 나아갔다. 대형 오프쇼어(offshore)를 고객사로 확보하고 기본 설계는 물론 대형 구조물의 제작 및 설치, 시운전과 사후관리까지 전방위 산업을 담당하면서 기업 경쟁력을 키운 것이 주효했다.
현 대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갔다. 다양한 엔지니어링 경험을 통해 독자적인 노하우를 터득했기에 대형 조선사에서 하지 않는 틈새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8,000t 미만의 선박을 수주하는 한편 정유 및 석유화학 플랜트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기에 이르렀다.
“회사가 커나갈수록 외주를 맡기는 양이 기하급수로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철판 전처리, 절단, 성형, 절곡 등 임가공 비용이 전반적으로 상승해 비용 압박이 커졌습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모듈 제작 공정에 차질이 생기면 전체 일정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지속성장을 위해 해결책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확대보기절단장 / 전처리장원스톱 생산이 가능한 가공설비
강선 또는 강구조물 제작을 위해서는 임시 방청을 하는 전처리와 절단 등의 공정이 진행되어야 한다. 칸플랜트는 원스톱 진행이 가능해 지속적인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확대보기WE MAKE BETTER PIPES새로운 먹거리를 위한 도전
인클로저 사업은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분야로, 칸플랜트는 자체 생산을 통한 품질력 확보는 물론 설계, 설치, 사후관리까지 책임지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사업다각화를 통해 쾌속 순항 중

불황의 그늘이 짙어진 만큼 주변의 이름난 회사들도 아차 하는 사이에 문을 닫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한시라도 빨리 돌파구를 마련해야 했다. 마침 대불국가산단업단지(이하 대불산단) 내에 경영난으로 사실상 휴업 상태였던 공장을 임대해 아랍에미리트로 납품하는 약 500억 원 규모의 E하우스 모듈 공사를 수행하게 되었다. 자체 공장의 필요성을 절감한 그는 해당 법인을 인수했고, 2017년에 지금의 칸플랜트로 사명을 변경했다.
“여타의 기업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하는데, 우리는 그 반대의 경우라서 처음 몇 년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습니다. 기본부터 착실히 쌓아 올리자고 마음먹고 다시 시작했습니다.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단계별 성장 목표를 세웠습니다.”
우선 공장 내 장기간 유휴시설로 방치되었던 시설을 전체적으로 다시 점검해 수리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선박 구성품용 강판 전처리 설비와 플라즈마 절단기를 운용하면서 고정 물량을 맡길 거래처를 찾아나섰다. 전처리장과 절단장 등 사업장이 재정비되고 원스톱 진행이 가능해지면서 수주가 이어졌고, 회사에 활력이 되살아났다.
이후 경량구조물, 보도교 등 리스크가 낮은 강구조물 제작 공사를 진행하면서 사업 영역을 차츰 확장해나갔다. 해남 울돌목의 스카이워크, 광주수영대회 실외경기장 등 30여 건의 크고 작은 공사를 진행하면서 성장 기반을 다졌다. 독자적인 사업 포트폴리오가 쌓이면서 칸플랜트는 안정성과 성장을 담보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3년간은 육상플랜트 및 대형 구조물 제작, 설치를 통해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예를 들어 화력발전소의 CSU(Continuous Ship Unloader)는 원료를 운반선에서 지상에 내리는 대형 하역 설비로,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모듈 제작 및 설치는 물론 시운전까지 저희가 다 맡아서 진행하기에 고객사의 반응이 무척 좋습니다. 현재는 해상풍력발전단지 하부 구조물 사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해양플랜트에서 쌓인 경험이 있어 대규모 프로젝트 진행이 가능한 것이다. 최근에는 모기업에서 수행하던 E하우스와 ESS 등 인클로저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방염, 방습은 물론이고 비상 중지 기능을 비롯한 안전장치 등을 탑재한 특수 컨테이너로 제품을 자체 생산하기에 맞춤 설계 및 제작, 사후관리까지 담당한다. 특히 글로벌 ESS 시장 규모가 매년 30% 이상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앞으로의 시장 전망이 밝다. BMS(Battery Management Service) 기술 확보 방안을 검토 중인데, 기술력을 바탕으로 원가 경쟁력까지 갖춘 칸플랜트의 쾌속 순항이 기대된다.

확대보기칸플랜트 제조 공정

이계선 | 사진 김성헌

조회수 : 194기사작성일 : 202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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