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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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영人
자부심과 신념으로 100년 기업을 꿈꿉니다
베트올 김정미 대표

베트올 김정미 대표는 언뜻 고집스럽고 우직해 보인다. 그런데 찬찬히 들여다보면 진단 분야에 정통한 데서 오는 선택과 집중이며, CEO이자 과학자로서 자부심과 신념을 지키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선택과 집중은 오늘날 베트올을 반석 위에 올린 기틀이 됐으며, 자부심과 신념은 베트올을 100년 기업으로 이끄는 이정표로 서 있다. 동물진단 분야에서 늘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그에게 지속가능한 경영의 길을 물어본다.

확대보기김정미 대표

사람에게 발생하는 질병은 대부분 동물에게도 발생한다. 혈액, 분뇨, 체액, 침 등 동물 신체에서 유래한 물질을 이용해 몸 밖에서 신속하게 동물의 건강을 평가하고 병원균 및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기술이 동물 진단이다. 베트올은 2006년에 설립, 지난 16년간 동물 진단 분야에서 꾸준히 커리어를 쌓았다. 수의사가 진료 현장에서 반려동물의 질병을 즉시 검사할 수 있는 신속 진단 키트를 개발해 제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책임진다. 인체 진단과 병행하지 않고 동물 진단만 고집하는 국내 유일의 기업이기도 하다. 개의 심장사상충, 홍역, 파보바이러스(장염), 코로나바이러스, 고양이의 백혈병이나 면역결핍증 등 동물의 다양한 질병 진단에 필요한 총 52종의 제품을 출시하고, 생산 제품의 97%를 세계 시장으로 수출 중이다. 김정미 대표는 “레드오션인 인체 진단과 달리, 동물 진단은 해야 할 게 무궁무진하다”라고 말한다. 오직 동물 진단으로 한길을 걷는 이유이기도 하다.

확실한 차별화 전략이
있어야 합니다

베트올은 지난해 코로나19 악재를 뚫고 3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김 대표는 2012년 1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지 9년 만에 거둔 성과라 더욱 뜻깊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김 대표는 창업 초부터 세계 시장을 목표로 했다.
“인체 진단과 동물 진단은 특성 자체가 다릅니다. 인체 진단 분야는 제품 하나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반면, 동물 진단 분야는 개별 동물마다 지역에 따라 혹은 생태지형학적 위치에 따라 패턴이 달라요. 그 부분을 반영해 개별 제품을 개발해야 하므로 다품종 소량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자사 제품 52종 중에 국내에서 사용하는 제품은 5~6종에 불과합니다.”
물론 인체 진단과 유사한 점도 있다. 김 대표의 말을 빌리면 동물 진단 분야 역시 아주 더디고 보수적이라는 것. 제품 개발을 완료한 후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고, 그 데이터로 각국의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허가기관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나라마다 승인을 받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3년일 정도로 호흡이 길다. 더욱이 동물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신생기업에겐 진입장벽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베트올은 이 같은 허들을 넘고 현재 56개 거래처를 통해 전 세계 118개국에 수출하는 강소기업으로 입지를 다졌다. 김 대표는 그간의 2등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후발주자로서 세계 1위 글로벌 기업인 미국 아이덱스를 벤치마킹했다는 것.
“창업 후 후발주자로서 방향성을 잡는데, 1등 기업을 벤치마킹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어요. 시장에서 수요가 가장 큰 심장사상충 진단 키트를 1호 제품으로 생산한 것도 이 때문이고요. 그런데 2등 전략도 성능과 품질에 자신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진단 키트는 사용하는 즉시 좋은지 아닌지 바로 판가름이 나거든요. 저희 제품은 가격경쟁력은 있되 아이덱스에 비견할 만한 성능과 품질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저가 전략을 고수하지는 않아요. 고부가가치 제품이라는 자긍심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베트올은 특히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시장에 진출하면서 확실한 품질 우위 기반을 구축했다. 일본의 유수한 백신 전문기업과 거래하기 위해 시스템 전반을 업그레이드하고, 일본 후생성의 인허가를 받기까지의 과정 자체가 품질을 향상하는 계기로 작용했던 것. 개 심장사상충 전혈용 진단 키트가 대표적이다. 전혈용 진단 키트의 경우, 예전에는 혈액 샘플을 진단 부분에 떨어뜨리면 키트에 혈액이 번져서 보기에 좋지 않고, 진단 선과 번진 혈액이 겹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감염을 판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품질 면에서는 분명히 개선해야 할 과제였다.
베트올은 이 같은 혈액 번짐 현상을 개선하는 것을 ‘글로벌 넘버원 프로젝트’로 명명하고 수많은 노력 끝에 성공했다. 현재 베트올의 개 심장사상충 진단 키트가 일본 시장에서 점유율 65%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그 결과인 셈이다.
김 대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확실한 차별화 전략도 전개했다. 제품 출시와 함께 고객의 요청에 24시간 내로 회신하는 ‘FUW24(Follow up within 24 hours)’ 서비스를 운영한 것. 고객에 대한 신속한 기술지원이나 제품 딜리버리가 아쉬웠던 그간의 동물 진단 시장에서 베트올의 ‘FUW24’는 확실한 강점으로 작용했다.
“2등 전략이 방향을 잡고 시장을 잠식해가는 데는 유용하지만, 언제까지 2등에 머물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자면 최고의 품질과 성능을 기본으로 확실한 차별화 전략이 있어야죠. 고객과 소통하면서 24시간 내로 원하는 답을 피드백하는 만큼 고객과의 신뢰는 더 단단해집니다. 그 믿음과 신뢰가 저희의 자산입니다.”

확대보기김정미 대표

회사는 직원이 역량을 키울
기회를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김정미 대표는 베트올을 창업하기 전에 국가기관, 벤처기업, 대기업 등을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약리독성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공무원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나 ‘맞지 않는 옷’이라는 생각에 과감하게 바이오벤처 기업으로 이직했다. 그곳이 인체 진단 제품 개발 커리어의 시작점이었다. 평소 도전정신이 강한 그는 새로운 일에 욕심을 냈고, 그만큼 성과를 거뒀다. 그 성과를 토대로 이후 대기업으로 스카우트됐으며, 진단사업팀을 이끄는 수장으로 체계적인 시스템까지 경험하게 되었다.
개발자로서 김 대표는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 여부 및 유전형을 진단하는 유전자 칩, 결핵, 장바이러스, 성병 유전질환 진단 칩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사업화했다. 그중에서 자궁경부암 진단 칩은 유전자 진단 칩으로는 세계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으며, 현재 병원에서 사용 중이다. 김 대표는 바이오벤처 기업 연구소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학회나 세미나 등에 참석해 제품을 소개하는 등 프리마케팅 업무도 곧잘 했다. 이 같은 크고 작은 경험들이 CEO로서 기업을 경영하는 기반이 됐다고.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그는 사람에 좌우되지 않는 시스템, 절대로 망하지 않는 시스템으로 움직일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 특정한 사람에 좌우되지 않고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팀으로 세분화해 팀장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충분한 소통과 빠른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내 체계를 개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직원 교육에도 아낌없이 투자한다. 필수교육, 직무교육, 어학교육으로 나누어진 베트올의 자체 교육 커리큘럼은 촘촘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직급별 패키지 교육은 승진 직후 정해진 기간 내에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직무 관련 교육은 반기별로 1건 이상 이수해야 하며, 어학교육은 이수제한은 없으나 1년에 한 차례 영어 테스트를 진행해 판단한다. 가령 주임 승진자는 ‘중견사원 Value-Up class’ 과정을 3개월 내에 이수해야 한다. 영어 테스트의 경우 각자 개별 등급을 정하고, 점수가 낮더라도 해마다 등급을 갱신하는 직원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준다.
“직원의 수준이 곧 회사의 수준이며 직원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역으로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직원도 성장해야 하고요. 저는 회사에 필요한 역량이나 업무 스킬을 익힐 수 있도록 회사에서 그 기회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수출 기반의 글로벌 기업을 지향한다면 직원들의 어학 능력이 꼭 필요한데, 그걸 직원 개개인에 맡기는 게 아니라 회사에서 시스템을 마련해 지원해야죠. 그런 면에서 저희의 교육 시스템은 어느 기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자부합니다.”

확대보기신속 동물 진단 키트베트올의 신속 동물 진단 키트는 동물의 신체에서 유래한 물질을 떨어뜨려 한 줄이 나타나면 음성, 두 줄이 나타나면 양성으로 감염 여부를 판단한다.

세상에 없던 제품으로 베트올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나가는 중입니다

베트올은 지난 16년간 동물 진단 분야에서 한길을 걸은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인체 진단과 병행하는 것에 대한 기회나 제안이 없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진단 제품 연구개발부터 제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커버할 수 있으니 인체 진단 제품을 생산해보라는 요구와 제안이 더 빈번하게 들어왔다. 이때마다 김 대표는 ‘선택과 집중’을 떠올리며 흔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당장 이윤만 생각한다면 응했겠죠. 그런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그 시간에 동물 진단 신제품을 개발하는 게 더 큰 이익이라고 생각했어요. 돈만 좇는 기업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100년이 넘는 업력을 자랑하는 장수기업들은 멀리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리며 선택과 집중을 할 줄 알죠. 저는 베트올을 100년, 200년 기업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김 대표는 특히 센서를 기반으로 하는 자사 기술이 동물 진단을 넘어 어류, 식물의 질병 스크리닝 영역으로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국립수산과학원의 의뢰로 양식장의 바이러스성 출혈성 패혈증 진단 키트를 개발해 어류 진단 부문에 진출했으며, 농작물 질병 관련 진단 키트로 농림 부문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베트올은 앞으로 세계동물보건기구(OIE)의 인증을 획득해 세계 시장으로 보폭을 넓힐 계획이다. 김 대표의 말을 빌리면, 새로운 분야에서 세상에 없던 새로운 제품으로 베트올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나가는 중이다.
“그간 제가 공부한 게 우리 실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하는 것에 큰 보람과 기쁨을 느낍니다. 인체 진단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지만, 동물 진단 분야는 도전해야 할 게 무궁무진합니다. 새로운 분야와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과학자의 소명에 더해, CEO로서 이를 사업화하고 상용화하면서 동물 의료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동물 진단을 선도하는 리더’를 넘어 궁극적으로 ‘동물 의료 분야의 토털 솔루션 제공자’가 되겠다는 베트올의 비전이 더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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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미 대표의 핵심 경영 가치
당연한 일을 최고의 수준으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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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기업으로 가기 위한 전제 조건
글로벌 1등 기업을 경쟁 상대로
필요한 역량을 갖추기 위한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

당연한 일을 최고의 수준으로 하는 것을 핵심 가치로 삼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저는 세상의 모든 장인을 존경합니다. 한 분야에 오랫동안 전념하고 작은 부분까지 심혈을 기울여 그 분야에 정통한 장인들은 이미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생각해요. 그들은 자신이 맡은 당연한 일을 최고의 수준으로 해냈기에 그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기업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베트올을 100년, 200년대를 이어 존속하는 장수기업으로 만들고 싶어요. 구성원 모두 당연한 일을 최고의 수준으로 해낸다면 장수기업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겁니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최고의 수준에 대한 기준은 무엇입니까?
평소에 직원들에게 “하던 대로 일하고 절대 실수하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그건 낮은 수준의 요구죠. 최고의 수준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기준이라기보다 도전하고 넘어서야 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저희는 글로벌 시장의 1등 기업 아이덱스와 경쟁합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직원들과 이야기할 때도 “아이덱스 생산1팀 아무개도 이렇게 생각할까? 이게 최선이라고 여길까?”라고 되물어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해보면 기준이 명확해지거든요.

직원을 채용할 때도 이 같은 기준과 관점을 적용하시나요?
저희는 학점이 높거나 스펙이 좋은 직원을 찾지는 않습니다. 회사에 필요한 역량이나 직무 스킬은 입사해서 배우고 익히면 되니까요. 그런데 적어도 사람으로서 됨됨이나 열정, 적성을 알고 싶어서 자체적으로 팀별 쪽지 시험을 진행합니다. 어렵다기보다 초등학생도 풀 수 있는 개념 중심의 문제인데, 학력이 높고 학점이 좋은 사람들도 제대로 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죠.

당연한 일을 최고의 수준으로 할 수 있도록 직원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한다고 들었습니다.
직원 교육은 회사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의 자기 계발과 역량 강화는 회사의 성장과 직결되는 것이기도 하고요. 당연히 아낌없이 투자해야죠. 자체적으로 사이버연수원을 구축해 직급별 교육, 직무교육, 어학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그 커리큘럼을 제가 직접 설계했습니다. 직급에 따라 혹은 회사 성장에 따라 필요한 역량을 갖추는 데 요긴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은정 | 사진 김윤해

조회수 : 587기사작성일 : 202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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