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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보면 변화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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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데이터
최근 경제학 연구에서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로 떠오른 것이 ‘데이터’다. 학문적 발전이 거듭되면서 경제학에서 주장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이론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그 이론이 실제로 적합한지를 데이터로 검증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눈에 띄는 경제학 거장들의 주요 연구들은 대부분 방대한 정보 속에서 필요 데이터를 추출해 기존의 이론들을 입증하는 작업들이다.
하지만 검증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통계 작업을 통해 유의미한 결론을 얻으려면 적어도 수년에서 수십 년간 연속적으로 축적된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중요한 데이터 보고로 손꼽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과세 및 납세 자료다. 소득과 자산 관련 정보를 납세 자료만큼 정확하게 포착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큰 주목을 받았던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도 자산의 불평등 현상을 실증하기 위해 몇백 년간의 국가별 과세 데이터를 활용한 바 있다.
특히 과세 데이터는 전 업종에 걸친 전수 정보를 다루고 있어 시대의 변화상을 살펴보는 데도 유의미하다. 설문조사 등으로 집계하는 각종 산업조사 등에서 포착하기 어려운 특정 산업의 흥망성쇠 현황을 아주 정밀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웰빙 열풍이 바꾼 업종지도
그런 측면에서 국세청에서 최근 발표한 ‘100대 생활업종 통계’는 이런 변화상을 잘 보여주고 있어 관심을 가지고 볼 만하다. 국세청은 국내 사업자등록 수를 기반으로 한 ‘사업자 현황 통계’를 매월 국세통계 홈페이지(stats.nts.go.kr)에 공개한다. 이 가운데 우리 생활에 밀접한 100대 생활업종을 선정해 따로 집계, 정리한 데이터를 최근 발표했다. 100대 생활업종은 주로 소매와 음식, 숙박, 서비스에 속하는 업종 가운데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품목과 서비스를 판매하거나 취급하는 업종들이다.
100대 업종 가운데 3년 전에 비해 가장 증가율이 높은 업종은 스포츠시설운영업(140.3%), 펜션·게스트하우스(89.1%), 애완용품점(80.2%), 커피음료점(72.8%), 공인노무사(61.5%), 피부관리업(58.8%), 실내스크린골프점(48.7%) 등으로 나타났다.
스포츠시설운영업은 단전호흡, 마인드 컨트롤, 탁구장, 정구장 등을 포괄하는 업종으로, 헬스클럽(41.3% 증가)이 별도로 분류되었는데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숫자로는 2017년 현재 5,123개로 헬스클럽(6,469개)보다 적지만, 웰빙을 추구하는 트렌드를 반영해 최근 가장 크게 증가하는 업종으로 자리 잡았다. 피부관리업(58.8%), 의료용품 가게(20%) 증가도 모두 이런 웰빙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술집·산부인과 지고, 커피전문점-여행업 뜨고
반면, 트렌드의 변화 때문에 등록 수가 하락한 업종도 많다. 전체적으로 지난 3년간 하락 폭이 컸던 업종은 구내식당(-25.2%), 실외골프연습장(-24.1%), 담배가게(-19.9%), 간이주점(-15.7%), 신발가게(-12.7%), 식료품가게(-12.3%), 문구점(-11.6%), 예식장(-11.3%), 호프전문점(-10.2%), 결혼상담소(-9.4%) 순으로 집계되었다. 하락한 업종들은 몇 가지 트렌드 변화를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우선 인구증가율 감소 및 결혼인구 감소, 출산율 저조 등의 영향으로 예식장(-11.3%)과 결혼상담소(-9.4%) 등록 수가 크게 줄었다. 병원 가운데에서도 13개 진료과목별병·의원 중에서 산부인과만 유일하게 감소(-3.7%)했다.
직장의 회식 문화가 변화하면서 간이주점(-15.7%)이나 호프전문점(-10.2%)의 수도 크게 줄어든 것이 눈에 띈다. 반면에 커피음료점(72.8%)은 크게 증가해, 술보다는 차를 마시는 문화가 크게 확산되고 있을 확인할 수 있다. 흡연자 수가 줄어들면서 담배가게(-19.9%) 수도 크게 줄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유통업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홈쇼핑 중심으로 변화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신발가게(-12.7%), 식료품가게(-12.3%) 등 전통적으로 생활 주변에 많았던 상점이 온라인 쇼핑 및 마트 증가의 영향으로 줄어들었다. 유통산업에서 전통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줄고 있다는 의미인데, 이 때문에 시장의 유동인구 등으로 경기의 향방을 가늠하는 일은 이제 조금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이 시장이 아닌 안방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가 문화의 변화로 인한 업종 변화 양상도 눈에 띄는 현상들이다. 골프 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실외골프연습장(-24.1%)은 크게 줄고 실내스크린골프점(48.7%)은 크게 증가했다. 같은 놀이에서도 ‘방식’이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펜션·게스트하우스(89.1%)는 늘어났으나 여관·모텔(-4.8%)은 감소한 것도 이런 변화상 가운데 하나다. 이와 더불어 여행사(19.5%)도 크게 늘어, 우리 생활에서 여행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 크게 늘어났던 PC방(-5.2%)은 줄어들고 당구장(24.8%)은 증가 추세로 돌아선 것도 특징이다.
취학연령 아동 수는 줄어들었는데 부모가 아이에게 들이는 비용은 크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들도 있다. 문구점(-11.6%) 수는 줄어들었지만 장난감가게(45.3%)와 교습소·공부방(22.9%), 교습학원(8.6%), 예술학원(8.4%) 수는 해마다 크게 증가하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특히 학생 수 10인 이상, 여러 개의 강의실을 갖춰야 하는 교습학원보다 소규모 교습소·공부방의 증가 폭이 더 컸다. 숫자로는 교습학원(55,447개)의 절반 수준(27,689개)이지만, 최근 소규모 형태로 크게 증가하고 있는 사교육 시장의 양상을 보여준다.
최근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우리 일자리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야기가 많다. 긴 변화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위해선 정확한 데이터들을 보며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유의미할 것으로 보인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조회수 : 1,885기사작성일 : 2018-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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