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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콕경제
근로시간 단축과 생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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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을 늘릴 것인가, 생산성을 높일 것인가
최근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합의되었다. 정부 경제정책의 가장 큰 목표가 고용 증대인 만큼,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기 위해서다. 이와 더불어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는 생산 관행을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사회에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고질적인 야근 문화를 없애고 우리 기업들의 생산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사람이 일하는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이전과 같은 산출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고용을 늘려 줄어든 노동시간을 메우는 것, 그리고 생산성을 높여 적은 시간에 더 많은 산출량을 꾀하는 것이다. 정부는 사회 전체 후생이라는 차원에서 전자에 더 관심이 많지만, 기업은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 후자에 더 관심이 많다. 때문에 최근 언론에는 ‘생산성’을 다루는 기사들이 많았다.
‘생산성’은 투입 요소를 이용하여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을 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하지만 최근 언론에는 총요소생산성과 노동생산성 등 다소 개념이 다른 지표들이 혼재돼 있어 명확한 이해를 방해하곤 했다.
‘생산성’이라고 하면 노동자 1인당 또는 노동자 1시간당 산출량으로 효율성을 측정하는 ‘노동생산성’을 칭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투입요소를 ‘노동’으로 보고, 기준 단위당 얼마나 산출했는지를 ‘금액’ 기준으로 측정한다. 이때 ‘산출액’을 무엇으로 할지에 대해서도 기준이 있다. 보통 국제 비교 등을 위해 노동생산성을 측정할 때에는 생산액에서 원재료비, 연료비, 외주가공비 등 주요 생산비 합계를 뺀 부가가치를 활용한다. 이전 단계에서 넘어온 가치는 제외하고 새로 창출한 가치만을 보기 위해서다.

한국 노동생산성 OECD 바닥권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동자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3.1달러로, OECD 35개국 가운데 27위 수준이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평균적으로 1시간에 33.1달러어치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다. 노르웨이(79.1달러)나 미국(61.6달러)의 절반 수준이고, OECD 평균(46.9달러)보다도 밑돈다. 매년 한 단계 정도씩 상승하고는 있지만 2000년 이후 28~31위라는 하위권에서 큰 변동이 없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이 낮은 이유는 산출량에 비해 1인당 노동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으로 취업자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OECD 35개국 가운데 멕시코(2,255시간) 다음으로 가장 길다. OECD 평균이 1,763시간이므로 OECD 평균에 비해 1주일에 약 6시간 정도를 더 일했고, 1인당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1,363시간)보다는 매주 평균 13.6시간을 더 일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꾸준히 증가해오긴 했으나, 최근 10년간 증가율은 둔화되는 경향이다. 노동 투입량이 일정하게 증가한다면 부가가치 생산이 이보다 더 크게 늘어야 노동생산성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성장률이 정체되면서 부가가치 생산 증가율이 이를 상회하기 어렵기 때문에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둔화되는 추세이다. 이러한 노동생산성 증가율 둔화 추세는 선진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OECD 회원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자본투입보다 혁신과 기술개발 중요
반면, 기사에 가끔씩 등장하는 총요소생산성은 노동생산성과 조금 다른 개념이다.
노동생산성은 투입 요소를 노동 한 가지만으로 보고 효율성을 측정한다. 하지만 실제로 생산을 할 때에는 노동 외에 자본과 같은 필수 요소가 투입되고, 이들 외에 생산량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들도 생긴다.
총요소생산성은 이렇게 여러 가지 생산 요소가 투입되는 경제에서 요소 투입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 이외의 것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한 생산에 이용되는 노동, 자본 등의 투입량이 이전에 비해 2배 증가했을 때, 산출량도 정확하게 2배가 되었다면 총요소생산성은 전혀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하지만 투입량이 2배가 되었는데 산출량이 2.3배 증가했다면, 설명이 되지 않는 0.3만큼 총요소생산성이 증가한 것으로 본다. 즉, 총요소생산성의 변화율은 투입 요소 증가율로 설명할 수 없는 기술과 지식의 진보, 경영 혁신, 설비 개선 등의 총합으로 생각하면 쉽다.
따라서 총요소생산성은 절대 크기도 중요하지만, 부가가치 성장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상대 크기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노동과 자본투입 증가율이 설명하는 이외의 부분이 어느 정도인지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96년부터 2014년까지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부가가치 성장에서 노동과
자본, 총요소생산성이 차지하는 평균 비율은 대략 1.5 : 7 : 1.5였다. 성장에서 자본투입 증가로 돌릴 수 있는 비율이 대략 70%, 총요소생산성의 비율이 15% 정도라는 의미다. 선진국과 비교한다면 총요소생산성의 비율이 다소 낮다. 미국과 프랑스가 20% 내외, 독일이 30% 내외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조업으로 한정하면 이 비율의 격차가 더 커진다. 제조업 부가가치 성장률에서 자본투입 증가율과 총요소생산성의 기여율이 대략 70%, 30%다. 반면에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은 총요소생산성의 기여율이 90% 이상이다. 즉, 우리의 경우 자본투입을 늘려서 주로 성장을 했지만, 선진국은 총요소생산성 향상을 통해 성장을 해왔다는 이야기다. 선진국과 우리 모두 제조업 고용은 감소 추세여서 노동 투입의 기여율은 거의 없거나 음수를 나타낸다.
자본투입에 의한 성장은 일정 수준이 지나면 성장률을 크게 올리기 어렵다. 때문에 보다 선진국형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혁신과 기술개발을 통해 생산성 위주의 성장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자본투입 대신 고용을 늘려 성장을 견인하려 한다면, 확대된 고용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향이 설정되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늘려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조회수 : 1,468기사작성일 : 2018-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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