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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이 비는 건 기분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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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노는 지표경기와 체감경기
최근 소비자물가와 체감물가가 괴리되어 있다는 보도가 많이 나왔다.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느끼는 체감물가는 꽤 높은데,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에 비해 1.5%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까닭은 소비자물가지수가 여러 품목에 대한 평균값인 반면, 우리는 자신이 주로 구입하는 품목을 통해서만 물가 변화를 느끼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도시 가계의 평균적인 생계비를 가진 사람들의 구매력 변동을 측정하기 위해 산출하는 지수다. 소비자물가지수가 10% 상승했다면, 종전의 소득으로 구매를 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10%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작성된 결과는 정부의 재정, 금융 정책의 기초자료로도 쓰이고, 금액으로 작성된 지표의 실질가치를 환산하는 데 쓰는 디플레이터로도 이용한다.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출하기 위해 통계청은 조사 품목과 조사 지역, 조사 대상 등을 정하고 매달 조사를 실시한다. 품목 수는 계속 증가해왔는데, 2015년부터는 460개의 대표 상품과 서비스 품목을 선정해오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늘 접하는 식료품, 의약품, 가전제품 등과 같은 상품과 입시학원비, 집세, 버스요금, 이발료 등과 같은 서비스 품목들이 포함되어 있다.

물가 착시 부르는 가중치 마술
이렇게 선정한 품목들의 가격 변동을 계산할 때는 품목에 상관없이 똑같이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가중치만큼 곱해져 지수에 반영된다. 가중치는 가계 소비 지출액의 크기에 따라 많이 지출하는 품목에는 큰 값을, 적게 지출하는 품목에는 작은 값을 갖도록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전세 가격은 전체 가중치 1,000 가운데 가장 큰 49.6의 가중치를 갖는다. 다음으로 월세가 43.6, 휴대전화 이용료 38.3, 휘발유 25.1, 전기료 18.9, 공동주택관리비 18.6 등의 순서로 460개 품목마다 각각의 가중치를 가진다. 따라서 가중치가 큰 품목의 가격은 조금만 올라도 소비자 물가에 크게 반영된다. 상대적으로 가중치가 작은 품목은 가격이 아무리 높이 올라도 소비자 물가에 덜 반영될 수 있다. 물가지수와 내가 느끼는 물가의 괴리는 이런 부분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이 품목들에 대해 전국 38개 도시의 25,000개 소매점포와 서비스업체에서 직접 가격을 조사한다. 모든 상권을 종합하기 위해 일반시장, 백화점, 할인점 등을 고루 섞어 조사하고 있다. 소재지 역시 서울, 부산, 대구와 같은 대도시는 대표성이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소매점포와 서비스 업체를 선정하고, 소도시에는 적게 선정한다.
이렇게 품목과 조사지를 정하면, 통계청 조사담당 직원이 직접 대상점포를 방문해 점포 주인이나 책임자에게 품목별로 가격을 확인하는 형태로 조사를 한다. 농축산물의 경우는 가격 변동이 잦기 때문에 한 달에 세 번 조사를 하고, 서비스 품목은 한 달에 한 번 조사를 하고 있다.
따라서 지수 안에 어떤 품목이, 어느 정도의 가중치를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물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통계청에서는 5년에 한 번씩 품목별 가중치를 바꿔 소비구조의 변동을 반영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이보다 더 빨리 변화할 수 있어 2~3년에 한 번씩 가중치 개편을 하기도 한다.

물가 괴리 줄이기 위해 다양한 보조지표 활용
이런 노력들이 더해지기는 하지만, 개개인의 소비구조가 제각각 다르기 마련이라 체감 물가와 소비자물가지수의 괴리를 피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어떤 소비자는 가계지출 가운데 월세 비중이 30% 정도인데, 소비자물자지수에서 이 품목의 가중치는 4.36%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월세가 올랐을 경우 이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물가는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보다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 때문에 소비자물가지수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보조지표들이 등장한다. 쌀, 두부, 콩나물, 쇠고기, 귤 등 일반 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는 기본생필품 141개 품목으로만 만든 ‘생활물가지수’도 그 가운데 하나다. 또 생활물가지수 가운데 값이 비교적 일정한 가공식품을 제외하고 기상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신선식품 50개 품목으로만 작성한 ‘신선식품지수’도 있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1.5%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동월대비 4.5%나 올라 장바구니 물가를 좀 더 현실적으로 보여줬다.
반대로 너무 가격이 자주 바뀌는 식품이나 에너지를 제외하고 지수를 산출해 근원적인 경제 흐름을 파악하기도 한다. 보통 ‘근원소비자물가지수’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통계청에서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라는 이름으로 공표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 조사품목 460개 가운데 농산물과 석유류 관련 품목을 제외한 407개 품목으로 이 지수를 작성한다.
근원소비자물가지수는 한국은행이 통화량과 기준금리 등을 조정할 때에도 참고하는 대표적인 물가지수 가운데 하나다. 일시적인 물가 변동분을 제거하고 나라의 기초 경제 여건을 더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와는 괴리가 더 크다는 지적도 받는다. 5월 근원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1.4% 증가해 소비자물가지수보다도 더 낮았다.
한편, 소비자물가지수와는 달리 기업의 생산원가와 비용증가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생산자물가지수도 있다. 국내생산자가 국내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종합해 작성하는 생산자물가지수는 한국은행에서 매월 공표한다. 생산자물가지수는 특성상 유가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 지난 4월에 전년동월대비 1.6% 상승하며 최근 3년 5개월래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보통 생산자물가지수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지수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조회수 : 1,463기사작성일 : 2018-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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