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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수출

확대보기항해 중인 대형 수출용 선박 사진

소비위축에 투자 감소까지, 하반기 경제 ‘먹구름’
하반기 우리 경제에 대한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 보통 연구기관들은 전년 10월부터 연말 전후에 다음 해 성장률을 전망하고, 이후 하반기에 접어들 때 수정 의견을 반영한 하반기 전망을 한다. 올 초에도 우리나라 경제는 상반기에 경기가 좀 더 개선되고 하반기에는 개선세가 이보다 조금 떨어질 것으로 보는 ‘상고하저’ 전망이 많았다. 그러한 전망 속에서 상반기를 보냈고, 큰 이변이 없는 상태에서 하반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한 나라의 경기를 좌우하는 큰 축은 소비, 투자, 수출이다. 세 축이 얼마나 원활하게 돌아가느냐에 따라 경기가 활황세를 띠기도 하고 위축되기도 한다. 올 상반기에 우리 경제를 이끈 것은 수출과 소비였다. 민간소비의 경우 공공부문 채용 확대,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최근 양호한 수치를 보여왔다. 그런데 최근 소비자 심리지수가 하락하고 소매판매 증가폭도 축소되는 등 민간소비가 위축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조금씩 열던 지갑을 다시 닫기 시작한 셈이어서 하반기 경제를 어둡게 하고 있다.
투자의 경우는 크게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로 나뉜다. 지난해에는 아파트 재건축 붐 등으로 건설 경기가 좋아지면서 건설투자 수치가 좋았다. 하지만 아파트 건설 흐름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올해에는 건설투자가 크게 줄었다. 기저효과라 할 수 있는데, 이와 관련해 건설 경기에 따라 좌우되는 취업자 수도 줄어들었다.
설비투자는 수출 경기에 크게 좌우되는 측면이 강하다. 지난해부터 수출이 호조를 띠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계류 설비투자가 좋은 흐름을 보였다. 올 상반기까지도 이 흐름이 유지되었는데, 이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설비든 건설이든 어느 정도 투자가 이뤄지면 투자 사이클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기 때문이다.

수출은 견조한 흐름 유지 전망
현재 든든하게 우리 경제를 끌고 가는 것은 결국 수출이다. 수출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개선되기 시작해 상반기 내내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미국 등 선진국 경기가 강한 호조세를 보이면서 세계 교역량이 늘어나고 우리 수출도 오랜만에 뒷심을 발휘했다. 수출은 하반기에도 비교적 견실한 흐름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수출이 크게 증가한 까닭에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은 다소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반기 ‘하저’를 예측하는 것은 이런 논리 때문이다.
하반기 경기를 이끌 우리 경제의 대표선수는 수출인 셈인데, 이 역시 불안한 측면이 많다는 게 문제다. 요즘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반도체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979억 달러로, 거의 1,000억 달러에 육박하며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5,737억 달러 가운데 17%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 반도체 수출액은 613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 2,975억 달러 가운데 21%다. 전체 수출의 5분의 1을 담당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반도체 편중 수출 ‘불안’ 요소
보통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13대 주력 품목’이라 불리는 대표 품목들이 전체 수출의 75~80%를 차지해왔다. 13대 품목 가운데 반도체,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이 수출 우등생들로, 각각 전체 수출의 10% 내외를 담당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조선, 자동차 등 왕년의 우등생들이 큰 힘을 쓰지 못하면서 반도체 의존도가 더 커진 것이다.
다행히 반도체 경기는 하반기까지 꾸준히 좋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가 주력인데, 최근 빅데이터, 클라우딩 컴퓨팅 등 대용량 데이터를 다루는 기술이 늘어나면서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또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 모든 생활기기에 반도체칩이 탑재되기 시작하면서 관련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우려스런 점은,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공급량을 늘릴 경우 반도체 단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술력 우위가 크기 때문에 가격도 당분간은 유지될 것이란 예측이다.
한편, 반도체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은 반도체 이외 품목들의 수출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올 상반기 수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6.6% 증가했고, 반도체는 43%나 증가했다. 그런데 반도체를 빼고 집계를 해보면 상반기 수출액은 작년 수치와 거의 비슷하다. 증가한 수출액 대부분이 반도체 덕분이라는 셈이다.

조선 · 통신 지고, 석유화학 제품은 뜨고
물론 이름값을 톡톡히 한 품목들도 있다. 유가가 올라 석유제품, 석유화학 수출액이 각각 전년동기 대비 33%, 13% 증가했다. 세계 경기 호조세로 일반기계 수출도 9.6%나 증가했다. 일반기계는 설비투자, 건설투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세계 경기 변동과 추이를 함께하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반면, 과거에 수출 품목 1위를 앞다퉜던 선박은 수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55%나 줄었다. 자동차도 미국 수출 등이 흔들리면서 6% 감소했다. 중국 제품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휴대폰 등 무선통신기기는 수출액이 17.8% 감소했고, 디스플레이도 16% 하락했다.
하반기에도 이들 품목의 수출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선박의 경우 수주를 한 뒤 수출까지 이어지는 데 대략 2년 정도가 소요된다. 따라서 수주량을 보면 2년 뒤의 수출량을 가늠할 수 있는데, 내년 정도 되어야 수출 개선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러나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디스플레이 관련 업계는 세계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전망이 불투명하다.
이와 함께 미중 무역전쟁으로 우리 수출이 얼마나 타격을 입게 될 것인지를 추정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최근 여러 연구기관들이 미중 무역전쟁에 의한 수출 피해액 추정치를 내놓았지만, 기관마다 차이가 컸다. 양국의 관세 인상으로 대상 품목의 수출이 완전히 중단될지, 조금 감소할지, 영향이 없을지, 품목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대체 품목이 있는지, 가격 인상을 떠안을 여력이 있는지 등에 따라 품목별 반응은 달라질 수밖에 없어 추정이 쉽지 않다. 우리 경제를 힘겹게 끌어가고 있는 하반기 수출을 불안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조회수 : 1,564기사작성일 :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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