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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콕경제
디지털세 불똥 떨어질라

세금 피하는 IT공룡들의 꼼수, 바로잡을 수 있을까?
일명 ‘구글세’라고도 불리는 디지털세 도입이 임박해 우리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디지털세는 원래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과 같이 다국적 서비스를 하는 글로벌 IT기업들의 조세 회피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추진된 세제다.
예를 들어 많은 글로벌 IT기업들이 취하고 있는 ‘더블 아이리시 위드 더치 샌드위치’ 방식이 대표적인 조세 회피 형태다. 애플이 1980년대에 만들어낸 이 방식은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와 네덜란드에 각각 2개, 1개의 자회사를 세우고 이를 통해 세금을 줄이는 방식이다. 이후 구글 등 많은 글로벌 IT기업들이 이 방식을 활용하면서 유명해졌고, 세계 여러 정부들의 골칫거리가 되어왔다.
이 방식의 핵심은 세율이 낮은 나라의 자회사로 보내는 비용을 늘려 세금을 줄이는 것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업을 하며 높은 매출을 올리지만, 브랜드 로열티 등 지적재산권 사용료를 지불하는 형태로 비용 지출을 늘려 절세를 하는 것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미국에 본사가 있는 G라는 기업은 아일랜드에 A와 B라는 자회사를, 네덜란드에 C라는 자회사를 설립한다. A사는 미국 본사의 지적재산권을 이전받고, B사는 A사가 보유한 지적재산권을 미국 외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독점 권리를 갖는다.
G사는 한국법인을 세우고 한국에서 높은 매출을 올린다. 하지만 수익의 상당수를 ‘브랜드 로열티’의 형태로 아일랜드 B사로 지출한다. 동일한 브랜드를 통해 사업을 했기 때문에 지적재산권에 대한 사용료를 낸다는 의미에서다. 수익의 대부분을 비용으로 지출한 한국법인은 아무리 매출을 올려도 장부상 이익이 남지 않는다. 결국 G사는 한국에서 법인세를 거의 내지 않게 된다.
그런 다음 아일랜드의 B사는 세계 각지 현지법인들이 보내온 로열티 수익의 상당부분을 네덜란드의 C사로 보내고, C사는 이 수익의 99%가량을 아일랜드 A사로 보낸다. B사가 A사로 직접 송금하지 않는 이유는 세법 때문이다. 아일랜드의 경우 내국 법인 사이의 로열티 지급(B → A)에는 20%의 원천징수 세율이 적용된다.
그러나 아일랜드에서 네덜란드로 지급되는 EU 국가 간 로열티(B → C → A)에는 원천징수가 되지 않는다. 네덜란드 C사는 세금을 줄이기 위한 징검다리, 즉 ‘도관회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G사의 해외 영업수익이 아일랜드 A사에 모두 모였다. 여기에서 화룡점정이 있다.
G사는 버뮤다나 바하마 같은 곳에 별도 법인 D를 설립한 뒤 A사의 실질적 경영을 담당한다고 신고한다. 아일랜드 A사의 실제 소재지가 버뮤다인 것처럼 만드는 것이다. 아일랜드 세법은 실질적 거주자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납부받는다.
이와 같이 A사를 운영하는 주체가 버뮤다에 있는 것이 증명되면 A사는 아일랜드에 법인세를 하나도 내지 않는다. 버뮤다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법인세 0%의 조세천국이다. 결국 G사는 버뮤다 귀착지를 통해 합법적으로 세금을 하나도 내지 않는 마술을 보여왔다.

확대보기구글 삼성 페이스북 넷플릭스 로고

구글세 받으려다 삼성세 낼 수도
글로벌 IT기업들의 이와 같은 합법적 조세 회피에 대해 많은 국가들이 불만을 키워왔다. 자국에서 높은 매출을 거두면서도 세금은 형편없게 낮게 낸다는 이유에서다. OECD는 2012년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해 왔고,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 외에 말레이시아도 올해부터 글로벌 IT기업의 매출에 2~6%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구글이 올해 초에 앞으로 ‘더블 아이리시 위드 더치 샌드위치’ 기법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상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쓰지 못하게 된 것이다.
다만, 국가 간에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합의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글로벌 IT기업의 본산인 미국의 반발이 크다. 미국은 유럽 국가들의 디지털세 부과가 자국기업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EU에 대해 보복관세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향후 추진될 디지털세 과세 대상을 구글, 페이스북 같은 IT기업뿐 아니라 가전, 자동차 등 제조 기업들에게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조업 기반이 두터운 유럽 국가들에 대한 반격인 한편, 과세 대상이 확대되면 세율 등을 함께 낮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OECD와 G20 등 136개국이 참여하는 다자 간 협의체인 ‘BEPS 이행체계(Inclusive Framework, IF)’는 2020년 1월 말에 총회를 열고 디지털세 기본 골격을 합의한다. OECD 초안은 디지털세 부과 대상을 미국의 주장대로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 등 글로벌 제조기업들로 확대했다. 제조기업들도 온라인을 통해 마케팅을 하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므로 매출이 발생한 모든 국가에 디지털세를 내야 한다는 취지다.
OECD 초안대로 합의가 될 경우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한국 기업들도 디지털세의 과세 대상이 된다. 과거에는 어떤 국가에서 스마트폰을 판매하면 스마트폰 판매액에 대해서만 세금을 냈지만, 스마트폰 이용을 위해 모바일 서비스 등을 판매했을 경우 이에 대해서도 디지털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체제가 디지털화되면서 세금체계도 변화한다. 수출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은 우리 기업들도 바뀐 현실에 맞춰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때로는 부당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디지털세가 추진되어온 과정을 살펴보면 세계적인 공조 과정에서 강대국의 입김이 여전히 세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조회수 : 2,733기사작성일 : 202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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