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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를 키우는 든든한 조력자 모태펀드

확대보기악수

2조5,000억 원 규모 벤처펀드 조성한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모태펀드에 1조3,000억 원을 출자해 총 2조5,000억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모태펀드 제도는 우리나라 벤처기업 투자 지원 정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제도다. 흔히 한국의 산업정책은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하는 데 골몰할 뿐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모태펀드 제도는 2005년에 도입된 이후 시장 실패 영역을 민과 관이 함께 해결하고 있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산업정책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에 벤처기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메디슨, 비트컴퓨터 등과 같은 1세대 벤처기업들의 탄생에서 시작하는데, 이들은 기술력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자금 문제로 종종 고전하곤 했다. 이후 88서울올림픽 등을 거치면서 올림픽 전산시스템을 담당한 핸디소프트, 터보테크 등과 같은 IT 벤처회사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그러자 정부에서도 첨단기술의 중요성을 느끼고 대기업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소기업창업지원법’ 등 정책 기초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제도적 기반이 미비해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중소기업창업지원법 등에 따라 창업투자회사 등이 등장했지만, 투자가 원활하지는 못했다. 벤처 투자는 특성상 고위험이 따르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투자와 동시에 수익이 발생하는 일반 창업과는 달리 벤처기업은 투자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난후에 수익이 발생하곤 한다. 일반적인 벤처 투자 펀드 존속기간이 약 5~10년으로 설정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보완장치가 필요했다.
그러다 1996년 코스닥 시장이 설립되고 1997년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되면서 변모하기 시작했다. 당시 벤처기업들이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 담보 중심의 대출이 대부분이라는 점이었다. 유형자산이 부족한 벤처기업들은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 기술담보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주식시장에서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직접 자금을 조달하기 쉽도록 코스닥 시장도 개설했다. 또 벤처캐피털을 늘리기 위해 연기금의 벤처 투자나 펀드 투자를 허용하고, 벤처 투자자금에 대한 다양한 조세혜택도 내놓았다. 이런 과정에서 1999년 세계적으로 인터넷 산업에 대한 벤처 투자 붐이 일면서 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6,000개 벤처 키운 모태펀드, 민간투자의 마중물
확대보기빌딩 하지만 벤처 투자 열풍이 지나면서 다시 시장은 빠르게 식어갔다. 낙관론으로 쉽게 빠졌던 시장은 비관론으로 가득 찼다. 벤처 투자 기능을 뒷받침할 장기적인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반성도 일었다. 이에 대응해 정부가 직접 투자를 늘릴 수도 있지만, 그런 방식은 단기효과에 그칠뿐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이에 따라 2005년 정부는 모태펀드 제도를 도입했다. 모태펀드는 정부가 개별 기업이나 펀드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출자를 한 뒤 민간 자금과 합쳐 다시 여러 개의 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그 전에는 정부가 공공 벤처캐피털에 직접 투자를 하곤 했다. 그런데 벤처캐피털에 투자를 해도 해당 벤처캐피털이 수익성을 고려하며 소극적으로 투자를 하는 탓에 효과가 크지 않았다. 투자 대상 선별 과정에서 정치적 고려가 개입된다는 한계도 있고, 정부의 선별 능력이 높지도 않다.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펀드의 펀드라 불리는 모태펀드를 도입했다. 정부가 목적별 용도에 맞게 출자를 하면, 여기에 민간 벤처캐피털이 자금을 매칭해 펀드를 결성하고 운용도 직접 하는 형태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05년 한국벤처투자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가 모태펀드로 출자하는 자금을 관리하면서 목적별 펀드를 공모하고, 각 펀드에 투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모태펀드는 각 부처가 관리하는 중소기업진흥기금, 문화산업진흥기금, 영화발전기금 등에서 계정별로 자금을 출연받는다. 올해의 경우 중소벤처기업부, 문화부, 특허청 등 10개 부처로부터 1.3조 원을 출연받고, 민간에서 1.2조 원을 매칭해 총 2.5조 원의 벤처 펀드를 만들 예정이다. 지난해 벤처투자금이 역대 최대인 4.3조 원이나 늘어난 데에는 이런 모태펀드들의 활약이 컸다. 2005년 이후 이제까지 모태펀드를 통해 총 765개, 24조8,617억 원 규모의 자펀드(子fund)가 조성됐다. 이런 자금들이 이제까지 6,035개의 창업기업, 벤처기업, 영화제작 프로젝트 등에 투자됐다.
물론 모태펀드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민간 벤처캐피털과 매칭해 펀드를 조성하고, 운용도 민간 벤처캐피털이 담당하기 때문에 민간 주도 형태의 시장을 정착시켰다는 장점은 있다. 정부자금이 투입돼 기업 초기 투자가 부족하던 시장 실패 영역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민간이 추구하는 수익성과 정부가 추구하는 공공성을 함께 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많은 연구들을 통해 모태펀드의 평가 지표와 방식이 기존의 민간 펀드들과는 달라야 한다는 점들이 제시되지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수익률이 낮으면 정부의 돈을 허투루 썼다고 비판받고, 수익률만 높으면 공공성은 어디로 갔냐고 비판받기 일쑤다.
하지만 우리나라 벤처 투자 시장을 확대하는 데 정부의 역할이 적지 않았고, 그 뒤에 모태펀드가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정부가 마중물을 제공하면서 민간 자본을 유인해 시장을 확대하는 공조 시스템이 잘 작동된 제도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조회수 : 2,019기사작성일 : 202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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