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콕콕경제
중고차 팔겠다는 대기업, 가능할까?

확대보기중고차 판매 일러스트

현대차 중고차시장 진출 공식화

최근 현대차 그룹이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이제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할 수 없었다. 중고차 시장은 2013년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분야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9년 2월 중고차 시장의 대기업 진출 제한 유효기간이 만료되면서 대기업들이 다시 중고차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부터 중소기업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도’를 도입해왔다. 과거 1979년부터 2006년까지 중소기업과 영세 상인을 보호하기 위한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가 운영된 바 있다. 이후 폐지되었던 이 제도가 2011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따라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도’라는 이름으로 다시 살아났다. 이 법률에 따라 민간단체인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대한 신청을 받아 심의한 뒤 해마다 선정 품목을 발표한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대기업은 3년간 확장을 자제하거나 해당분야에 진출할 수 없다.
이 제도에 따라 두부, 김치, 세탁비누, 고추장, 판지상자, 문구소매업 등 100여 개의 품목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적합업종 제도를 처음 도입할 때에는 제조업에 한정했지만 이후 서비스업에도 적용이 확대됐다. 하지만 영원히 시장을 보호받는 것은 아니다. 한번 선정되면 유효기간이 3년이고, 이후 만료기간이 도래할 때 한번 더 선정될 수 있어 최대 6년간만 보장받는다. 중고차판매업의 경우에도 2013년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된 뒤 기한이 만료되는 2016년에 다시 선정돼 2019년 2월 말까지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유지됐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다시 지정되나?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해마다 새로 선정, 해제되는 품목도 있어 지정 여부를 잘 살펴야 한다. 2020년 지정 품목은 떡볶이떡, 우드칩, 목재펠릿 보일러, 사료용 유지 등 제조업 4개 품목과 보험대차 서비스업, 임의가맹형 체인사업, 계란도매업, 자동차단기대여 서비스업, 문구소매업, 고소작업대 임대업 등 6개 서비스업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되어도 대기업의 진출 제한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현재 진입 상황까지는 인정받으면서 확장이나 신규 진입 자제를 권고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에 따라서는 사업 축소나 시장 감시를 권고받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는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이러한 사항들도 ‘권고’일 뿐이라 구속력이 없다는 문제점을 지적받아왔다. 권고 지침을 어길 경우 도덕적으로 비판은 받지만 법적 책임을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2018년 실제 구속력을 갖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이 법제화됐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5인 미만의 소상공인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해당 업종을 지정하는 제도다. 품목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5년간 대기업은 해당 사업의 인수·개시 또는 확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 원의 벌금, 매출액의 5% 이내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특히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제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도가 최대 6년밖에 시장을 보호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후속 대책으로 도입된 측면도 있다. 때문에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최대 보호기간 6년이 만료된 품목들 가운데 상당수가 다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신청에 나서고 있다. 현재 서점, LPG판매업, 자판기, 두부, 장류 등 8개 업종은 이미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품목으로 인정받았다. 중고차판매업도 자동차수리업, 제과점, 어묵, 도시락, 막걸리 등과 함께 현재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심의를 준비하고 있다.

소비자 권익이냐 상생이냐

중소기업 적합업종 또는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등을 선정할 때 중요하게 고려되는 사항은 업종에 대한 시장 규모, 중소기업 중복 보호 여부, 소비자 선택권 및 소비자 후생 영향, 전후방 산업에의 영향 등이다. 이 시장을 보호하면서 이 네 가지 요건 가운데 하나라도 크게 벗어나게 되면 지정이 어렵다. 중고차 시장의 경우 소비자 후생 영향이라는 점에서 대기업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중고차 시장의 소비자 불만이 워낙 강해 대기업이 시장경쟁력을 복원시킴으로써 소비자 후생을 높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현대차 관계자는 “중고차 소비자의 70~80%는 신뢰도, 품질 등에 있어 현 거래 관행에 문제가 있다”고 답한다며, “소비자 권익을 위해 완성차가 사업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의 주장대로 대기업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중고차들의 품질이 보다 개선되고 신뢰가 높아질 수는 있다. 지금은 중고상들이 매매만 하고 있지만, 현대차가 중고차를 판매할 경우 직접 매입해서 정비까지 마친 뒤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되면 가격은 이전보다 상승하겠지만 소비자들은 믿고 살 수 있다는 점에서 그 가격을 기꺼이 치를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중고차 시장도 현재 신차 시장처럼 현대차의 독점 시장이 되면서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골목상권인 중소 중고차 매매업자들의 생계가 지장을 받는 것은 물론, 현대차 판매를 위한 인위적 가격 조작도 예상된다. 예컨대 현대차가 특정 차량의 신규 모델을 내놓을 때 인위적으로 구형 모델의 중고차 가격을 인상시키는 것과 같은 경우다. 마치 일감 몰아주기처럼 현대차 신규 모델 밀어주기를 위해 계열 중고차판매업을 이용하는 셈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연 23조 원가량으로 만만치 않은 규모다. 때문에 정부도 이 시장에 대해 어떤 점에 더 손을 들어줄지 고심이 클 것으로 보인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김윤지 연구위원은 《한겨레신문》에서 발행하는 경제주간지에서 산업부·경제부 기자를 지냈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성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거시경제, 중소기업 정책, 문화콘텐츠 산업 등을 담당하고 있다.
yzkim@koreaexim.go.kr

조회수 : 1,512기사작성일 : 2020-11-05
기사 만족도 평가
별 개수를 클릭하여 기사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해 주세요.
이 기사의 별점
평균 5점 / 2
  • 매우 불만족
  • 불만족
  • 보통
  • 만족
  • 매우 만족
별 5개 / 매우 만족

의견글 작성
  • (삭제 시 필요)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 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메뉴 열기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