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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콕경제
빅테크 독점에 깔 빼든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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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독점 사령탑 대거 포진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은 정책들 가운데 두드러진 것은 빅테크 기업들을 겨냥하는 반독점 규제 정책들이다.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애플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짐에 따라 이들이 시장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벌이는 여러 행태를 이제는 제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위해 관련 분야에 반독점 전문가들을 대거 포진시켰다. 법무부의 반독점 국장에 수년간 ‘구글 저격수’로 활동해온 조너선 캔터 변호사를,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대통령 특별고문에는 대형 IT 기업들의 분할을 주장해온 팀 우 콜롬비아대학교 교수를 등용했다. 가장 중요한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는 강력한 빅테크 규제론자인 리나 칸 콜롬비아대학교 교수를 임명했다.
이 가운데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람은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장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우리나라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한다. 리나 칸은 파키스탄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영국출신의 32세 여성이다. 런던에서 태어나 11세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왔고, 예일대학교 로스쿨을 나와 콜롬비아대학교 로스쿨 부교수를 역임했다. 2020년에는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 산하 반독점소위원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리나 칸의 임명이 파격적인 이유는 그가 단지 ‘이민계, 최연소, 여성’으로서 연방거래위원장이 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로스쿨 재학 시절, 지난 50여 년간 유지되어온 주류 산업구조론과 경쟁법 이론의 근간을 흔드는 획기적인 논문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을 써내면서 미국 법학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인물이기 때문이다. 즉, ‘아마존 킬러’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빅테크 기업의 독점 문제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온 소장파 진보 학자가 연방거래위원회의 칼자루를 쥐게 된 것이다.
그의 논문을 살펴보면 빅테크 기업들이 그의 등장을 거북해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기존 미국의 경쟁법에서는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더라도 ‘가격 인하’ 효과가 있다면 독점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독점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독점을 통해 소비자 후생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독점을 규제한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이 논리에 따른다면, 한 기업이 치킨 게임으로 경쟁사를 모두 밀어내고 시장을 100% 독점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싸게 제공한다면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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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킬러의 빅테크 사냥이 시작됐다

리나 칸은 이런 전통적인 시각을 빅테크 기업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아마존의 경우 상장 이후 6년간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으며, 현재까지도 흑자를 달성한 해가 적자를 기록한 해보다 적다. 하지만 아마존과 같이 플랫폼을 가진 사업자들은 약탈적 가격 책정을 통해 성장을 꾀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소비자에게는 매우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판매 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공짜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많이 묶어두면 판매 업체들은 저절로 따라붙을 것이므로 이와 같은 전략이 가능하다. 기존의 경쟁법의 시각에서라면 이런 기업을 독점기업으로 규제하기 어렵다. 소비자 후생이 감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플랫폼에 종속되어 있는 여러 소상공인 또는 노동자들의 후생은 이런 전략 때문에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기업들은 해당 시장에서 독점 사업자 면제를 받은 탓에 다른 시장에도 비슷한 전략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한다. 종종 이런 과정에서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함으로써 더 큰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한다. 결국 현재는 적자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모든 것을 장악하면 언젠가는 소비자에게 불리한 가격 정책을 쓴다. 하지만 그렇게 되어도 소비자들은 그 플랫폼을 떠나지 못한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나 칸은 이런 문제 때문에 시장 지배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현재 가격 정책에 상관없이 사업 영역을 제한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필요하다면 기업 분할을 통해 독점을 종결시켜야 할 수도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미래의 경쟁사가 될 신생기업들을 인수하는 것도 규제해야 한다고 본다. 모두 독점력을 강화하는 전략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리나 칸은 연방거래위원장 취임 2주 만인 지난 7월 초, 연방거래위원회의법 집행 기준으로 2015년부터 도입해온 ‘소비자 후생의 증진’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독점 업체가 불공정한 행위로 경쟁 업체를 배제하더라도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킨 것이 입증되지 않으면 제재를 할 수 없었던 과거의 법 집행 기준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지난 6월 미국 하원에서는 빅테크 기업의 경쟁제한적 행위를 금지하는 반독점 법안들이 발의되기도 했다. 적용 대상이 시장가치 600조 달러 이상, 5,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가진 기업들이라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이 이에 해당한다. 미국 정부와 빅테크 기업들의 한판 승부가 시작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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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김윤지 연구위원은 《한겨레신문》이 발행하는 경제주간지에서 산업부·경제부 기자를 지냈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성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거시경제, 중소기업 정책, 문화콘텐츠 산업 등을 담당하고 있다.
yzkim@koreaexim.go.kr

조회수 : 960기사작성일 : 202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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