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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콕경제
글로벌 공급망의 명과 암

우리나라는 GVC 참여율이 58.5%나 된다. OECD 주요국 가운데에서 여섯 번째로 높다. 특히 중간재 수입 가운데 중국, 일본,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충격의 리스크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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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국제 분업 흔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부품 수급 차질, 중국 요소수 수출 중단 등의 문제가 터져나오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글로벌 공급망이란 2개 이상의 국가가 참여하는 생산 네트워크를 의미한다.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또는 이를 줄여 일컫는 GVC와 유사한 의미라 할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이 세계 경제에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기업이 자국에서 부품과 소재 등을 조달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자국에서 생산이 어렵다면 해외에서 완제품을 수입해 쓰곤 했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국경을 초월한 분업과 특화가 가능해짐에 따라 기업들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생산과정을 각각 가장 효율적인 국가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조달해야 하는 부품 중에 인건비 비중이 높은 분야라면 인건비가 낮은 나라에 공장을 짓기도 하고, 직접 투자가 어렵다면 해당 지역 업체에서 부품을 싸게 사오는 것과 같은 형태다.
이런 형태의 글로벌 공급망이 자리 잡게 된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무엇보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해운 물류 등 수송비용이 하락하고, 통신수단이 발달한 것이 가장 크다. 아무리 해외에서 싸게 부품을 만들더라도 운송비용이 너무 비싸거나 연락이 어렵다면 원활한 분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등 신흥국들이 세계 경제에 편입하면서 신규 생산기지들이 늘어난 것도 크다. 특히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중국은 WTO 가입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시장을 개방했고, 이 시장에 진출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퉈 중국으로 향했다. 저렴한 인건비로 생산 단가도 낮출 수 있었다. 덕분에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되어 글로벌 공급망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왔다.
글로벌 공급망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세계 교역도 변화했다. 과거에는 수입국에서 소비하는 완제품을 수출하는 최종재 교역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글로벌 공급망이 커지면서 최종재보다는 중간재 교역의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2017년 기준으로 중간재 교역은 전 세계 교역의 74%를 차지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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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에 선 글로벌 공급망

우리 경제 성장에도 글로벌 공급망은 중요했다. 신흥국들은 축적된 기술과 자본이 부족해 첨단산업에 바로 진출하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의 낮은 단계에 참여해 고부가가치 산업에 진입하는 것은 가능하다. 우리가 반도체 산업에 진입한 것도 이런 방식이었다. 예컨대 1960년대에는 외국 기업의 출자회사 형태로 외국 반도체 회사들이 전 공정 처리를 한 웨이퍼를 조립, 검사만 한 뒤 재수출하면서 진입했다.
이후 1970년대에는 금성전자, 아남산업과 같은 국내 기업이 반도체 조립을 시작했고, 1980년대에는 반도체 일관 공정을 갖추고 대량 생산과 연구개발 체제를 확립하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글로벌 공급망의 저부가가치 단계에 참여한 뒤 점진적으로 해당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여가는 방식으로 발전해온 것이다.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는 그래서 글로벌 공급망 참여율이 매우 높다. 글로벌 공급망 참여율은 전방 참여율과 후방 참여율의 합으로 산출한다. 예를들어 우리가 중국 수출용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일본으로부터 엔진을 수입하면, 즉 수출용 제품을 위해 중간재를 수입하면 GVC 후방 참여다. 반대로 중국이 미국 수출용 컴퓨터 생산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반도체를 구입하면, 즉 우리가 중간재를 수출하면 GVC 전방 참여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 기준 GVC 전방 참여율(중간재 수출)은 23.8%, 후방 참여율(중간재 수입)은 34.7%로, 전체 GVC 참여율이 58.5%나 된다. 세계 평균은 물론 OECD 주요국 가운데에서도 여섯 번째로 높다. 특히 중간재 수입 가운데 중국, 일본, 미국 등 주요 3개국에 대한 의존도가 52.2%로 높아 공급망 충격의 리스크도 크다.
글로벌 공급망은 세계가 함께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방식이라 위험성도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을 통한 부품 조달의 어려움이 커진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개편 필요성은 제기되어왔다.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우리의 고부가 중간재 수출이 줄어들고, 미-중 갈등 등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심화로 교역 중단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2020년 일본의 반도체 공정 소재 수출 규제, 올해 중국의 요소수 수출 제한 등으로 그런 가능성은 더 부각되기도 했다.
이런 위협에 대한 대안으로 해외에 있는 공장을 국내로 다시 유치하는 리쇼어링 확대, 수입 및 수출 거래선 다변화, 국내 기업 간 협업 생태계 구축 등이 제기되곤 한다. 하지만 모두 국제 교역을 통한 이득을 어느 정도 희생해야 하는 형태라 해결이 쉽지 않다. 국가에 꼭 필요한 전략적 물자라면 경제성을 조금 포기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어디까지를 전략적 산업 혹은 물자로 볼 것인지 경계를 설정하는 것도 모호하다. “무역은 두 나라를 모두 이롭게 한다”는 간단한 경제 원리를 우회하는 것은 그래서 어렵고 험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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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김윤지 연구위원은 《한겨레신문》이 발행하는 경제주간지에서 산업부·경제부 기자를 지냈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성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거시경제, 중소기업 정책, 문화콘텐츠 산업 등을 담당하고 있다.
yzkim@koreaexim.go.kr

조회수 : 643기사작성일 : 202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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