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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콕경제
미국은 지금 大사직의 시대

자발적 사직자 역대 최대

최근 미국 경제의 가장 큰 화두 가운데 하나는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자발적 사직자가 늘어나고 있는 문제다. 이른바 ‘대사직(great resignation)’이라고 일컫는데, 이 용어는 지난 5월 대규모 근로자 이탈을 예견했던 앤서니 클로츠 텍사스 A&M대학 경영대학원 교수가 처음 쓴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2021년 9월 미국의 노동시장에서 발생한 자발적 사직자 수는 440만 명으로, 미국 정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12월 이후 가장 많았다. 코로나가 막 발생해 미국 내에서 감염자 수가 늘어나기 시작하던 2020년 4월 자발적 사직자의 수가 220만 명이었으므로 코로나 기간 동안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자발적 사직, 즉 스스로 사표를 쓰는 이유는 연령층마다 조금씩 이유가 다르다. 때문에 향후 전망을 위해서는 각 원인별로 구분지어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아예 노동시장에서 벗어나 ‘은퇴’를 선택하는 경우다. 이들은 대략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던 베이비붐 세대다. 이들은 코로나19의 감염 노출에 대한 우려도 높지만, 팬데믹 이후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경제적 여건이 좋아져 일찍 은퇴를 선택한 층이다.
미국에서도 팬데믹을 거치면서 다우존스 지수는 저점 대비 60% 이상 상승했고, 주택가격 지수도 대략 20% 가까이 상승했다. 자산을 어느 정도 보유한 경우에는 늘어난 자산으로 인한 ‘부의 효과’ 덕에 은퇴를 먼저 택한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4분기와 비교해 2021년 2분기까지 줄어든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약 3분의 1은 이런 조기 은퇴자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고령화로 어차피 해야 할 은퇴를 조금 앞당긴 것에 불과해 향후에도 노동시장으로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확대보기짐 정리하는 이직자

안전하고 좋은 일자리 찾아 떠나

베이비붐 세대와 달리 25~54세에 해당하는 세대는 핵심 연령층임에도 노동시장으로의 복귀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녀 돌봄 등의 문제를 겪으면서 추가 실업급여 지급 등에 힘입어 일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늦추고 있는 경우다. 2021년 8월 이후 델타 바이러스 확산으로 대면수업이 어려워지고 등교가 곤란한 6세 미만 아동을 위한 돌봄 서비스가 부족해짐에 따라 맞벌이 부부 가운데 한 명은 일자리를 그만두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라도 경제적 뒷받침이 없다면 일자리를 그만두는 것은 쉽지 않을 터다. 원래 추가 실업급여 지급은 9월에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6~17세 자녀 1명당 최고 3,000달러, 6세 이하의 자녀에 대해서는 최고 3,600달러의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면서 이들의 사표 쓰기는 늘어났다. 미국의 한 연구팀은 이런 세금환급제도로 적어도 150만 명이 노동시장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대사직’이라는 단어를 처음 쓴 앤서니 클로츠 교수는 또 다른 분석을 내놓는다. 팬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사람들의 일자리에 대한 개념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에도 원격근무, 유연근무 등이 많이 도입됐는데, 특히 젊은 층에서 이러한 근무 형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늘었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장거리 출퇴근을 줄이고 집 근거리에서 유연하게 작업할 수 있는 일자리를 갖기 위해 자발적으로 사직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안전하고 더 좋은 근무 환경을 가진 일자리, 임금도 더 높은 일자리로 이직하기 위한 사표 쓰기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금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

이런 분석은 코로나 사태로 직격타를 입었던 서비스업과 소매업의 저임금 일자리가 채워지지 않고 있는 것을 잘 설명한다. 봉쇄로 서비스업과 소매업에서 일자리를 잃었던 많은 사람들이 음식 배달업이나 이커머스 배송업 등과 같은 새로운 직업을 경험한 다음, 이전 일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 서비스업은 여전히 대면 접촉이 많아 감염 위험도 높고 임금도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사무직에서도 재택근무가 가능하지 않으면 이직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 최근 투자은행 제프리스에서 자발적으로 퇴직한 22~35세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의하면, 응답자 가운데 32%는 고용주가 주 4일제를 제안했다면 퇴직하지 않았을 것이라 응답했다.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일자리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된 것이다.
이러한 대사직의 열풍은 고용 유연성이 높은 미국에서는 빈번하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뚜렷하지 않다. 다만 이와 같은 현상으로 인해 미국 노동시장의 구인난이 심각해지고 있고, 구인난으로 인해 임금이 상승함에 따라 인플레이션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음식점에서 서빙을 하는 노동자의 임금이 올라가게 되면 음식 가격에 비용이 전가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의 물가 상승은 공급망과 물류 불안정 등 주로 공급 측의 원인이 컸지만, 향후 임금으로 인한 물가 상승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미국 ‘대사직의 시대’가 전하는 메시지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김윤지 연구위원은 《한겨레신문》이 발행하는 경제주간지에서 산업부·경제부 기자를 지냈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성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거시경제, 중소기업 정책, 문화콘텐츠 산업 등을 담당하고 있다.
yzkim@koreaexim.go.kr

조회수 : 508기사작성일 : 2022-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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