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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콕경제
현실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재연되나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를 뜻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단어다. 즉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실업도 늘어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기존 경제 이론에 따르면 경기가 침체될 때에는 물가가 떨어지고, 반대로 물가가 계속 오르면 경제는 호황 상태에 놓이면서 실업률이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1970년대 석유파동이 일어나면서 선진국에서 물가가 상승하는데도 실업이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기존 이론이 잘 들어맞지 않음을 발견하게 됐고, 경제학자들은 이를 스태그플레이션이라 지칭하면서 새롭게 주목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정부는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 어느 쪽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다. 경제 성장을 위해 정부가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추게 되면 물가는 더욱 상승하고, 반대로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고 긴축정책을 펼치면 경기가 위축되고 실업이 심화된다. 두 문제의 해법이 서로 다른 방향을 겨누고 있어 어느 방향으로도 정책을 선택하기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지난 2021년 7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교 교수가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과 고물가를 함께 겪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할 것”이라고 경고할 때에도 그 가능성에 귀를 기울인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루비니 교수는 ‘닥터 둠’이라 불릴 정도로 경제비관론을 자주 펼쳐왔고 상황에 대한 인식도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2021년 당시 영국 《가디언》지에 기고한 글에서 루비니 교수는 각국 중앙은행과 전부가 ‘스태그플레이션 부채 위기’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재무부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는 지난 10년간 완화적인 통화·재정정책으로 경제 성장을 유도한 측면이 강했다. 이러한 정책은 팬데믹 기간에 더 강화됐는데, 재난지원금 지급과 대규모 채권 매입으로 현금 유동성은 더 풀리기도 했다.
루비니 교수는 이 같은 시도가 주가와 집값을 밀어 올렸고 공격적인 차입을 부추겼다고 평가했다. 특히 당시 많이 나타나던 암호화폐와 밈 주식, 고수익 회사채 시장 등에서 나타나는 ‘비이성적 과열’ 현상 등을 언급하며 자산 거품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과 2008년 이후의 부채 위기가 곧 결합할 것이다”라며 경제붕괴론을 펼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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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에 물가 급등까지 경제 타격 우려

루비니 교수의 경고가 조금 과하다고 평가된 이유는 과거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전 세계를 덮쳤던 스태그플레이션과 루비니 교수가 언급한 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이 다소 달랐기 때문이다. 1970년대에는 산유국들이 의도적으로 자원을 틀어쥐면서 유가를 인위적으로 올려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경기 여건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공급자의 의지로 물가가 인위적으로 상승된 측면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2021년 제기된 스태그플레이션은 각국의 인위적인 경기 부양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측면이 강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위기에 빠지자 대부분의 국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시장에 푸는 과정에서 부채가 늘었다. 일정 기간이 흐르면서 부채를 갚아야 하는 시기가 되었는데, 기대한 만큼 경기가 부양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팬데믹 종식이 임박해 있다는 희망이 있었고, 이와 함께 경기도 다시 살아나게 되면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고 코로나19 등으로 유발된 공급망 위기 등이 지속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산 석유, 가스 등의 수입을 금지하는 제재 방침을 발표하자, 영국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127.98달러로 2008년 7월 이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평균 유가 전망을 브렌트유 기준 135달러로 높여 잡았다. 에너지 전문 조사업체 리스타드 에너지도 최악의 경우 유가가 20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치를 수정했다. 여기에 원자재 및 곡물 가격 급등까지 더해졌다. 유가가 130달러 이상으로 유지될 경우 우리나라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전년대비 4% 이상이 될 전망이다.
다행인 것은, 아직은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버티고 있어 기업들이 생산을 늘리고 재고를 채울 유인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를 지지하기 위해서는 팬데믹 종식이 매우 중요하다. 조만간 미국 기준금리도 인상 수순을 밟아나갈 전망이라 우리나라 금리 인상 압박도 크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보통 스태그플레이션을 타개하는 방안으로 기술혁신이나 산업구조조정을 통한 경제 체질 강화 등이 언급된다. 앞으로 출범하는 새 정부에겐 이 문제를 푸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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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김윤지 연구위원은 《한겨레신문》이 발행하는 경제주간지에서 산업부·경제부 기자를 지냈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성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거시경제, 중소기업 정책, 문화콘텐츠 산업 등을 담당하고 있다.
yzkim@koreaexim.go.kr

조회수 : 272기사작성일 : 2022-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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