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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콕경제
나쁜 엔저의 부메랑

나 홀로 저금리가 부른 엔저

최근 엔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6월 8일 기준 환율은 달러당 134엔이었다. 올해 초만 해도 달러당 113엔 수준이었는데, 6개월여 만에 엔화 가치가 17%나 하락했다.
이처럼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이유는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는 와중에도 일본은 사실상 제로 금리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 급등으로 미국은 금리인상 등 긴축정책을 이어가고 있지만, 일본은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하고 있어 양국 간의 금리 차가 계속 확대되는 것이 최근 엔저 현상의 원인이다. 미국은 달러를 회수하는데 일본은 엔화 공급을 늘리니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일본은 만성적인 저물가와 저성장을 해결해보겠다는 취지로 시중에 돈을 계속 풀고 있다. 실제로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 관광수입이 증가할 수 있다. 또 전통적으로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수출 대기업의 이익이 늘어나기 때문에 경제에 호재로 작용하곤 했다. 자국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에는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몇 가지 원인이 있지만,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원유 등 주요 자원을 해외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이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상태에서 엔저까지 겹쳐 수입가격이 크게 증가하고, 기대한 만큼 소비 증가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생산시설이 이미 해외로 많이 이전되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엔저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자동차의 경우 차량의 3분의 2 정도가 해외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해외 공장에서 생산돼 현지에 바로 판매되고 있어 엔저로 인한 수출 확대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확대보기엔화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최근 일본에서는 엔저로 수출 증가는 나타나지 않고 수입품 가격만 올라 일본 소비자들이 가난해진다는 의미에서 ‘나쁜 엔저’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 실적에도 부정적인 효과가 크고 일본 국민의 생활고만 가중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일본 다이와종합연구소에서는 올해 1~3월의 평균 환율(달러당 116.2엔)에서 10% 더 엔화 약세가 진행되면 2022년도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05%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했다. 엔저로 인한 수출 증가 및 소득수지 증가는 약 0.11% 플러스 효과가 나타나지만, 수입 가격 상승으로 인한 마이너스 효과가 0.16%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다이와종합연구소가 전제로 한 10% 엔저 수준은 달러당 127엔 수준인데, 지금은 엔화 가치가 이보다도 더 떨어졌다. 추정한 것보다도 일본 GDP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런데도 일본이 엔저를 유지하는 이유는 일본은행이 9년간 ‘돈 풀기’를 지속하면서 이자부담의 덫에 걸렸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어마어마한 국채를 발행했고, 이 국채는 일본 내 시중은행이 구매했다. 시중은행이 구매한 국채 가운데 일부는 다시 일본은행이 저리로 재구매했는데, 이 국채가 약 520조 엔(약 5,060조 원) 규모다. 그런데 시중은행들은 일본은행에 국채를 팔고 받은 돈 520조 엔을 다시 일본은행에 예금으로 맡겼다. 즉, 현재 일본은행은 이 예금에 대한 이자를 시중은행에 꼬박꼬박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게 되면 부담해야 할 이자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 금리가 1%p만 올라도 일본은행이 시중은행에 지급해야 할 연 이자가 대략 5조 엔에 이른다는 평가다. 이자 부담이 적지 않아 금리인상으로 인한 확실한 경제 상승의 신호가 없다면 무작정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
일본 정부는 최근 이런 상황에 대한 대응으로 팬데믹 2년여 만에 관광 입국을 재개했다. 6월 1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와 무관하게 일본 입국 시 코로나19 검사를 면제했고, 6월 10일부터는 단체여행객에 대한 입국을 전면 허용하기도 했다. 엔저 특수를 누리기 위해선 수출 외에 관광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자유여행은 제한적인 탓에 관광객이 얼마나 늘어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인솔자가 있는 패키지(단체) 여행에만 입국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을 방문하는 국제 관광객 수는 팬데믹 이전과 비교할 때 약 98% 감소한 상황이다.

확대보기엔화 그래픽이미지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김윤지 연구위원은 《한겨레신문》이 발행하는 경제주간지에서 산업부·경제부 기자를 지냈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성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거시경제, 중소기업 정책, 문화콘텐츠 산업 등을 담당하고 있다.
yzkim@koreaexim.go.kr

조회수 : 145기사작성일 :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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