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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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후愛&주말愛
빚는다, 빛난다
도자기공예

 

시작은 순전히 ‘간송문화전’ 때문이었다. 소중기 씨(57세 CEO)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간송문화전이 열린다는 이야기에 슬쩍 들렀다가 간송 전형필 선생이 만든 ‘백자청화북단산장(白磁靑華北壇山莊) 재떨이’를 보고 말았다. 자신이 쓸 재떨이를 직접 빚고 좋아하는 문구를 집어넣는 풍류라니! 옛 신사의 우아한 취미생활에 매료되어 결국 도예공방을 제 발로 찾는 안 하던 짓까지 하게 되었다.

‘빚다’ 보니 쉽다, 재미있다
중기 씨는 가끔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데, 그때마다 낯선 간판 하나가 유독 눈에 띄었다. 찬찬히 살펴보니 ‘빚다’라는 글씨 같은데, 도대체 뭐 하는 곳일까 궁금해서 괜히 고개를 빼고 한번 더 들여다보곤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도예공방이었고, 계단에 잔뜩 쌓아놓은 비닐뭉치는 도자기를 만드는 도자점토 덩어리였다. 본격적으로 도자기공예를 배워보려고 하니 중기씨는 바로 이곳 공방부터 떠올랐다.
빚다 도예공방의 내부는 생각보다 꽤 넓었다. 수업은 일 대 일 방식으로 진행되고 원하는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흔히 도예가라고 하면 백발에 수염이 무성하고 개량한복을 입은 고집스런 인상의 노선생을 떠올리기 쉽지만, 빚다 도예공방에 그런 강사는 없었다. 젊은 도예가이자 빚다 도예공방의 대표이사인 조용현 강사는 친절하고 젠틀한 인상이다. 새로운 시도에 두근거리는 마음이 드는 것도 잠시, 자리에 앉아 말랑거리는 점토를 쥐는 순간 바로 동심으로 돌아간다. 어릴 적에 중기 씨도 흙장난깨나 좋아하는 개구쟁이였다. 하루 종일 흙바닥에 퍼질러 앉아 놀다가 옷이며 신발은 물론이고 손발, 얼굴까지 온통 흙투성이가 되어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께 호된 꾸지람을 듣곤 했었다. ‘그 좋아하던 흙장난을 까맣게 잊고 살았네.’
중기 씨가 오늘 만들 작품은 코일링(coiling) 기법을 활용한 머그잔이다. 코일링 기법이란 점토를 가래떡처럼 길게 만들어 쌓아올리는 기법으로 도자기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중 하나다. 학창시절 미술시간에 찰흙으로 컵을 만들던 기억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원하는 크기의 바닥을 동그랗게 만들고 그 위에 손으로 굴려서 길쭉하게 만든 흙 코일을 돌돌 감아 쌓는다. 3~4층 정도 쌓으면 안쪽과 바깥쪽을 쓸어내려서 코일 자국이 없어지도록 하고, 다시 끝 지점에서부터 코일을 이어서 쌓아올리는 과정을 원하는 높이까지 반복하면 된다. “잘하시네요!” 오랜만에 듣는 선생님의 칭찬이라 그런지 어깨가 으쓱한다. “생각보다 쉽고 생각보다 더 재미있네요.” 중기 씨는 신이 나서 더욱 꼼꼼하게 머그잔을 빚었다.

흙 만지면 힐링이 저절로
열심히 쌓아올려 어느 정도 컵 모양이 완성되자, 주걱으로 탁탁 쳐주고 칼로 윗부분을 매끄럽게 다듬는 작업이 더해진다. “이제 반쪽짜리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세요. 손잡이를 붙일 겁니다.” 조 대표의 말에 하트 무늬를 떠올리며 섬세하게 빚어놓으니 접착 부위에 미세하게 칼로 스크래치를 내는 작업을 한다. “이렇게 하면 잘 붙습니다.” 컵의 몸체와 손잡이를 붙이기 위해서 물을 살짝 바른 다음 꾹꾹 눌러주니 어느덧 그럴싸한 머그잔이 탄생했다. 여기까지 하면 오늘 작업은 끝. 작품을 잘 말린 다음에 800℃ 정도에서 초벌로 한번 구워주고 다시 유약을 바른 후, 1200℃ 이상의 뜨거운 가마에서 재벌로 구워야 하는 기나긴 후반작업이 남아 있지만 말이다. 진짜 머그잔이 중기 씨 손에 들어오려면 근 한달은 기다려야 한단다.
“흙을 조물조물 만지는 느낌이 참 좋지요?” 벌써 6년째 빚다 도예공방을 다니고 있다는 박화남 씨(70세)는 은퇴 후 도자기 만들기에 올인한 케이스다. “일하느라 바빠서 변변한 취미 하나 없었는데, 우연히 도요(도기를 굽는 가마) 구경을 갔다가 마음을 빼앗겼지요. 은퇴하면 나도 내 항아리 하나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지금은 방 하나를 자기가 구운 도자기로 가득 채울 정도가 됐다는 그는 지인들이 도자기 하나 달라고 할까봐 전전긍긍할 정도로 자기 작품에 대한 애착이 각별하다. 중기 씨도 머그잔 하나를 만드는 데 2시간이 훌쩍 흘렀음에도 마냥 행복한 기분만 들었기에 그의 말에 쉽게 동의할 수 있었다.
“흙을 주무르는 것 자체가 힐링이 됩니다.” 치유예술인회 회장으로도 활동한다는 조 대표는 알코올중독자의 재활치료를 위한 도예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실제로 대다수의 환자들이 꾸준히 도예를 배우면서 알코올중독 증상을 이겨내고 손떨림이나 손가락 마비를 치유한 사례를 본 적이 있다고 한다. 아이들도 일찍부터 도예를 시작하면 손가락의 사용이 많아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되고, 흙을 만지기 때문에 차분하고 감성이 풍부해진다고도 덧붙였다. “하긴 요즘 아이들이 어디 가서 이렇게 자유롭게 흙장난을 하겠어?” 중기 씨는 마음껏 흙을 만지면서 자연을 벗 삼아 지내던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 어딘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자기(瓷器) 안에 자기(自己) 있다
도자기 가마를 구경하고 가라는 말에 얼른 따라가보니 웬 세탁기 같은 것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요즘은 전기 가마를 사용합니다.” 도자기 가마라고 하면 황순원의 「독 짓는 늙은이」에나 등장할 법한 장작 가마밖에 몰랐는데, 가마 내부에 열선을 넣어 온도를 올리는 방식의 편리한 전기 가마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더구나 전기 가마는 가마 내부에 온도 차가 없어서 굽는 동안 도자기의 변형도 거의 없다고 한다.
오늘 중기 씨는 간단한 손물레를 사용했지만, 전기를 이용하여 편리하게 도자기를 빚을 수 있는 전기 물레도 있어서 도예기술의 발달을 새삼 실감할 수 있다. 그러고보니 도심 속에서 도예를 배울 수 있는 것도 이런 기술의 발달 덕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도자기’라고 하면 이천이나 여주, 경기도 광주로 나서야 만날 수 있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퇴근길에도 얼마든지 흙을 만지고 도자기를 빚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기까지 하다.
공방 안에는 수강생들이 만든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어떤 컵은 울고 있고 어떤 그릇은 또 웃고 있다. ‘바람은 부드럽고 햇살은 따뜻했어’라고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놓은 머그잔도 눈에 띈다. 작은 컵 하나, 접시 하나에도 저마다의 개성이 녹아 있어 자꾸 더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어쩌면 우리는 도자기를 빚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찾아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중기씨가 만든 머그잔은 어딘지 장난스러운 모양에 다소 투박한 느낌이었다. 이제 곧 유약을 입고 반짝반짝 윤기가 더해질 생각을 하니 그 날이 못 견디게 궁금하기까지 하다.
공방을 나서는 길에 바로 옆 빵집에서 가족들에게 줄 빵도 사들고, 오랜만에 먼 길을 타박타박 걸어서 귀가해본다. 어느덧 봄이 왔고, 밤거리는 상쾌한 북적거림으로 가득하다. 행복은 전염성이 강한 감정이라고 한다. 중기 씨는 이 행복하고 뿌듯한 기분을 가족들에게 팍팍 전달하고자, 또 따끈한 빵을 나누어 먹이고자 어느새 서두르는 자신을 발견했다. 작은 취미 하나가 남자의 발걸음을 이렇게나 경쾌하게 한다.

빚다 도예공방
수업방식 협의 후 결정(목·금 야간 직장인반)
비 용 1개월 9만 원(주 1회 레슨)
위 치 서울시 구로구 구로3동 797-46 (이외에도 강남·홍대·성남·성북점 있음)
문 의 070-7530-3829, www.bitda.net
 

떠나볼까요?
도자기축제의 계절이 왔다!
여주, 이천, 경기도 광주는 흙이 좋아서 예부터 도자기 가마가 많은 지역이다. 어디든 훌쩍 떠나고 싶은 푸르른 5월에는 우리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줄 도자기축제를 찾아 떠나는 낭만 여행을 계획해도 좋겠다.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일정 5월 31일까지
장소 이천 세라피아, 여주 도자세상, 광주 곤지암도자공원
문의 (재)한국도자재단 031-631-6501(이천), 031-799-1500(광주), 031-884-8644(여주), www.kocef.org

여주도자기축제
일정 5월 17일까지
장소 여주세계생활도자관(신륵사 관광지 일원)
문의 031-881-6165, www.yeojuceramic.com

이천도자기축제
일정 5월 17일까지
장소 이천설봉공원
문의 031-638-8609, www.ceramic.or.kr

광주왕실도자기축제
일정 5월 17일까지
장소 광주 곤지암도자공원 일대
문의 031-760-2726, gjceramic.gjcity.go.kr

울산옹기축제
일정 5월 2일~5일
장소 울주군 외고산 옹기마을 일원
문의 052-227-4961, www.ulsanonggi.or.kr

문경전통찻사발축제
일정 5월 1일~10일
장소 문경새재 일원(오픈세트장, 도자기전시관)
문의 054-550-6395, www.sabal21.com



박성연 객원기자 사진 김윤해 객원사진기자​

조회수 : 1,919기사작성일 : 201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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