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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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후愛&주말愛
한옥에 살어리랏다
한옥 집짓기

 

소중기 씨(57세, CEO)가 살면서 절대 하지 않는 일이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못질이요, 다른 하나는 집들이 참석이다. 하지만 손수 집을 지었다며 놀러 오라는 친구의 초대에 어쩔 수 없이 응하게 되면서 한꺼번에 삶의 원칙이 와르르 무너지는 놀라운 경험을 했다. 한옥 안마당에서 조촐하게 벌어진 집들이는 중기 씨의 혼을 쏙 빼놓을 만큼 좋았고, 이런 집이라면 죽기 전에 한 채 지어보고 싶다는 작은 욕망마저 일게 했다.

한옥(韓屋), 진짜 사람이 사는 집
청도에 있는 한옥아카데미를 찾아 떠나는 날, 중기 씨는 기차에 몸을 싣고 지난 봄의 아름다웠던 집들이 잔치를 다시금 추억해보았다. 때는 마침 나긋나긋한 봄날 저녁이었고, 잔치는 친구가 손수 지었다는 한옥 안마당에서 열렸다. 방에도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지만 사람들은 한사코 섬돌이나 툇마루에 앉아서라도 마당에 머무르고 싶어 했다.
척 보기에는 소담한 마당이었는데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어울리기에 넉넉했으며, 마당 한쪽에는 매화나무가 은은한 향기까지 더해주어 분위기가 더욱 근사했다. “어렸을 적에는 나도 이런 집에서 자랐지.” 집들이에 온 사람들은 저마다 한옥에 얽힌 작은 추억들을 꺼내놓았고,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는 끝날 줄을 몰랐다. 누군가가 “집이 원래 이래야 하는데…”라고 말하자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중기 씨도 생전 처음, 꽉 막힌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당 위로 살짝 고개를 내민 초승달의 운치마저 시샘이 날 정도로 손수 지은 한옥의 모든 공간이 매력적이었다.
사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결정할 일은 아니다. 중기 씨는 올 9월부터 시작되는 한옥아카데미의 ‘스스로 집짓기 주말과정’에 참여할지 말지 결정하기 전에 먼저 참관 수업부터 해보기로 결심했다. 한옥아카데미는 2003년 개교 후 지금까지 대목수 1,703명, 소목수 194명, 스스로 집짓기 주말과정 206명 등 총 2,0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우리나라의 대표 한옥 학교다. 2012년부터 대전에 ‘한밭한옥직업전문학교’라는 분교를 개교하고 한옥의 설계 및 건축 등 뼈대를 짓는 대목수 과정은 청도에서, 한옥 안에 들어갈 다양한 가구나 인테리어를 담당하는 소목수 과정은 대전에서 각각 나누어 교육하고 있다고 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청도 한옥아카데미 출신으로 목수의 우두머리격인 도편수만 100명이 넘고, 현재 목수로 활동하는 졸업생도 500여 명이 넘으며, 이중에서 여성졸업생도 5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한옥 좋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꽤 되는 모양이군.’ 중기 씨는 친구의 한옥에서 맛봤던 감동을 이미 많은 사람들이 함께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딘지 힘이 솟는 기분이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으로 직접
한옥아카데미는 꼭 한옥 공부 때문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찾아볼 만한 아름다운 곳이었다. 청도 남산에 자리 잡은 한옥아카데미는 강의실과 설계실, 실습장, 기숙사, 식당 등의 10여 채 건물이 전부 한옥으로 되어 있어서 운치를 더한다. 자하원, 온고재, 관룡대 등 건물마다 붙은 이름도 재미있고, 한눈에 청도 시내를 내려다볼 수 있는 탁 트인 전망도 일품이다.
“윙~ 윙~” “뚝딱뚝딱, 슥슥~.” 학교 일주문을 지나자마자 요란한 드릴과 망치, 전기톱 소리부터 잔뜩 들려온다. 실습장인 온고재에서는 벌써부터 실기수업이 한창이었다. “이제 겨우 1개월 이론 교육을 마치고 처음 배우는 실습이라 다들 긴장해 있어요.” 현장에서는 박주용(52세) 주임교수가 한옥대목수 양성과정 프로그램을 수강 중인 91기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오늘은 대패를 이용해 나무를 깎는 법부터 다양한 전동공구를 다루는 법 등을 배운다고 한다.
“퓨전 스타일의 한옥을 손수 지어보고 싶어서 배우기 시작했어요. 평소에 손재주 좋다는 말 좀 들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어렵네요.” 경기도 과천에서 왔다는 송준호(28세) 씨는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대패질을 해본다. 아직 어린 청년인데도 배우는 태도가 사뭇 진지하기만 하다. 한옥아카데미에는 중기 씨처럼 주말에 취미로 한옥 집짓기를 배울 수 있는 ‘스스로 집짓기’ 주말과정도 있지만, 대부분은 3개월 과정인 ‘대목수 양성과정’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려는 뜻을 지닌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올 1월부터 고용노동부가 지원하는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 훈련기관으로 승인을 받으면서 수업료와 숙식비 전액을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게 되어 경쟁률이 제법 세졌다고 한다. 수업은 한옥 철학, 한옥 용어, 나무와 목수 이야기, 지리답사, 기초설계 및 디자인 등을 다루는 이론 수업과 손연장 및 전동공구 다루기, 부재치목 작업, 먹놓기, 규준틀 설치, 기둥 세우기, 비계설치, 골조 짜기, 지붕공사 등을 배우는 실기수업으로 나뉘는데 이는 주말과정도 비슷하다.
“막연하게 한옥이 좋다는 생각만으로 공부를 시작했는데, 기초부터 하나하나 다시 배우고 나니 한옥이 한층 더 잘 보이고 가깝게 느껴집니다.” 준호 씨와 같은 91기로 입교했다는 심규현 소령(34세, 해사 58기)은 군대를 떠나 새로운 삶에 도전하고 싶어서 한옥아카데미를 선택한 케이스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캐나다로 가서 그곳에서 우리 한옥의 우수함을 펼쳐보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다. 외국인들의 한옥 사랑도 대단한 모양으로, 70기 졸업생 중 아담 이삭이라는 미국인은 현재 미국 켄터키 주에 ‘ㄷ자형’ 한옥과 정자까지 직접 지어 살고 있단다. 중기 씨 역시 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살기좋은 한옥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었고, 얼른 배워서 자기만의 한옥을 한 채 완성해보고 싶다는 꿈이 저절로 싹텄다.

지금 당신이 사는 집은 어디입니까?
한옥아카데미 변숙현 교장(55세)은 ‘집이 뭐꼬?’라는 화두를 세상에 처음 던진 사람으로, 한옥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남다르다. “자기가 사는 집에 대한 철학이 없으면 자연히 삶에서도 철학이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집을 짓는 행위자체가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중기 씨는 그저 넓은 집, 편리한 집, 값이 오를 집을 찾아 헤맸던 지난날이 스쳐가면서 조금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왜 그렇게 친구의 한옥이 부러웠는지도 깨달을 수 있었다. “한옥은 살아 있는 집입니다. 집을 지을 때 나무와 흙, 돌 등 온통 살아 있는 재료로 지으니까요. 그중에서도 핵심은 나무입니다. 나무의 손맛을 알아야 제대로 된 한옥을 지을 수 있지요. 한옥아카데미에서는 나무를 읽고 다루는 기술에 치중해서 수업을 진행합니다. 한옥을 떠받치는 중요한 존재가 나무인데, 목수가 나무를 모르면 기초부터 엉망이 될 수밖에 없지요.” 변 교장은 수강생들에게 기술 이전에 마음가짐과 자세부터 가르치는 좋은 스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옥아카데미는 집을 짓는 데 필요한 이론, 설계, 시공의 기술 이외에도 인내력, 체력, 철학까지 배울 수 있어서 이곳 출신의 도편수가 유독 많은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인 듯했다.
“앞으로 한옥을 지을 거라면 너무 크게는 짓지 마십시오.” 박주용 주임교수가 주의를 준다. “한옥 30평은 아파트 30평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부부가 살 집이라면 15평 정도가 충분하지요. 요즘 사람들은 너무 큰 나무로 큰 집을 짓곤 하던데, 자칫하면 집이 사람을 짓누를 수 있습니다”라며 욕심껏 집을 짓는 것보다 주변과 조화로운 집을 짓도록 당부했다.
돌아오는 길에 중기 씨는 당장 9월 수업에는 참여할 수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집이 무엇인지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도전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집을 짓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도 나름대로 결론을 내릴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겠다는 자기만의 결론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한옥에 사는 친구가 부러웠다. 중기 씨는 진정한 집짓기란 자연과 사람이 어울리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배웠고, 이제부터 하나씩 천천히 준비를 해볼 참이다. 언젠가 손수 지은 한옥에서 집들이를 하게 될 그날을 위해!

배워볼까요?
한옥 명칭을 알려주마!

서까래
지붕의 뼈대를 이루는 나무
대들보 지붕을 떠받치기 위해 기둥과 기둥 사이에 건너지른 보
처 마 기둥 밖으로 나와 있는 지붕의 일부
굴도리 둥 글게 만든 도리. ‘도리’ 기둥 위에 올려놓은 나무로, 그 위에 서까래를 얹는다.
장 여 도리 밑에서 도리를 받치고 있는 가로 보조재


청도 한옥아카데미
비 용 스스로 집짓기 주말과정 180만 원(매년 3월·9월 개강. 토·일 수업 3개월 과정으로, 지금 접수하면 9월 수업부터 참여가능)
위 치 경북 청도군 화양읍 양정길 156
문 의 054-373-8555~6, hanokschool.net


박성연 객원기자 사진 김윤해 객원사진기자​

조회수 : 3,629기사작성일 : 201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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