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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국
사이보그 곤충 군단이 몰려온다

 

로봇공학 연구자들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 중 4분의 3을 차지하는 곤충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곤충을 본떠 기계를 제작하는 기술이야 오래 전부터 연구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살아 있는 로봇에 기계적인 장치를 결합한 사이보그 벌레까지 개발됐다. 곤충 본래의 자연적 능력을 이용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원격조종으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한 사이보그 곤충이 매몰자 수색이나 위험한 구조현장, 특수 전투작전 등에 투입될 날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벌레가 사람을 구한다고?
지난 2013년 6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서는 과학교육 연구업체인 백야드 브레인즈(Backyard Brains, www.backyardbrains.com)가 선보인 ‘로보로치(Roboroach)’가 화제가 되었다. 로보로치는 살아 있는 바퀴벌레가 움직일 방향을 스마트폰으로 조종할 수 있는 독특한 장치다. 바퀴벌레의 등에 로보로치를 부착하고 더듬이에 전극을 연결하면, 스마트폰에서 보내는 명령이 더듬이를 통해 뇌로 전달되어 바퀴벌레가 방향을 바꾼다. 살아 있는 바퀴벌레가 일종의 사이보그로 변신하는 것이다.
‘사이보그 곤충’ 또는 ‘바이오봇(Biobot)’의 연구는 한때 미국 국방성 산하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도 주도한 바 있으며, 학계에서도 여전히 관심을 끌고 있다. 곤충 본래의 자연적 능력을 이용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원격조종으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사이보그 곤충은 가까운 미래에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재난 현장에서 화학물질을 탐지하거나, 위험한 장소를 탐사하고 생존자를 구조하는 등의 다양한 임무에 투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아주 작은 몸체 덕분에 어디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곤충을 모방한 초소형 로봇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예전부터 시도되어 왔다. 그러나 막상 기계로 전 기능을 재현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카메라와 마이크, 송수신 장치 등 필요한 장비들을 작은 몸체에 탑재해야 하고, 재빨리 움직이거나 날 수 있을 만큼 무게는 충분히 가벼워야 한다. 이동과 통신, 데이터 수집 등의 기본적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는 더 큰 문제이다. 앞으로도 초소형 로봇이 곤충의 전 기능을 모방하기보다는 부분적인 기능만을 탑재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들린다. 따라서 100% 인공적으로 이러한 로봇을 만들어내는 대신, 살아 있는 곤충에 기계를 통합하는 사이보그 곤충이라는 구상이 훨씬 더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 이미 자유롭게 움직이고 날아다닐 수 있는 곤충을 원격조종하여 필요한 임무에 투입할 수 있다면 훨씬 적은 전력으로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곤충의 이동과 비행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파악하고 이를 조종할 수 있는 초소형 전자장비를 개발해야 한다. 효율적인 배터리나 발전기술의 개발 또한 매우 중요하다.

기계와 생체 결합한 살아 있는 사이보그 곤충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의 전기컴퓨터공학과 알퍼 보즈커트(Alper Bozkurt) 교수팀은 박각시나방과 바퀴벌레를 이용한 사이보그 곤충을 개발 중이다. 이들은 우선 나방이 번데기 상태일 때 배의 근육에 전극을 삽입해서 전극과 함께 성충으로 자라게 만들고, 나방이 비행 중 날갯짓을 할 때 발생하는 근전계신호를 전극을 통해 수신할 수 있는 실험용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나방을 공중에 떠 있도록 플랫폼의 중앙에 고정시켜 여러 방향으로 날게 만들면서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이 데이터를 분석하면 나방이 방향을 틀 때 어떤 근육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그 다음 단계로는 자유롭게 비행하는 나방을 대상으로 비행을 조종할 수 있는 자동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궁극적인 목적은 나방이 비행시에 이용하는 근육을 전기적으로 조종해서 나방을 원격조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다수의 나방에 각각 센서를 부착, 공중에서 센서 네트워크를 구성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수색작업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있다.
바퀴벌레를 이용한 연구 또한 활발하다. 이들은 이미 조이스틱을 이용하여 바퀴벌레가 선을 따라 정확하게 움직이도록 조종한 바 있다. 작년 11월에는 소형 마이크를 탑재해서 소리를 탐지할 수 있는 두 종류의 미니 백팩도 개발했다. 백팩1에는 고성능 마이크가 1개 탑재되고 백팩2에는 방향성 마이크가 3개 탑재되는데, 백팩1을 부착한 바퀴벌레는 구조현장에서 들리는 수많은 소리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의 목소리처럼 유의미한 소리를 구별해내어 구조대에게 무선으로 신호를 보내게 된다. 백팩2를 부착한 바퀴벌레는 방향성 마이크를 통해 그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탐지하고, 그 음원을 찾아 움직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여러 바이오봇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위해 각 바이오봇들을 서로 적절한 거리를 두고 제한된 영역 내에만 머무르게 하는 방법도 개발했다. 또한 연구진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 누출이 일어났을 때 사이보그 바퀴벌레를 투입할 수 있는 가능성도 찾고 있는 중이다.

배낭 짊어진 풍뎅이, 드론으로 변신
한편, 지난 3월에는 버클리 대학 전기공학과의 마이클 마하비즈(Michael Maharbiz) 교수와 싱가포르 난양 대학 기계·우주공학과 히로타카 사토(Hirotaka Sato) 교수팀이 투구풍뎅이를 이용하여 최초로 곤충의 자유비행을 조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우선 이 투구풍뎅이의 등에 미니백팩을 부착하고, 이를 통해 투구풍뎅이가 날아다니는 동안의 신경근육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과정에서 풍뎅이가 날개를 접을 때 쓰이는 근육이 비행 방향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풍뎅이의 비행을 더욱 정확하게 조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이 투구풍뎅이의 미니 백팩은 TI의 저전력 마이크로 컨트롤러와 무선 송수신기를 탑재하고 있고, 아주 얇은 6개의 전선을 통해 뇌의 시엽과 비행에 사용되는 배의 근육에 연결된다. 이 백팩의 전력은 탑재된 3.9V 마이크로 리튬 배터리로부터 공급된다. 연구진은 투구풍뎅이의 자유비행 실험에서 매 10분의 1초마다 백팩에 무선신호를 보냄으로써 이륙으로부터 좌우로 방향 틀기, 그리고 공중 선회까지 보다 정확하게 투구풍뎅이의 비행을 조종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튼튼하고 딱딱한 외피를 가진 투구풍뎅이는 비교적 무거운 짐을 질 수 있어서 이상적인 바이오봇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실험에 사용된 투구풍뎅이는 길이 6㎝에 무게 8g으로, 1~1.5g의 백팩을 지고 비행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이 백팩에 마이크와 열센서를 추가하여, 재난 현장에 투입된 투구풍뎅이가 소리와 체온을 추적함으로써 생존자를 찾게 할 계획이다.

작은 몸체에 전력 공급하는 기술이 관건
사이보그 곤충의 연구에서는 효과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기술도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되고 있다. 기존의 리튬 배터리나 소형 태양광전지를 탑재하는 방법에 더해, 코넬 대학의 연구진은 Ni-63 방사선동위원소를 이용해 수년간 동작할 수 있는 원자력전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사이보그 곤충이 소모하는 에너지를 포획해서 자체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압전발전기나 열전발전기를 이용, 곤충이 움직일 때 생기는 진동이나 체온의 상승으로부터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의 연구도 진행 중이다.
더 나아가,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의 연구진은 바퀴벌레의 몸체에 아주 작은 연료전지를 삽입해서 자연적인 신진대사활동으로부터 전기를 얻어내는 방법도 발표했다. 바퀴벌레가 음식물을 소화시키는 과정에서는 트레할로스(Trehalose)라는 포도당이 효소에 의해 분해되면서 마지막 산물로 전자가 방출되는데, 이 전자를 모으면 초소형 전자장치를 동작시킬 정도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바퀴벌레 자체가 살아 있는 연료전지가 되는 셈이다.
이밖에 사이보그 곤충의 연구는 궁극적으로 뇌신경 관련질병의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미시간 대학에서 사이보그 곤충을 연구한 백야드 브레인즈의 창립자, 그렉 게이지(Greg Gage) 박사와 팀 마줄로(Tim Marzullo) 박사는 로보로치가 뇌신경과학의 원리를 실험할 수 있는 교육용 제품으로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로보로치는 백야드 브레인즈의 웹사이트에서 10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사이보그 곤충에 관심이 있다면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로보로치를 한번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고병희 미국 현지 객원기자​

조회수 : 2,611기사작성일 : 201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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