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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국
나노스펀지로 해독하세요

 

지난 수십 년간 항생제를 남용해온 결과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슈퍼박테리아가 나타나면서 세균과의 싸움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구진에 의해 항생제 없이 슈퍼박테리아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제시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나노입자로 이루어진 스펀지가 그 주인공인데, 세균이 배출하는 유해 독소 등을 쏙쏙 빨아들이는 맞춤형 해독제로서의 가능성이 확인됐다. 약물 사용 없이 세균 감염을 치료할 수 있는 나노스펀지는 항생제의 내성에 대한 걱정 없이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쁜 세균만 쏙쏙 빨아먹는 나노스펀지
세계보건기구(WHO)는 작년 4월 항생제의 내성에 관한 조사 보고서를 통해 세계 곳곳에서 항생제의 효력이 감소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항생제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탈항생제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고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따라서 다각도로 시급한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흔한 감염과 간단한 부상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의 연구진이 나노 기술에 기반, 슈퍼박테리아 감염의 치료를 도울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이들이 개발한 ‘나노스펀지(Nanosponge)’는 세균이 배출하는 유해 독소를 포함, 광범위한 독소를 체내에서 제거할 수 있는 만능해독제이다.
UCSD 나노공학과의 량팡 장(Liangfang Zhang) 교수팀이 개발한 이 나노스펀지는 체내에 주입되면 혈액 내에서 다양한 유해 독소를 유인하여 흡수할 수 있는 나노입자이다. 그 유해 독소에는 뱀, 전갈, 벌의 독뿐만 아니라 대장균이나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과 같은 세균이 내뿜는 독소도 포함된다.
MRSA는 주로 병원에서 수술이나 시술을 통한 피부감염으로부터 유발되어 폐렴이나 패혈증 등으로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슈퍼박테리아로 알려져 있다. 웬만한 항생제는 효과가 없어서 미국에서만 매년 8만 명 이상을 감염시키며, 그중 11,000명 정도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서운 세균이다. 일반적으로 체내의 독소를 제거하려면 각 독소의 분자구조에 기반한 맞춤형 해독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나노스펀지는 가장 흔한 단백질 독소인 세공형성독소(Pore-forming toxin)에 일괄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렇게 광범위한 여러 독소를 모두 제거할 수 있다고 한다. 세공형성독소는 80여 종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뱀, 벌, 박테리아 등 광범위한 독소에 특효
세공형성독소는 적혈구를 주 공격대상으로 삼으며, 세포의 표면에 구멍을 뚫어 세포를 파괴한다. 장 교수의 구상은 나노스펀지가 가짜 적혈구 행세를 하도록 해서 실제 적혈구를 대신하여 독소의 공격을 받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장 교수는 나노입자의 표면에 천연 적혈구 세포막을 코팅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이 방법은 독소의 공격을 유인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생체친화적 폴리머 재료의 나노입자와 환자 자신의 혈액에서 얻은 적혈구 세포막을 이용하므로, 체내 면역반응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소량의 혈액 샘플에서 원심분리기로 적혈구를 분리하고, 이를 분해 용액에 담아 세포막만을 남긴 후 구형의 나노입자와 섞어 나노입자가 세포막으로 코팅되게 하였다. 하나의 적혈구에서 채취된 세포막으로 수천 개의 나노입자가 코팅될 수 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나노스펀지는 지름이 85nm 정도로 적혈구의 3,000분의 1의 크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 나노스펀지를 혈액 내에 대량 투입하면 수적으로 우세한 나노스펀지가 대부분의 적혈구를 대신하여 독소의 공격을 받게 되고, 나노스펀지는 독소를 나노스펀지 내부로 흡수함으로써 혈류에서 제거하는 것이다.
나노스펀지의 해독 효과는 연구진의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이들은 MRSA에서 배출되는 치명적 독소인 알파 해몰리신 독소(alpha-haemolysin toxin)를 실험용 쥐에 주입했는데, 나노스펀지를 주사한 후 치사량의 독소를 주입한 경우에는 89%의 생존율을, 독소 주입 후 나노스펀지를 주사한 경우에는 44%의 생존율을 보였다. 해독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알파 해몰리신 독소 대 나노스펀지의 수는 70대 1 정도로, 개별 나노스펀지가 70개의 독소를 흡수한다고 한다. 독소를 흡수한 나노스펀지는 대사작용에 의해 쥐의 간에서 별다른 해가 없이 분해된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연구진은 이밖에도 시험관 실험을 통해 여러 가지 독소의 해독 효과를 실험했는데, 각 나노스펀지 하나당 MRSA의 경우 85개, 폐렴이나 성홍열 등을 유발하는 스트렙톨리신-O(streptolysin-O)는 30개, 벌의 독에 함유된 멜리틴 모노모(Melittin Monomoer)는 850개의 독소가 흡수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예방백신·항암표적제로 진화 가능
연구진은 독소를 함유한 나노스펀지를 백신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제시하였다. 백신은 소량의 독소를 체내 면역체계에 노출시켜 스스로 항체를 만들게 함으로써 차후에 독소와 싸우도록 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기존의 백신은 체내에서 면역세포를 파괴하지 않도록 가열이나 화학물 처리로 독성을 약화시켜 접종한다. 체내의 항체도 그렇게 변경된 분자구조의 독소에 기반해 만들어진다. 그러나 나노스펀지는 원형 그대로의 독소를 포함하면서 면역세포의 파괴 없이 독소 원형에 대한 항체를 만들 수 있으므로, 기존의 예방백신보다 더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실험용 쥐를 이용한 연구진의 동물실험에 따르면, 단일 접종의 경우 가열처리된 기존의 백신 접종은 치사량의 알파 해몰리신 독소가 침입했을 때의 생존율이 10%에 지나지 않는 반면, 나노스펀지 백신의 생존율은 50%에 달했다. 2회의 추가 접종 후에는 기존 백신의 경우 90%, 나노스펀지 백신은 100%까지 생존율을 높일 수 있었다. 또한 나노스펀지 백신은 여러 독소를 포함시킴으로써 하나의 백신으로 여러 종류의 세공형성독소에 대한 항체를 만들 수 있다. 덕분에 대장균, 헬리코박터, 포도상구균, MRSA를 포함한 광범위한 세균의 체내 또는 피부감염과 뱀독, 벌독 등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한편, 연구진은 최근 겔 형태의 나노스펀지가 MRSA의 국소 항독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하였다. 재료공학 전문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6월 5일자에 실린 논문에서 이들은 MRSA로 피부감염을 보이는 실험용 쥐의 피부 밑에 나노스펀지겔을 주입하면 항생제 없이도 피부 병변의 크기가 훨씬 줄어든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나노스펀지 자체는 주입 후 주위 조직으로 흩어지기가 쉽지만, 물과 폴리머로 만들어진 하이드로겔에 혼합된 형태로 주입하면 대량의 나노스펀지를 병소에 집중시켜 해독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하이드로겔 내에 ㎜당 수십억 개의 나노스펀지를 가둘 수 있는데, 하이드로겔 없이 병소에 나노스펀지를 주입하면 2시간 후 나노스펀지가 20%밖에 남지 않는 반면 하이드로겔 형태로는 이틀 후에도 거의 80%의 나노스펀지가 잔존할 수 있다고 한다.
나노스펀지는 이렇게 세균의 무기 역할을 하는 유해 독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유해 독소가 우리 신체에 입히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독소가 없어지면 세균이 현저히 약화된 채로 노출되므로 체내 면역시스템이 세균을 쉽게 파괴할 수 있어 감염의 치료가 가능하다는 추론이다. 이렇게 항생제 없이 MRSA로 인한 피부감염을 훨씬 완화시킬 수 있으므로 세균의 내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나노스펀지의 큰 장점이다.
현재 연구진은 나노스펀지의 임상시험을 계획 중이다. 장교수는 나노입자 자체가 이미 FDA 승인을 받은 재료이고, 환자 자신으로부터의 적혈구 세포막도 면역반응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임상실험도 안전하고 그리 어렵지 않을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장 교수와 연구진은 나노스펀지에 항암제를 실어 암세포에 항암제를 직접 전달하는 항암제 투약 방법을 발표한적이 있다. 이 방법은 건강한 세포에는 해를 끼치지 않고 암세포만 파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아 왔지만, 면역반응 때문에 나노입자가 암세포에 도달할 때까지 체내에 머무르게 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나노스펀지는 체내 체류시간을 훨씬 늘릴 수 있어 효과적인 전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결과에 따라 나노입자 표면에 암세포를 식별할 수 있는 분자를 첨가해서 암세포를 찾아가 결합하게 하는 방법과 나노입자 내에 여러 항암제를 실어 더욱 효과적으로 암세포를 파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고병희 미국 현지 객원기자​

조회수 : 1,875기사작성일 : 201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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