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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국
차세대 메모리 시대가 온다

 

인텔과 마이크론이 지난 7월 말 ‘3D 크로스포인트(3D XPoint)’라는 새로운 메모리 기술을 발표해 화제가 됐다. 이 메모리 기술은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보다 속도가 최고 1,000배 더 빠르고, 내구성도 1,000배는 더 높다. DRAM과 비교하면 저장밀도는 최고 10배가 더 높고, 전력 없이도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다. 3D 크로스포인트는 기존 메모리의 장점들을 적절히 통합해서 제일 먼저 상용화에 진입한 가장 현실적인 메모리 기술로, 앞으로 컴퓨터 메모리의 체계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저장밀도 높고 속도도 빠른 메모리 없을까?
현재 컴퓨터의 메모리로는 1966년에 개발된 DRAM과 낸드 플래시 메모리가 사용된다. 이러한 이원적 구조는 두 메모리 기술의 장단점을 감안한 구성이다. 속도가 빠른 DRAM이 마이크로프로세서 바로 옆에서 연산을 위한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임시 저장하고, 전력 없이 데이터를 유지할 수 있는 낸드가 장기적으로 데이터를 저장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메모리는 그동안 눈부시게 발전한 고성능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게다가 DRAM은 데이터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충전을 해줘야 하므로 전력소모가 높고, 트랜지스터와 커패시터가 한 비트를 구성하는 메모리 셀의 크기 때문에 저장밀도가 낮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낸드는 저장밀도는 매우 높지만 DRAM에 비해 속도가 1,500배 정도 느리다는 단점이 지적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여 저장밀도가 높으면서도 속도가 매우 빠른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계속되어 왔다. 특히 하나의 메모리로 컴퓨터 내의 모든 메모리의 필요성을 충족시킨다면 안성맞춤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새 메모리를 개발하는 것은 기술적인 면은 물론이고 비용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른다. 낸드와 DRAM의 경우, 장기간의 연구개발과 엄청난 투자로 이미 정선된 기술인데다가 생산공정까지 매우 잘 확립되어 있어 아주 낮은 가격에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세대 메모리 기술이 기존 메모리 기술을 대체하려면 기존의 제조공정과 제조장 비들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지난 수년간 스마트폰과 SNS의 확산으로 인해 데이터의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더 빠르고 값싼 메모리의 필요성이 더욱 시급해졌다. 더구나 다양한 전자제품과 장비들까지 망라하는 사물인터넷(IoT)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 도출되는 데이터의 양은 천문학적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IT분야의 시장조사기관인 IDC의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생산된 데이터의 총량은 4.4제타바이트(Zettabyte, 1021바이트)에 이르며, 2020년에는 44제타바이트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다양한 기계로부터 만들어지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저장 분석하여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해내기 위해서는 고속의 대용량 메모리 기술과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전망이다. 물론 3D 낸드처럼 기존의 낸드 기술을 3D 구조로 전환함으로써 저장밀도를 높이는 등의 방안도 시도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낸드와 DRAM 메모리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기는 힘들다.

낸드보다 1,000배 빠른 비휘발성 메모리 ‘3D 크로스포인트’
이러한 상황에서 ‘3D 크로스포인트’의 등장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인텔이 개발한 3D 크로스포인트는 차세대 메모리 기술이 요구하는 여러 가지 요건들을 적당히 맞춰준다. 우선 3D 크로스포인트는 전력 없이도 메모리를 보존하는 비휘발성 메모리로, 낸드보다 최고 1,000배 속도가 더 빠르다. 낸드의 지연시간(latency)이 수백 마이크로초 정도인데, 3D 크로스포인트는 수십 나노초에 지나지 않는다. 지연시간이 수 나노초인 DRAM보다는 느리지만 거의 DRAM 속도를 따라잡았다고 볼 수 있다.
이 메모리의 또 다른 장점은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횟수를 나타내는 내구성이 페이지 단위로 데이터에 접근하는 낸드에 비해 최고 1,000배 더 높다는 것이다. 또한 DRAM보다 최고 10배까지 저장밀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이를 종합해보면 3D 크로스포인트는 낸드의 가장 큰 단점인 ‘속도’를 보완하면서 DRAM의 단점인 ‘저장밀도’를 보완해준다. 즉, 낸드를 대신해 더 빠른 컴퓨터 저장매체로 사용하거나, DRAM을 대신해 그보다는 약간 느린 비휘발성 메모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점은 3D 크로스포인트의 간단한 구조와 재료로부터 비롯된다. 3D 크로스포인트는 그 명칭에서 추론할 수 있듯이, 층층이 전선이 수평으로 배치된 격자 형태에서 각 교차점에 메모리 셀이 배치된 구조로 되어 있다. 각 메모리 셀이 위치한 위아래의 워드 선과 비트 선에 전압이 가해지면 개별 셀의 전기저항치가 변화되어 데이터를 저장하게 된다. 데이터 셀과 접촉하고 있는 다이오드 역할의 셀렉터가 선택되면 수십만, 수백만 원자가 움직여서 저항치를 높이거나 낮춰서 0이나 1을 저장하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 기술이 낸드나 DRAM처럼 트랜지스터에 전자를 포획함으로써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트랜지스터가 아예 없이 메모리 재료 자체의 성질 변화에 따라 데이터를 저장한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저장밀도도 높고, 비트 단위로 데이터를 읽고 쓸 수 있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움직일 수 있다.
이러한 원리는 또 다른 차세대 메모리 기술로 부상하고 있는 PCM(Phase Change Memory), ReRAM(Resistive RAM)과도 유사해 보인다. 그러나 인텔은 3D 크로스포인트의 자세한 기술사양과 메모리 셀의 정확한 재료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단, 3D 크로스포인트가 다른 차세대 메모리 기술인 PCM이나 ReRAM, STT RAM(Spin-transfer-torque RAM), 또는 멤리스터 기술에 기반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이를 모두 부인한 바 있다.

연내 샘플링 시작해 2016년 판매 개시
그 배경이 되는 기술이 무엇이든 간에 이번에 선보인 3D 크로스포인트가 다른 차세대 메모리 기술과 차별되는 점은, 이미 이 기술이 생산 단계에 들어서 있다는 점이다. 3D 크로스포인트는 유타에 위치한 인텔 마이크론 플래시 테크놀로지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 연내에 샘플링을 시작할 계획이다. 곧 생산 단계에 들어선다는 가장 앞선 다른 차세대 메모리 기술들의 다이(die)당 용량이 수십 메가비트(Mb)를 넘지 못하는 상황인 데 반해, 이 공장에서는 기존의 20나노미터(nm) 공정에서 다이당 2층 구조로 128기가비트(Gb) 용량의 3D 크로스포인트 칩을 생산한다. 각 웨이퍼에는 5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실을 수 있다고 한다. 3D 크로스포인트 칩의 가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DRAM보다는 낮고 낸드보다는 높게 책정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실제 제품은 모듈 형태로서 2016년부터 판매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 8월 인텔 개발자 포럼에서, 인텔의 비휘발성 메모리 솔루션 그룹의 랍 크룩(Rob Crooke) 수석부사장은 2016년 ‘옵탄(Optane)’ 브랜드로 3D 크로스포인트에 기반한 2.5인치 노트북용 SSD와 데이터센터용 SSD의 출시 계획을 밝혔다. DIMM 포맷의 새 메모리는 현재 가장 빠른 인텔의 SSD보다 5~7배 성능이 향상될 것이며, NVMe 포맷으로는 10배까지의 성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또한 3D 크로스포인트는 인텔의 차세대 제온(Zeon) 프로세서에 시스템 메모리로도 사용될 계획이다. 이를 통해 DRAM보다 더 낮은 가격에 운영시스템이나 프로그램의 수정 없이 현재 최고 저장용량보다 네 배는 더 용량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더 나아가 인텔 연구진은 앞으로 3D 크로스포인트의 저장밀도를 매 2년마다 두 배씩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2층 구조에서 더 많은 층을 추가하거나 그 단위를 더 축소하는 집적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층수를 더 높이 쌓으려면 여러 층의 리소그래피가 필요하므로 비용이 높아지는 문제가 있지만, 4~8층 구조 내에서는 낸드 규모의 저장밀도로 가격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장점에 힘입어 3D 크로스포인트는 합리적인 가격에 더 빠른 속도를 제공하는 비휘발성 메모리로서 앞으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대량의 데이터를 고속으로 이동시켜야 하는 분야(컴퓨터 지능, 실시간 질병 추적, 8K 게임, 금융사기 탐지, 유전자 분석 등)에서 큰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병희 미국 현지 객원기자​

조회수 : 1,606기사작성일 : 201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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