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글로벌 미국
칩 위의 장기, 동물실험 대체할 생체 칩 개발 활기

새로운 약 하나를 만들어내는 데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든다. 성공적으로 신약을 출시한다 해도 추후 약품의 심각한 부작용이 부각되어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러한 실패를 겪지 않으려면 가능한 한 일찍 질병치료를 위한 정확한 약의 조합을 알아내서 그 효과를 정확히 관측하고, 부작용들을 미리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외부 물질에 대한 인간의 장기 기능을 체외에서 모방할 수 있는 장기 칩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반도체 생산기술과 조직공학, 미세 유체역학기술에 기반한 장기 칩은 동물실험을 줄이면서도 인체에 특정된 더 정확하고 효과적인 신약 개발에 큰 공헌을 할 전망이다.

확대보기1_ 에뮬레이트가 상용화한 장기 칩은 투명한 칩 내부에 미세 채널이 배치된 구조로, 채널 사이의 다공성 박막에 인간의 장기세포와 혈관세포를 배치하고 유사혈액을 흐르게 함으로써 체내 장기의 일부 기능을 수행한다.
2_ 주사현미경 사진을 통해 에뮬레이트의 장 칩 내부에서 인간의 장세포가 세융모를 형성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출처 : Emulate, Inc.).

동물실험 대신 장기 칩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특정 질병의 생물학적 원인을 찾아내고 공격 목표를 선정한 후,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조합해서 그 효과를 실험하는 과정을 거친다. 우선 인체 세포를 페트리디시 안에서 배양해 실험하는데, 그 효과가 증명되면 동물실험으로 넘어가고, 이를 통해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후 비로소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이 전 과정을 통과해서 정부기관의 승인까지 받는 신약은 단 10%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실험실의 시험 과정에서는 세포가 장시간 살아 있게 할 수 없어 데이터의 신뢰도가 낮은데다, 다행히 동물실험으로 넘어가 좋은 결과를 얻는다 해도 동물과 인간 사이의 생물학적 차이로 인해 실제 인간에게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전에 신약의 적합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의 도입이 시급하다. 그렇게 되면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물론이고, 실험용 동물의 희생도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장기 칩(organs-on-chips)은 이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 칩은 인간의 체외에서 인체 내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 신체 장기나 조직이 외부 물질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내부에 미세 채널들이 배열된 칩의 형태로, 인간의 살아 있는 장기세포를 배치한 후 미세 채널로 유사혈액을 흘려보내는 방법으로 세포를 성장시켜 실제 장기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한다.
장기 칩은 하버드대학의 비스연구소(Wyss Institute) 연구진이 2012년에 개발한 폐 칩(Lung-on-a-chip)을 시작으로, 이 연구소의 도널드 잉버(Donald Ingber) 소장이 창립한 에뮬레이트(Emulate)를 통해 이미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을 정도로 연구가 활발한 분야이다. 이들의 폐 칩을 보면, 일반 USB 메모리 정도 크기의 투명한 칩 내에 2개의 미세 채널이 위아래로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그 중간의 다공성 박막을 따라 위에는 인간의 폐포에서 추출한 상피세포가, 그 아래에는 혈관에서 추출한 내피세포가 배치되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위의 채널로는 공기가 주입되어 실제 폐의 기능을 모방하고, 아래 채널로는 혈액과 유사한 유체를 흘려 넣어 세포가 살아서 성장하게 한다. 이 칩의 채널에 스모그 입자를 주입하거나 약품, 박테리아 등을 흘려 넣으면 폐렴, 폐부종 등의 질병을 유발시킬 수 있고, 적절한 치료제에 대한 반응과 효과를 직접 실험할 수 있다.

각종 장기, 생식기까지 모사
확대보기 노스웨스턴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EVATAR는 여성 생식기관을 모방하기 위한 칩으로 난소, 나팔관, 자궁, 자궁경부, 간의 기능을 수행하면서 28일 호르몬 주기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출처 : Northwestern University). 물론 이러한 장기 칩이 신체 내 장기의 기능을 모두 모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부 기능의 모방만으로도 신약 개발의 가속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장기 칩은 폐는 물론, 간, 심장, 신장, 내장, 근육, 지방조직, 뼈, 골수, 혈뇌 관문(Blood Brain Barrier), 눈, 두뇌 등 여러 장기에 걸쳐 개발되어 있다. 일부 장기 칩의 경우는 단순한 생물학적 기능에 더해 장기의 운동이나 신호반응 등에 따른 기능도 수행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폐 칩의 경우 주기적으로 진공 상태를 만들어 조직을 늘리고 수축시키는 방법으로 폐에 공기가 드나드는 호흡을 모방한다. 뉴런 세포를 이용하는 혈뇌 관문 칩이나 심장 세포를 이용하는 심장 칩의 경우는 전극을 탑재해 전기신호를 가함으로써 뉴런으로부터 전기반응을 관찰할 수 있고, 심장을 뛰게 해서 실제 심장처럼 반응하게 할 수도 있다. 하버드대학 연구진의 장 칩은 주기적으로 연동운동을 함으로써 장이 음식물을 통과시킬 때 생기는 장의 운동을 모방하게 된다. 이러한 방법은 인체 내의 환경을 보다 구체적으로 조성하여 장기의 반응을 더 정확히 관측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여러 장기들을 통합해서 일부 신체 시스템의 반응을 동시에 실험할 수 있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노스웨스턴대학 테레사 우드러프(Teresa Woodruff)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여성 생식기관의 기능을 모방한 ‘EVATAR’라는 칩을 개발했다. 난소, 나팔관, 자궁, 자궁경관, 간의 다섯 장기 세포를 탑재한 이 칩은 유사혈액과 호르몬이 각 장기 사이를 흐르게 함으로써 28일의 생리 주기를 모방할 수 있다. 덕분에 자궁경부암과 자궁내막증 등의 치료약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생체 칩으로 장기의 상호작용 밝힌다
더 나아가 현재까지 개발된 개별 장기 칩들을 다수 통합해서 인체 내 주요 장기들이 상호작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관측하기 위한 생체 칩의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생체 칩에 대한 연구는 미국 국방성 산하 방위산업기술청(DARPA : 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과 미국 국립보건원(NIH : National Institute of Health)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핵 방사능이나 생화학 무기에 대한 신체 반응의 연구를 위해 MIT에 3,200만 달러, 하버드대학에 3,700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그 성과의 하나로 최근 MIT 생물공학과의 린다 그리피스(Linda Griffith) 교수팀은 단일 유체역학 플랫폼에서 간, 폐, 장, 자궁내막, 두뇌, 심장, 췌장, 신장, 피부, 골격근 등 최고 10종류의 장기 조직을 동시에 실험할 수 있는 생체 칩을 개발한 바 있다. 이 생체 칩은 외부 물질에 대한 체내 장기와 조직에서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보다 정확히 관측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어떤 약을 복용할 때 그 약이 어떻게 이동하고 다른 장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분해되고 간에는 독소가 얼마나 쌓이는지 등 체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반응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즉, 특정 약품에 대한 개별 장기의 반응뿐만 아니라 그 결과로 다른 장기에서 발생되는 예기치 않은 부작용도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이 생체 칩은 기존의 밀폐형 장기 칩과는 달리 개방형 칩으로서 분석을 위해 샘플을 쉽게 제거할 수 있고, 다수의 펌프를 탑재함으로써 각 장기 사이의 유체 흐름을 쉽게 제어할 수 있다고 한다. 각 장기는 환자의 샘플에서 추출한 100만~200만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수주일 동안 각 장기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그 덕분에 개별 환자에 최적화된 보다 정확한 실험을 할 수 있고, 인간에 특정된 면역체계에 대한 질병의 연구와 치료제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필요에 따라 칩 내의 장기 수를 늘리거나 줄여가면서 실험할 수 있어, 우선 서너 종류의 장기만을 조합한다 해도 단일 장기 칩에서보다 훨씬 풍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연구진은 파킨슨병이 장의 박테리아에서 유발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두뇌와 간, 위장 조직으로 구성된 생체 칩으로 파킨슨병의 유발 원인을 다각도로 실험하고 있다.
한편, 에뮬레이트사의 경우도 여러 장기를 통합해서 인체 전체에서의 일련의 반응을 알아볼 수 있는 ‘인체 모방 시스템(Human Emulation System)’을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다수의 장기 칩과 관측장비,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통합 장비로, 같은 형태에 서로 다른 장기세포를 주입해서 각 장기의 기능을 모방할 수 있는 장기 칩들을 동시에 실험할 수 있다. 이러한 장비는 제약, 식품, 화학, 화장품 분야에서 동물실험을 줄이면서 인간 대상의 시험효과를 대폭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로 세계적인 유명 제약회사들이 이미 이들의 장기 칩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존슨앤존슨은 혈전 칩을 통한 혈전치료제 개발을, 머크는 폐 칩을 통한 천식과 폐렴 치료제, 장 칩을 통한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로슈(Roche, F Hoffman La-Roche AG)도 에뮬레이트와 신체모방 시스템의 공동연구를 계획 중이다. 이렇게 생체 칩 기술은 각종 질병의 유발 원인과 진행 과정을 다양한 조합으로, 더 정확하게 연구할 수 있는 모델링 도구로, 그리고 장기간에 걸친 다양한 인체 장기의 복잡한 반응을 통해 신약 개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생명공학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확대보기MIT 연구진은 인간 장기 간의 상호작용을 체외에서 모방하기 위한 방법으로최고 10가지의 미니 장기를 서로 연결할 수 있는 미세유체역학 플랫폼을 개발했다(출처 : MIT / Felice Frankel).

고병희 미국 현지 객원기자

조회수 : 2,690기사작성일 : 2018-05-03
기사 만족도 평가
별 개수를 클릭하여 기사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해 주세요.
이 기사의 별점
평균 5점 / 2
  • 매우 불만족
  • 불만족
  • 보통
  • 만족
  • 매우 만족
별 5개 / 매우 만족

의견글 작성
  • (삭제 시 필요)
* 불건전한 내용이나 기사와 관련 없는 의견은 관리자 임의로 삭제될 수 있습니다.
메뉴 열기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