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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국
로봇이 만드는 피자 맛은 어떨까?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음식점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생길 듯하다. 로봇을 도입하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로봇에게 음식 운반을 맡기거나 로봇을 일부 조리 과정에 투입하는 신생업체들이 눈에 띄고 있다. 심지어 로봇 주방에서 로봇이 조리를 하는 음식점이 문을 열었고, 각종 커피 음료를 만드는 로봇 바리스타도 등장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주변의 음식점과 커피숍에서 서빙을 하는 로봇을 만나게 될 날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확대보기피자 운반하는 로봇

외식업계에 부는 무인화 열풍
최근 미국 오리건주의 해안도시 맨자니타에 위치한 마자노피자(Marzano’s Pizza Pie)는 지난 15년간 운영했던 매장 내 서빙을 중단하고, 테이크아웃으로만 피자를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여름철이면 관광객들로 붐비는 이 마을에서 꽤 인기 높은 음식점이 이렇게 어려운 결정을 내린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역 경기가 좋아지면서 인력난이 생긴 데다, 주거비용도 올라 다른 지역에서 사람을 데려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여름 성수기에 매출을 대폭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 외식사업은 이직률이 높은 분야로 악명이 높다. 단기간의 파트타임직이 많고, 급료가 낮은 데다 일하는 과정에서 부상당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이 분야의 이직률이 전년에 이어 2017년에도 70%가 넘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의 베어로보틱스(Bear Robotics)는 이러한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의 하나로, 서빙 업무에 사람 대신 로봇을 이용하는 방법에 주목했다. 센서와 인공지능에 기반해 음식점 내부의 지도를 작성하고 행로의 장애물을 피해가면서 자체 주행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한 것이다. ‘페니(Penny)’라는 이름의 이 로봇 서버(server)는 주방에서 앱을 통해 로봇을 부른 뒤, 완성된 요리를 쟁반에 올려주기만 하면 손님의 테이블로 스스로 이동한다. 손님에게 청구서를 가져다주고 빈 그릇을 주방으로 옮기는 일도 페니의 몫이다.
그렇지만 쟁반을 얹은 볼링 핀 형태의 페니가 기존에 사람이 하던 서빙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팔이 없으니 쟁반에서 실제로 그릇을 옮기는 일은 아직 사람이 거들어야 한다. 그래도 종업원의 노동 강도를 낮추고 부상의 위험이 적은 안전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페니의 역할은 의미가 있다. 덕분에 기존의 종업원은 그만큼의 시간을 더 많은 테이블에서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 할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어로보틱스는 페니의 도입으로 전체 종업원 수를 줄여 비용을 절약하면서도 각 종업원의 업무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페니는 인근 피자 음식점을 비롯한 두 군데의 음식점에서 시험운용 중이라고 한다.

로봇이 반죽하면 토핑은 사람이
한편, 피자의 일부 조리 과정에 로봇을 도입해 자동화를 꾀하는 신생업체도 생겼다. 온라인 주문으로 피자를 배달하는 캘리포니아주의 줌피자(Zume Pizza)는 주문을 받자마자 피자를 만드는데, 반죽을 밀고 소스를 바르는 과정과 준비가 끝난 피자를 받아 각 오븐에 집어넣는 과정을 로봇이 담당한다. 반죽 위에 토핑을 얹는 작업은 아직 사람이 맡고 있지만, 로봇에게 단순작업과 뜨거운 오븐을 다루는 일을 부담시켜 작업효율과 인력의 안전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들은 피자 배달 트럭 안에 피자 오븐을 층층이 탑재해서 이동 중에도 피자를 굽는 방법으로 배달 속도를 가속화하는 방법을 계획 중이다. 이때 배달 장소의 위치에 따라 조리를 시작하는 시간을 자동으로 조정해서 언제나 갓 구운 피자를 배달하게 된다. 줌피자는 이렇게 피자 배달이라는 단순한 사업에 로봇을 도입하는 구상으로 이제까지 거의 5,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한다.
뒤늦게나마 기존의 피자 업체에서도 로봇에 대한 관심이 감지된다. 예를 들어, 리틀시저(Little Caesar)는 최근 페퍼로니 피자를 조립하는 로봇에 대한 특허를 신청한 바 있다. 이 로봇은 피자 반죽을 담은 쟁반을 집어 피자 소스, 치즈, 페퍼로니 등의 각 재료를 얹으며 조립을 완성한다. 점원은 이를 받아 오븐에 넣어 굽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리틀시저는 이러한 로봇을 도입함으로써 작업효율은 물론이고, 품질과 조리 속도를 높이면서 제품의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확대보기스파이스 직원 사진왼쪽부터 스파이스의 공동창업자인 Luke Schlueter, Michael Farid, Kale Rogers, 수석 셰프 Sam Benson, 공동창업자 Brady Knight, 고문 셰프 Daniel Boulud(출처 : Spyce).

확대보기스파이스의 개방형 로봇 주방스파이스의 개방형 로봇 주방에서는 7개의 웍이 각각 식재료를 받아 요리를 완성한 후 세척까지 완료하는 자동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출처 : Spyce).

주문 받고, 조리에 설거지까지 완벽하게 클리어지난 5월 보스턴에서는 세계 최초의 로봇 주방을 갖춘 볶음요리 음식점이 문을 열어 화제가 됐다. 스파이스(Spyce)라는 이름의 이 음식점은 MIT 졸업생 4명이 기숙사 시절에 머리를 맞대고 구상하던 사업 아이디어에 기반해 탄생했다. 7개의 원통형 웍이 자리 잡은 개방형 주방에서 자동으로 음식을 조리하고, 조리 후 웍의 세척까지 끝내는 로봇 시스템을 갖추게 된 것. 단, 조리에 필요한 식재료 준비와 요리의 마지막 완성은 사람의 손을 거치게 된다.
로봇 주방에 적합한 메뉴를 고안한 것도 이 음식점의 고문인 미셸린 스타 셰프 다니엘 볼드(Daniel Boulud)와 수석 셰프인 샘 벤슨(Sam Benson)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이들의 메뉴는 라틴식, 지중해식, 중동식, 아시아식 등 7종류의 볶음요리로 구성되는데, 신선한 재료의 볶음요리 위에 여러 가지 토핑을 얹는 방식으로 영양가 높고 건강하며 맛있는 고급 요리를 제공한다.
스파이스에서의 경험은 다른 음식점과 다르다. 우선 스파이스로 들어서면 한쪽 벽면에 배치된 터치스크린을 통해 주문을 하게 된다. 각 볶음요리는 채소, 고기, 탄수화물과 각종 소스 등을 기본으로 하고, 입맛에 맞게 견과류, 치즈, 찐 달걀, 훈제 연어 등의 토핑을 추가하도록 되어 있다. 기본 가격은 7.5달러인데, 추가하는 토핑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고객의 선호도에 따라 채식과 글루텐 프리 메뉴도 선택 가능하다.
고객의 주문이 끝나면 조리가 시작된다. 우선 웍의 상단에 배치된 원형 스크린에 고객의 이름이 나타나고, 웍 위로 움직이는 트랙을 통해 조리용으로 준비된 식재료를 담은 상자가 이동하여 웍으로 재료를 쏟아붓는다. 웍은 전면을 향해 비스듬히 기울어진 상태로 회전하면서 바로 옆에 수직으로 배치된 인덕션 스토브의 열로 재료를 볶기 시작한다. 메뉴에 따라 특정된 조리 온도에서 3분 정도 걸리는 볶음 과정을 마치면 웍은 방향을 아래로 틀어 완성된 요리를 하단에 놓인 그릇에 담아낸다. 그 후 웍은 밑에서 뿜어내는 증기를 통해 자동 세척되고, 다음 주문을 위해 제 위치로 돌아가 대기하게 된다. 그동안 그릇에 담겨진 요리는 토핑을 담당하는 가르드망제(Garde Manager)가 앞의 테이블로 받아 옮겨 토핑을 보기 좋게 얹는 마지막 과정을 거친 후 고객에게 넘겨진다. 스파이스는 이렇게 로봇이 조리하는 과정을 직접 지켜보는 재미에 더해 자동화로 인한 적당한 가격과 짧은 대기시간이라는 장점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확대보기샌프란시스코 카페 X의 커피 만드는 로봇샌프란시스코의 카페 X에서는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주문한 커피 음료를 투명창 안에서 로봇 팔이 스스로 만들어낸다(출처 : Cafe X Technologies).

확대보기밀폐형 로봇 카페하우스 브리고큼지막한 밀폐형 로봇 카페하우스인 브리고는 내부의 조립라인 같은 공정을 통해 여러 커피 음료를 만들어내며, 고객의 선호도를 기억해서 맞춤형 음료를 제공한다(출처 : Briggo Inc.).

로봇 바리스타, 로봇 바텐더의 등장
한편, 식음료 분야에도 로봇이 출현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카페 X(Cafe X Technologies)는 투명창 안에서 로봇 팔을 가진 로봇 바리스타가 두 대의 에스프레소 머신을 통해 13종류의 커피 음료를 만들어낸다. 이 로봇 바리스타는 스마트폰이나 터치스크린으로 주문을 받은 뒤부터 1분 내에 한 컵씩, 1시간당 100~200컵의 커피 음료를 자동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카페 X는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두 지점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곧바로 한 곳이 더 추가될 계획이다.
텍사스주의 오스틴 지역에서도 브리고 커피하우스(Briggo Inc.)라는 로봇 카페가 등장했다. ‘브리고’ 커피하우스는 큼지막한 밀폐된 자판기 형태로, 조립 라인과 같은 내부의 자동 시스템에서 한번에 16컵까지 각종 커피 음료를 동시에 만들어낸다. 뿐만 아니라 각 옵션에 따른 고객의 선호도를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해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카페 X, 브리고와 같은 로봇 바리스타는 보다 균일한 품질의 음료를 더 낮은 가격에 제공하며 고객의 기다리는 시간을 대폭 줄인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대안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밖에도 카페 X처럼 로봇 팔이 자동으로 스무디를 만들어주는 6d Bytes의 블렌디드(Blendid), 자판기 형태로 22종류의 채소와 견과류, 드레싱을 섞어 40종류의 샐러드를 만들어주는 차우보틱스(Chowbotics)의 샐리(Sally)는 물론, 수백 종류의 레시피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다양한 칵테일을 만들어내는 바텐더 로봇들도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렇게 외식사업 분야에서 도입되는 로봇들은 인력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인간과 함께 협력해서 조화롭게 일을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 강도가 높고 위험한 일은 로봇에게 넘기고, 종업원들에게 더욱 안전한 업무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함과 동시에 비용을 줄이고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윈윈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로봇들의 등장과 함께 앞으로 외식사업의 구도가 어떻게 바뀌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고병희 미국 현지 객원기자

조회수 : 4,173기사작성일 :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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