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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디가 아픈지 전자코는 알고 있다

후각기능은 오감 중에서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감각이다. 그러나 위험을 경고하는 냄새라면 상황이 다르다. 공기 중에 유독가스가 누출되거나 음식이 상한 경우에는 냄새가 중요한 신호가 된다. 더 나아가 질병에 걸렸을 때 미세하지만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경우가 있어, 이를 탐지할 수 있으면 복잡한 의료검사보다 더 빨리 조기진단을 할 수 있다. 이렇게 냄새를 탐지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전자코, 더 광범위하게는 인공후각 기술이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간이 냄새를 맡고 뇌가 인식하는 원리에 기반해 더 많은 냄새를 정확하게 탐지하고 식별하기 위한 연구가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해로운 냄새 감지, 훈련견 대신 전자코로
냄새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신호를 보낸다. 꽃냄새, 나무냄새, 커피냄새 등 기분이 좋아지는 냄새도 있지만, 실상 중요한 냄새는 안 좋은 냄새다. 이를 탐지하는 데 있어서는 인간보다 후각이 훨씬 뛰어난 개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범죄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나 생존자의 행방을 찾기 위해 훈련견이 투입되기도 하고, 공항에서는 마약이나 폭발물을 찾아내기 위해 승객들의 짐을 킁킁거리고 돌아다니는 탐지견도 종종 보인다. 한편, 의료 보조 목적으로 훈련된 보조견의 경우는 당뇨병 환자의 혈당이 급격히 떨어질 때 입김에서 풍기는 냄새를 탐지해서 환자에게 경고를 보내기도 한다. 더 나아가 피부암, 유방암, 폐암, 직장암, 난소암 등의 질병 초기에도 냄새 탐지가 가능하다. 전립선암의 경우는 소변 샘플에서 냄새를 탐지하는데, 잘 훈련된 개는 6종의 샘플을 2분 내에 90%의 정확도로 찾아낸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훈련견은 강도 높은 훈련이 필요하고, 훈련과 관리에 비용이 매우 많이 들기 때문에 그 수가 많이 부족하다. 특히 질병 탐지를 목적으로 훈련되는 의료견은 아주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일단 작업에 들어가면 휴식시간도 자주 가져야 한다. 같은 냄새를 계속 맡으면 피로해져서 민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전자코(E-nose) 기술로 대체할 수는 없을까? 후각기관을 모방해서 냄새를 식별할 수 있는 전자코 장비라면 언제 어디서나 어떤 종류의 샘플에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후각기관이 냄새를 맡고 식별하는 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냄새라는 것은 휘발성 화학 분자들의 혼합물이다. 숨을 들이쉬면 이 분자들이 코 안으로 흡수되어 후각상피세포 내의 후각수용체와 결합하게 된다. 이로 인해 감각신경이 활성화되면 전기신호가 발생하고, 두뇌로 그 정보가 전달되어 냄새를 인식한다. 인간의 경우는 약 400종류의 후각수용체로부터 1만 종류 이상의 냄새를 식별해낼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각 수용체와 각 냄새 분자와의 상관관계가 아주 복잡하다는 데 있다. 각 수용체는 각 분자에 반응하지만, 한 수용체가 여러 분자에 한꺼번에 반응하기도 하고 한 분자에 여러 수용체가 동시에 반응하기도 한다. 이렇게 엄청난 수의 복잡한 조합의 패턴이 두뇌에서 특정 냄새로 식별된다. 그러나 각각 어떤 분자가 어떤 수용체와 반응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매우 제한적이다. 단 3종의 수용체로 모든 색상을 표시할 수 있는 시각기관과는 달리, 수백 종의 수용체가 관련된 후각기관의 냄새 인식 원리를 분석하고 모방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인다.

확대보기탐지견고도로 훈련된 탐지견은 많은 냄새가 섞여 있는 환경에서도 뛰어난 후각으로 가방 속의 농산물이나 마약, 폭발물 등을 찾아내 알려준다.(출처 : Ken Hammond/USDA)

냄새뿐 아니라 압력과 온도 변화까지 감지
기존의 전자코는 산화금속이나 폴리머 등을 센서로 이용해 특정 냄새의 주성분이 되는 제한된 수의 화학분자를 탐지해 신호를 보내는 방식에 주력해왔다. 예를 들어, 지뢰를 찾아내기 위해서 그 주성분이 되는 DNT 분자를 탐지하게 하는 것이다. 이때 실제로 냄새를 맡는 과정을 더 정확하게 모방하면 냄새 식별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그 한 예로, 미국 브라운대학의 제이콥 로젠스타인(Jacob Rosenstein) 교수팀은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기존의 전자코를 넘어서며 냄새를 들이마시는 과정까지 모방한 새 전자코 기술을 개발했다. ‘트러플봇(TrouffleBot)’이라고 명명된 이 전자코는 초소형 컴퓨터인 라즈베리파이(Raspberry Pi) 위에 9×5㎝ 크기의 회로판을 탑재한 형태로, 8쌍의 화학물질 센서와 압력센서, 온도센서를 탑재하고 있다. 또한 공기펌프로 냄새를 들이마시는 기능을 추가했다. 덕분에 냄새 샘플이 센서를 거치면서 화학분자뿐 아니라 압력과 온도 변화까지 탐지하게 된다.
연구진은 9종의 냄새 샘플로 그 정확도를 실험했는데, 화학물질 센서만을 탑재했을 때 80%에 지나지 않던 정확도가 공기펌프의 추가로 90%, 압력과 온도센서가 통합됐을 때 95%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트러플봇은 화학센서의 교환이 가능하며, 150달러대의 저렴한 비용으로 제조할 수 있다. 현재 이들은 트러플봇의 정확도와 반응속도를 더 높이고 크기를 더 줄이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확대보기냄새의 디지털 프로파일을 기록하는 에센스칩냄새의 디지털 프로파일을 기록하는 ‘에센스칩’에 냄새를 흘려보내면 후각수용체가 냄새 분자를 흡수해 신호가 발생한다.(출처 : Aromyx)

인간의 후각을 넘어서는 바이오센서로 진화 중
한편에서는 각종 냄새 전반에 걸쳐 그 냄새가 무엇인지 높은 민감도로 분별할 수 있는 만능 전자코 연구도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냄새를 각 성분에 따른 분석이 아니라 인간의 두뇌가 인식하듯이 냄새에 대한 수용체 또는 센서의 반응 패턴과 인공지능(AI)을 이용해서 분석하는 방법으로 가능해진다.
그 한 예로, 듀크대학 연구진은 실제 후각수용체를 이용한 후각기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학교 분자유전학과의 히로아키 마쓰나미(Hiroaki Matsunami) 교수가 이끄는 이 연구는 쥐의 후각수용체 DNA를 인간의 세포에 주입해 후각수용체를 재배해서 다양한 냄새에 반응하는 원리를 탐색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각 화학물질에 따라 반응하는 각각의 독특한 특정 패턴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 목표는 실제 후각기관의 원리에 기반해 마약이나 폭발물을 탐지하는 훈련견의 후각기능을 모방하는 전자코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현재 이들은 31종의 후각수용체를 이용해서 실험 중인데, 쥐의 1,100종, 인간의 400종까지는 못하더라도 훨씬 더 많은 후각수용체가 투입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각 냄새의 미세한 변화가 수용체의 반응에 미치는 영향, 반응 속도, 장비의 소형화, 샘플 측정 후 후각수용체의 재사용 가능성도 계속 연구가 필요하다. 이밖에 연구진은 콧물 등의 다른 물질이 후각반응에 미치는 긍정적인 역할도 살펴보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실리콘밸리의 아로믹스(Aromyx)라는 기업은 인간의 후각수용체를 이용해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전자코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에 들어섰다. 이들의 기술은 후각수용체의 DNA를 추출해 살아 있는 이스트 세포에 주입해 후각수용체를 재배하고 이를 통해 냄새를 탐지하는 것이다. 이때 각종 냄새에 대한 후각수용체의 반응 패턴을 기록해서 아로마그래프(AromaGraph)라는 냄새의 데이터베이스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그 첫 단계로 이들은 지난해 말 ‘에센스칩(EssenceChip)’이라는 플라스틱 칩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7.6×12.7㎝ 크기의 이 칩에는 수십 개의 작은 구멍이 있어 각 구멍마다 특정된 후각수용체를 주입하게 되어 있다. 그 위에 냄새를 흘려보내면 후각수용체가 냄새 분자를 흡수하며 신호가 발생하는데, 이 칩을 카드 리더에 넣어서 신호 패턴을 기록한 후 그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보내게 되는 것이다.
이들이 이용하고 있는 후각수용체는 아직 소수에 지나지 않지만, 앞으로 인간의 후각기관을 모방하기 위해 약 400종의 후각수용체를 모두 만들어내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1,536장의 에센스 칩이 필요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 과정에서 냄새의 데이터베이스가 제대로 완성된다면 식음료, 포장제품, 화학기업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품질관리를 위한 냄새 탐지뿐 아니라 나쁜 냄새를 없애고 원하는 냄새를 다시 조합하는 방법으로 새 제품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이 기술을 스마트폰에 통합해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방법도 연구 중에 있다. 언제나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이 사용자의 입김이나 피부에서 발산하는 냄새로부터 특정 질병과 바이러스를 탐지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후각수용체를 이용한 습식 센서가 아니라 실리콘 칩을 이용한 건식 센서가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확대보기아리발의 휴대용 만능 전자코 장비아리발의 ‘NEOSE Pro’는 800종류 이상의 냄새를 식별해서 전면 디스플레이에 알려주는 휴대용 만능 전자코 장비이다.(출처 : Aryballe Technologies)

식품·화장품 품질관리에 유용한 휴대용 전자코
한편, 현재 성능이 앞선 프랑스의 아리발(Aryballe Technologies)이 바이오센서를 이용한 ‘NEOSE Pro’라는 휴대용 만능 전자코 장비를 개발한 바 있다. 이 장비는 SPR이라는 독특한 기술에 기반해 800종류 이상의 냄새를 식별할 수 있다고 한다. SPR 기술은 상단에 67개의 생화학센서를 탑재한 프리즘 형태의 금속판을 이용한다. 냄새를 유발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s)이 주입되면 수초 내에 각각 특정 센서와 결합하는데, 이때 프리즘 아래쪽에서 LED를 조영, 사진을 찍어 그 패턴을 기록하게 된다. 이 패턴은 서버로 전송되어 냄새의 패턴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고, 같은 패턴을 찾으면 NEOSE Pro의 디스플레이에 그 냄새를 알려준다.
아리발은 손에 들고 측정할 수 있어 사용이 편리하고 광범위한 냄새의 식별이 가능하여 식음료, 화장품 등의 연구개발과 품질관리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들은 자동차 내부의 악취와 연료 누출 등을 식별하는 도구로서 공유 서비스와 자율주행이 전망되는 자동차산업에도 손을 내밀고 있다고 한다.

고병희 미국 현지 객원기자

조회수 : 3,903기사작성일 : 2019-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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