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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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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료 분야에서는 질병의 증상을 직접 치료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디지털 치료법’이라는 이름으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엄격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독자적으로, 또는 기존의 약물과 병행해서 치료 효과를 높이는 디지털 치료법은 특히 신경과학 분야의 기억과 인지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ADHD 치료제가 된 게임

아이들이 게임만 한다고 야단치는 부모들이 많지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가진 일부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비디오 게임을 권장할 이유가 생겼다. ADHD의 치료제가 될 수 있는 비디오 게임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게임은 대규모 임상시험을 거쳐 지난 6월 비디오 게임으로는 최초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까지 받았다.

확대보기인데버Rx 스크린샷ADHD의 치료법으로 FDA 승인을 받은 인데버Rx는 아이들이 흥미로워할 비디오 게임을 통해 집중력을 높이고 주의력을 통제할 수 있는 훈련을 제공한다.(출처 : Akili Interactive)

이번에 FDA가 ADHD의 치료요법 중 하나로 승인한 이 비디오 게임은 아킬리 인터랙티브(Akili Interactive, 이하 아킬리)의 ‘인데버Rx(EndeavorRx)’이다. 이 게임은 주의가 산만하고 충동적이며 집중력이 떨어지는 ADHD 아동의 집중력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특별히 설계됐다고 한다. ADHD는 아동들에게 가장 흔히 나타나는 정신장애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미국 내 2~17세의 아동 중 9.4%에 달하는 610만 명이 ADHD 진단을 받았고, 그 중 약 77%가 약물이나 행동상담요법 등의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부모 입장에서는 어린 자녀에 대한 약물 치료와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크고, 상담요법에 대한 높은 비용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2017년 미국 내에서만 ADHD 약물의 시장 규모가 130억 달러에 달하고, 2020년까지 170억 달러로 치솟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거부감 없이 재미를 느끼면서 효과적으로 ADHD의 치료를 돕는 비디오 게임의 등장은 아이들도, 부모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인데버Rx는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의 신경과학자 아담 개잘리(Adam Gazzaley) 박사팀이 정신적 인지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개발한 게임에 기반하고 있다. 원래는 노인들의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을 위한 게임이었는데, 임상시험을 거치면서 아동에게 더욱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보여 방향을 바꿨다고 한다. 아킬리는 2년 전부터 이 기술의 라이선스를 획득해서 상용화를 추진해왔다. 인데버Rx의 목표는 자폐아나 ADHD 장애아동의 인지 제어에 초점을 두고 주의력을 향상시키는 훈련을 돕는 것이다. 시각과 손의 운동을 통해 비관련 정보는 무시하면서 여러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훈련을 반복해서 주의력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한다.

우울증, 자폐 치료 소프트웨어 나온다

확대보기인데버Rx 아이패드 사용 모습 인데버Rx는 아이패드나 아이폰 등의 IOS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기기 자체를 이리저리 기울이고 화면을 건드리기도 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출처 : Akili Interactive) 얼핏 보기에 일반 게임처럼 보이지만, 인데버Rx는 여러 면에서 차별되는 특징이 있다. 우선 8~12세의 아동을 대상으로 FDA가 승인한 ADHD의 치료법으로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 게임만으로는 독자적인 치료법이 될 수 없고, 담당 의사가 안전성을 숙지한 후 각 개인의 상태와 현재의 치료법 등을 감안해서 다른 치료와의 조율과 병행 치료를 결정한다. 게임 용법도 정해져 있다. 하루에 25~30분씩 일주일에 5회, 총 4주간 사용하게 되어 있다. 아킬리에 따르면, 이 게임은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두뇌의 전두엽 피질을 직접 조준해서 활성화시키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맞춤형 알고리즘을 통해 각 개인의 훈련 상황에 따라 게임 속도와 보상 시스템을 조절하고, 특정 감각기능과 운동기능에 도전함으로써 최적의 상태에 도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아킬리는 그 효과의 과학적인 입증을 위해 지난 수년간 600명 이상의 ADHD 장애아동을 대상으로 5차례에 걸친 임상시험을 했다. 그 결과 무작위, 통제 환경에서 4주의 치료 후 시험 대상의 3분의 1이 객관적 테스트의 적어도 한 분야 이상에서 주의력 결핍 문제를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부모들도 1개월 치료 후에는 50% 이상이, 2개월의 치료 후에는 68% 이상이 아동의 일상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관찰했다고 보고했다.
아킬리는 이 게임을 ADHD 행동추적 앱, 부모와 공조해서 개별 지원 서비스를 지원하는 ‘아킬리 케어(Akili Care)’와 함께 ‘인데버 케어 프로그램(Endeavor Care Program)’으로 통합해 제공할 계획이다. 아직은 판매를 준비 중으로, 현재 아킬리의 웹페이지에서 대기자 등록을 받고 있다. 아킬리는 인데버Rx의 FDA 승인 후 유럽의 CE 마크 인증도 받아 유럽 진출의 발판도 마련해놓은 상황이다. 또한 일본과 대만에서도 맞춤형 인데버Rx를 개발, 상용화할 공동계획을 진행 중이다. 더 나아가 아킬리는 우울증, 다발성경화증, 자폐증 등의 치료를 도울 수 있는 다른 소프트웨어의 개발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약 대신 앱으로 약물중독 치료

한편, 디지털 치료법(digital therapeutics)에 있어 인데버Rx보다 먼저 FDA의 승인을 받고 의사의 처방을 필요로 하는 다른 앱들도 있다. 보스턴의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가 개발한 리셋(reSET), 리셋-O(reSET-O), 그리고 솜리스트(Somryst)라는 세 종류의 모빌 앱이 그것이다. 그중 리셋은 알코올, 코카인, 대마초 등의 약물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앱으로서 2017년 FDA의 승인을 받은 최초의 질병치료용 디지털 치료제가 되었고, 뒤이어 아편중독자를 위한 리셋-O가 2018년 승인을 받았다.
이들 앱은 사용자가 입력하는 정보에 따라 사용자의 기분, 갈망, 사회적인 자극 등을 추적해서 재발을 유도하는 상황을 인식하고, 훈련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용자의 입력 정보와 앱의 이용 상황은 의료진 측에서도 소프트웨어를 통해 관찰하게 되어 있다. 이들 앱은 주당 1회, 또는 2주 1회의 대면상담을 통한 기존의 치료 과정 중 상담 사이의 비는 시간을 보충해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약물중독 환자 507명을 대상으로 한 리셋 앱의 임상시험에 따르면, 12주간 대면상담 횟수를 줄이면서 리셋 앱을 시험한 결과 58%가 재발이 없었다는 결과가 보고됐다. 반면, 일반적인 대면상담 치료 요법만으로는 그 수치가 30%에 불과했다고 한다. 솜리스트의 경우는 만성 불면증 치료를 돕기 위해 개발된 앱으로서 2020년 봄 FDA의 승인을 받았는데, 1,400명의 불면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2차에 걸친 임상시험을 통해 12개월 동안 불면증이 현저히 줄어드는 효과를 입증했다고 한다.

확대보기가디언즈 게임 화면 / 페어 테라퓨틱스 앱 화면1_ MIT 미디어랩에서 우울증과 불안증의 치료를 돕기 위해 개발한 가디언즈는 그래픽 비디오 게임의 형태로 사용자가 게임을 하다가 정기적으로 일상의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도록 설계되어 있다.(출처 : The Guardians)
2_ 약물중독자의 치료를 위한 페어 테라퓨틱스의 리셋 앱은 사용자가 느끼는 기분, 약물의 갈망, 외부 자극 등의 입력 데이터를 추적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도록 돕는다.(출처 : Apple App Store)

이밖에도 현재 미국 내 여러 대학에서는 신경과학에 기반한 비디오 게임을 통합해서 우울증, 자폐증 등의 치료를 돕는 다양한 디지털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MIT 미디어랩의 크레이그 퍼거슨(Craig Ferguson)은 미주리대학교 임상심리학과 첼시 윌크스 교수와 함께 ‘가디언즈(The Guardians: United the Realms)’라는 모빌 게임을 개발했다. 이 비디오 게임은 불안증과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한 것으로, 포켓몬처럼 디지털 펫을 수집하는 모빌 게임을 통해 사용자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연구진이 《의료 인터넷 연구(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라는 학술지에 발표한 결과를 보면, 전자일기(78%)나 일기(71%)를 기록하는 기존의 방법에 비해 이 게임의 사용자는 86%가 더 꾸준히 게임을 이용했다고 한다.
또 다른 예로,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신경과학과 연구진은 자폐아동을 위한 ‘어텐션 아케이드(Attention Arcade)’라는 게임을 선보였다. 이 게임은 시선추적 장비를 통해 자폐아동의 시선을 추적하게 되어 있는데, 게임의 진행에 따라 화면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안정적으로 시선을 이동하게 하는 훈련으로 집중력 향상을 돕는다고 한다. 연구진은 수년간의 소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아동의 집중력과 안정적인 시선 이동 능력이 개선되었다고 밝혔으며, 2017년 브레인립(BrainLeap Technologies)이라는 회사를 창립해서 상용화에 나섰다. 이 게임은 시선추적 장비와 함께 월정액 50달러에 판매 중이다.
디지털 치료법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약물이나 대면상담보다 시도하기가 쉽고 상대적으로 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2018년 두뇌훈련용 앱의 구매에 소비자들이 19억 달러를 지출했다고 한다. 물론 이들 앱들이 모두 과학에 근거한 것은 아닐 것이다. 진정한 디지털 치료법이라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고 그 효과도 과학적으로 입증되어야 한다. 다른 약물과 의료장비의 경우처럼 대규모 임상시험을 거쳐 FDA의 승인을 얻고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디지털 치료법이라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으며, 앞으로 의료보험까지 적용되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에 상용화에 성공한 아킬리와 페어 테라퓨틱스의 성과를 통해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고병희 미국 현지 객원기자

조회수 : 8,211기사작성일 : 202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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