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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식과 장그래
상사는 부하를 어떻게 판단할까?

 

아랫사람의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나는 바로 ‘나의 상사는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는가?’이다. 이것을 알 수 있다면 그 기준에 맞춰서 행동하거나 혹은 거기에 맞게 자신을 바꾸면 직장생활이 한결 편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나의 상사가 사내에서 다소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앞으로의 안전과 비상을 도모하는 데에도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도대체 그것을 알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너만 믿는다’는 말 속에 숨겨진 상사의 꿍꿍이
왕과 신하의 관계에 대해 면밀한 탐구를 했던 한비는 그의 저서 『한비자』를 통해 이른바 ‘부하를 판별하는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는 군주들을 위한 조언이었지만, 아랫사람의 입장에서 이를 본다면 윗사람들이 부하들을 어떻게 판단하는지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이 다섯 가지 중에서 부하들에게 가장 유용할 뿐만 아니라 오늘의 현실에서도 활용되는 것은 바로 ‘협지법(挾智法)’과 ‘도언법(倒言法)’이다. 협지법은 자신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 ‘안다’는 사실 자체를 숨기고 부하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이다. ‘협(挾)’은 숨기다라는 뜻이기 때문에 ‘협지’는 지식을 숨긴다는 의미다. 도언법은 ‘사실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해서 상대방의 심리를 꿰뚫는 방법이다. 도(倒)는 ‘거꾸로’라는 의미이니 ‘도언’이라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의미한다. 즉, 이 두 가지를 종합해보면 상사들은 뭔가를 숨기고 거꾸로 말하면서 부하를 판단한다는 이야기다.
한때 한나라를 강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소후왕은 어느 날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하는 신하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그는 부하들을 상대로 진실성 테스트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손톱을 깎다가 거짓으로 “나의 손톱이 없어졌다. 불길한 징조이니 어서 찾아라”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그의 손톱은 그의 손아귀에 있었으니 신하들이 이를 찾아낼 리는 만무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한 신하가 “여기 손톱을 찾았습니다”라고 외쳤다. 어찌 된 영문인지 신하의 손에는 진짜 손톱이 있었다. 소후왕은 모른 채 하며 그를 칭찬해주긴 했으나, 이미 그를 ‘진실성 없는 놈’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일들은 현실에서도 다양하게 변형된 형태로 발생한다. 특정 프로젝트에 대해 과도하게 부담감을 주거나, 의도적으로 비상 상황을 만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부하가 할 수 있는 역량이 5에 불과하지만 8~9를 던져주고 ‘너만 믿는다’는 말을 하거나, 이렇게 하면서도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플랜B를 마련해두는 것이다. 그러니까 상사들은 실제 상황을 감추고 숨기면서 부하들의 반응과 역량을 판단하게 된다. 따라서 상사와의 관계에서 뭔가 부담스러운 일이 생긴다는 것은 곧 상사가 당신을 판단하려는 순간이라는 것을 직감해야 한다. 이럴 경우에는 상사의 의도가 어찌 됐든 반드시 그것을 수행해내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위기 상황에서 ‘진짜’가 드러난다
상사가 당신을 판단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기준은 바로 ‘상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당신이 어떤 행동을 하는가’라는 것이다. 질풍경초(疾風勁草)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세찬 바람이 불어야만 강한 풀을 알아볼 수 있다’는 의미다. 전한 말기에 유수라는 자는 갱시제를 황제로 옹립해 끊겼던 한 왕조를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갱시제가 초심을 잃고 폭정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을 황제로 만들어주었던 유수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유수는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라고 판단하고 ‘하북 지방을 평정하고 오겠다’는 핑계로 먼 길을 떠났다. 이때 왕패라는 부하는 물론이고 과거에 갱시제를 옹립하기 위한 반란에서 함께했던 수많은 참모와 군사들이 따라나섰다. 머나먼 하북으로의 진격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탈자들이 속속 늘어났다. 어느 날 유수가 고개를 뒤로 돌려 행렬을 보았더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갔고, 유독 왕패만이 그를 따르고 있었다. 그때 유수가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토록 힘들고 괴로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나를 믿고 따라 와주는 사람은 자네밖에 없군. 세찬 바람이 불어야만 강한 풀을 알아볼 수 있구나.”
왕패는 이후 유수가 적에게 잡혔을 때에도 적진에 뛰어들어 그를 구해냈다. 그 후 유수가 황제가 되었을 때, 유수는 과거에 왕패가 보여주었던 신뢰를 잊지 않고 그를 태수로 임명했다. 상사는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또 한편으로 그 상사도 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순간이 상사가 가장 예민할 때이며, 또 앙칼진 눈으로 후배를 판단하려는 시기이기도 하다. 상사에게 위기가 왔을 때나 팀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에 신중하고 겸손하게 자신을 희생하며 구원투수로 나서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당신의 생각이 읽히고 있다
가끔씩 상사가 뜬금없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요즘 무슨 책을 읽냐’라거나 혹은 ‘집에 무슨 일 있냐’라는 질문들이 그렇다. 업무와는 전혀 무관한 듯 보이는 이러한 뜬금없는 질문은 부하의 상태를 확인하려는 상사들의 간접적이지만 단도직입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진시황제의 아들 호해의 옆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환관 조고는 쿠데타를 꾸미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부하들과 함께 일을 도모하려고 하니 어떤 놈이 진짜 자기 편인지 아닌지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는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 어느 날 사냥을 가서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말했고, 각 신하들에게 ‘저것이 사슴이냐, 말이냐’를 물었다. 그는 이렇게 해서 자신의 편에 누가 있는지를 파악했던 것이다. 사슴은 사슴일 뿐이다. 그런데 상사가 이렇게 뜬금없는 질문을 한다는 것은 뭔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봐야 한다. 조고는 ‘사슴이냐, 말이냐’를 물었던 것이 아니라 ‘너는 내 편이냐, 아니냐’를 물었던 것이다.
만약 상사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분명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이럴 때에는 상사의 진짜 의도를 파악해내는 것이 첫 번째로 할 일이다. 질문 자체에 매몰되지 말고 상사의 의중을 파악하고, 그가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상사의 의중과 주어진 상황을 복합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상사가 무엇으로 나를 판단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남훈 전문기자​

 

조회수 : 2,194기사작성일 : 201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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