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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코리아 워커
“한중영 3개 국어 능통한 글로벌 인재 될 거예요”
㈜제이디사운드 해비 대리

 

생활, 배움, 직장업무, 무엇 하나 흠잡을 데 없을 만큼 한마디로 야무진 여자다. 한국생활 7년 차 해비 과장이 그렇다. 7년 전 한국에 유학을 온 그는 국문학을 전공한 후 스타트업에 입사하여 중국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다. 이제는 영어도 한국어만큼 능통한 실력자가 되어 글로벌마케팅 인재로 거듭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회사 기대감 충족시킨 열성파 한족 여성
지난 6월 일본 마쿠아케를 통해 약 5,300만 엔 상당의 크라우드펀딩에 이어 미국 인디고고 크라우드펀딩에도 성공해 화제가 되고 있는 음향기기 전문업체 ㈜제이디사운드(JD SOUND). 이 회사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스타트업 지원 전문기관인 판교의 K -ICT 본투글로벌센터 입주사로, 휴대용 디제잉기기 제작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다. 중진공 청년창업사관학교 1기생인 김희찬 대표가 지난 2011년 창업했으며, 주력제품인 ‘몬스터 고디제이(GODJ)’는 국내 대형 유통매장 입점에 이어 해외시장으로 진출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곳에는 중국 마케팅 담당자 해비(解斐, 씨에페이) 대리가 있다. 12명의 직원 중 유일한 외국인인 그는 입사한 지 3∼4년은 족히 돼 보일 만큼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홍일점. “어떤 음료를 드릴까요?”라며 방문객 응대가 마냥 자연스럽다. 굳이 말하지 않으면 국적을 알 수 없을 만큼 한국어 실력이 매우 뛰어나다.
“이제는 몸도 마음도 한결 편해졌죠. 총판이 생겼거든요. 중국에 가지 않고도 현지 담당자 서포팅만 하면 되고요.”
해비 대리는 지난해 8월 지인의 소개로 제이디사운드의 식구가 됐다. 요즘 그는 SNS와 같은 인터넷 홍보 창구를 통해 중국시장에 회사 제품을 알리고, 현지 총판의 영업활동을 돕는다. 하지만 지난 2월 총판이 생기기 전까지 입사 후 4∼5개월은 중국시장 개척을 위해 부지런히 중국 전시회에 따라다녔다. 광저우, 선전, 베이징, 상하이, 홍콩 등지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부스를 설치하고 바이어와 고객 상담을 지원했다. 이 무렵엔 국내보다는 중국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정신없이 바쁜 일정을 보냈지만 마음은 즐거웠다. 몬스터 고디제이는 20∼30대 EDM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제품으로, 휴대와 이동이 간편한 획기적인 음향기기인 만큼 가는 곳마다 바이어와 소비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그럴 때마다 일이 즐거웠고, 그 결과 수출로도 이어지고 총판까지 생겼으니 밥값(?)은 제대로 했다는 생각이다.
창업멤버 중 한 사람으로 해비 대리 채용을 담당했던 김재철 이사는 전에도 중국 인력들과 함께 일했지만, 해비 대리처럼 일 잘하는 인재는 없었다면서 그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칭찬한다. 한족으로서 중국어는 당연히 잘하고, 한국에서 생활한 시간도 길어서 양국의 언어와 문화 모든 것에 능통한 데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점이 장점이라는 것. 외국 인력이 입사해서 업무능력을 인정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게 보통이지만, 그는 달랐던 것이다. 업무 추진 속도가 빨라야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인재였다.

 

국문학 전공한 코리아 마니아
해비 대리가 한국에 온 것은 7년 전. 산둥성 제남시가 고향으로, 교육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소녀시절부터 일찌감치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한국학을 전공하다가 대학 2년을 마친 후 유학을 왔고, 어학과정을 거쳐 아주대학교 국문학과에 편입했다. 졸업 후 석사과정을 마치면서 제이디사운드에 입사했다. 한국인들도 선뜻 지원을 꺼리는 국문학을 전공했으니, 그의 언어능력은 당연히 물어볼 필요도 없다. 게다가 학교에 다니면서 틈틈이 게임회사 교육지원업무 인턴 생활과 대기업 직원, 중국어 강사로도 활동했다. 그는 어딜 가든 능력과 적극성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저, 한국사람 다 됐어요. 보통 일 년에 두 번 정도 명절마다 중국에 가는데, 갈수록 중국이 오히려 낯설어져요. 가자마자 한국음식 먹고 싶어지고, 꼭 외국에 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 정도니까요.”
한국생활 초기엔 된장 냄새가 너무 싫었는데, 지금은 요리를 잘하지 못해서 아쉬울 뿐 한국음식이라면 청국장만 빼고는 다 잘 먹는다. 대학에서 만난 중국 친구들이 유학 후 하나둘씩 귀국할 때마다 혼자 남는 것 같아서 조금은 겁도 난단다. 하지만 타고난 활달한 성격 때문에 그간 사귀어온 한국 친구들이 여럿이고, 주말이면 친구들과 만나서 영화 보고 쇼핑도 하며 수다도 떠는 그야말로 한국의 평범한 직장여성이다. 좀비 영화를 좋아해서 「부산행」을 본 후에 얼마 전엔 친구와 함께 부산 여행도 다녀왔다. 자갈치시장에서 꼼장어도 맛보고, 해운대 백사장도 거닐고, 감천마을도 둘러보았다고 자랑한다.
자칭 ‘한국 마니아’라고 말하는 해비 대리. 자신은 한 우물만 파는 성격인 데다 한국이 좋아서 온 이상, 한국사람 못지않게 한국에 대해서 배울 것도 많고 할 일도 많단다. 그래서 지금은 고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고. 특히 한국인들의 매너가 마음에 든다. 한국 남성들은 여성과 대화할 때 존칭을 해주고, 사회활동에서도 ‘퍼스트 레이디’의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인연이 다가온다면 한국 남성과 결혼해서 영원히 눌러앉을 생각도 한단다. 한국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니 요즘은 반찬 한 가지, 생필품 하나를 사더라도 어디가 싼지 꼼꼼히 따져보고 돈을 쓸 만큼 생활의 지혜도 쌓여 짠순이가 다 되었다고. 내년이면 그의 나이 서른이니 철이 든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타국 땅에서 자신의 인생을 알차게 개척하는 그의 일상과 마인드는 ‘야무진 여자’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한다.

공부 욕심 많고 야무진 성격, 글로벌 인재가 꿈
“제이디사운드에 입사한 건 아주 잘한 일이죠. 스타트업이잖아요. 일이 즐겁고, 배울 것도 많아요. 게다가 우리 회사 시스템도 정말 마음에 들어요. 중국 마케팅만큼은 제가 소신껏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해줍니다.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 안 해요.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하죠.”
평소 자율성과 함께 동기부여를 아끼지 않는 스타트업의 조직문화가 자신으로 하여금 책임감을 갖고 더욱더 열심히 일하게 만든다고 한다. 게다가 제이디사운드는 처음부터 그에게 한국인의 정에 빠져들게 한 회사란다. 마음이란 서로 오고 가는 법. 해비 대리는 아직도 지난해 추석 때 김 대표로부터 받은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입사한 지 한 달 조금 지났을 때였는데, 김 대표가 고향에 다녀오라고 다른 직원들보다 이틀의 휴가를 더 허락해준 것이다. 무엇이든 열심히 배워서 회사에 하나라도 더 보탬이 되겠다는 충성심이 강한 이유도 이런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제이디사운드의 제품은 최근 미국 뉴욕에 위치한 중·고교의 음악수업 정식교구에 선정돼 미국수출까지 시작됐다. 앞으로는 업그레이드 신제품인 ‘고디제이 플러스’를 앞세워 해외시장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속적으로 회사 성장의 길이 열리고 있어 할 일이 많아도 힘이 나는 데다, 직원들이 대부분 또래의 젊은층이어서 소통도 잘 되기 때문에 회사생활 만족도는 100%라는 해비 대리. 그에겐 새로운 목표가 있다. 한국어만큼이나 영어도 자유자재로 구사할 능력을 기르겠다는 것. 이유는 하나다. 영어, 중국어, 한국어에 능통한 글로벌 마케팅 인재가 되고 싶은 것이다.
“저만의 어학공부 비법이 있어요.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겁니다. 한국어 배울 때도 그렇게 했거든요. 재미도 있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해비 과장이 주말마다 꼭 한 번씩 영화관을 찾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역시 배움에 욕심 많은 그는 휴일을 즐기는 방법마저 남다르다. 그러니 그의 꿈인 글로벌 마케팅 인재는 오늘도 소리 없이 가을처럼 익어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해비 대리의 돌직구
“팀 미팅 기회 더 자주 만들어주세요”

해비 대리 이사님! 중국지사는 언제쯤 생기나요?
김재철 이사 그야 중국 판매율이 늘어나면 만들어야죠. 왜, 중국지사에서 근무하고 싶어요?
해비 대리 아뇨. 전 한국생활이 더 좋아요. 제가 코리아 마니아인 거 이사님이 더 잘 아시잖아요. 아직 한국에서 배울 것도 많고, 한국이 더 편해요.
김 이사 그런데 지사는 왜 물어봤어요?
해비 대리 제가 중국 마케팅 담당자인데, 앞으로의 전략을 알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여쭤봤어요. 그런데 이사님, 저 부탁드릴 게 있어요.
김 이사 말해봐요. 우리 회사는 할 말 못하는 그런 회사가 아니잖아요.
해비 대리 있잖아요. 우리 해외 마케팅팀 직원들이 세 명이잖아요. 서로 바쁘다보니 팀 미팅할 기회가 적어요. 각자 맡고 있는 국가는 달라도 수시로 미팅을 하면 마케팅 시장 동향이나 노하우를 공유하게 되어 서로에게 좋을 것 같거든요.
김 이사 아, 그랬군요. 좋은 아이디어네요. 지금까지 각자 할 일들이 너무 많다보니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팀 미팅을 자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네요. 역시 해비 대리는 악착같이 배우려는 그 열정이 아름다워요. 하하.
해비 대리 감사합니다. 이사님도 열정적이세요.

박창수 전문기자 사진 손철희 객원사진기자​

조회수 : 3,959기사작성일 : 201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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