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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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스마트 공장
IoT와 빅데이터 덕분에 품질관리 이상무
경평특수고무

영세하다, 인력이 부족하다, 바쁘다. 중소기업이 변화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야 찾으면 많다. 하지만 모두 핑계일 뿐이다. 경평특수고무가 변화에 나설 당시의 매출은 고작 14억 원. 정부지원사업에 신청할 ‘스펙’조차 되지 않아 자체 자금 1억 원을 들여 스마트 공장을 구축했다. 수백억 원대 매출을 하는 회사에서도 아직 하지 못한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까지 도입했다. ‘생존’을 위해 시작한 변화였다. 2016년 현재 경평특수고무는 매출 30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미래는 안 되는 핑곗거리를 찾기보다 되는 이유를 찾아 용기 있게 나서는 기업에게만 주어진다.

 

point 1
IoT를 기반으로 프레스 히터온도 자동 관리
프레스에 장착된 온도센서 데이터를 토대로 센서 네트워크를 통해 금형 온도를 자동으로 관리한다. 센서에서 올라온 데이터는 현장의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실시간 감시되며,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불량 원인을 바로 보여준다.

point 2
빅데이터로 금형주기 관리 및 품질 상관관계 분석
온도센서를 통해 올라온 각종 데이터(히터 온도, 가류시간, 개폐시간, 유압, 금형 타발 횟수 등)는 서버에 저장된다. 이를 기반으로 작업 조건과 품질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최적의 조건을 도출해준다. 또한 지정된 금형타발 횟수에 도달하면 알람을 통해 교체 시기임을 알려준다.

 

생존의 갈림길에서 변화를 택하다
여섯 대의 프레스기가 가동되고 있는 작은 공장. 부산의 대표적인 스마트 공장 사례로 꼽히는 경평특수고무(대표 강상우)의 생산현장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작은 규모이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이 근방에서 우리 공장만큼 일하기 좋은 곳은 없다”는 한 직원의 말이 괜한 과장은 아니다. 대표적인 3D 업종인 고무성형 제품을 생산하는 현장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우선은 깔끔하게 구획된 레이아웃, 최적화된 작업동선에 시선을 뺏기게 되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작은 공장에 수준 높은 IT기술이 융합되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된다. MES와 ERP는 기본이고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바코드, 더 나아가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한 센서 네트워크와 빅데이터까지.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시스템을 자체 자금을 들여 구축했다는 사실이다. 경평특수고무가 변화에 나선 것은 2013년 초. 당시 강상우 대표는 ‘생존’을 위해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30년 된 장수기업이지만 당시 매출은 14억 원에 불과했다. 블로워 모터와 샤크 안테나에 들어가는 자동차용 고무성형제품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경평특수고무의 고민은 다른 뿌리기업들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3D 업종인 탓에 인력이동이 잦았고, 숙련기술자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불가피하게 외국인 근로자의 수를 늘리다보니 아무리 노력해도 품질관리 수준이 높아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고객사에서 요구하는 품질 수준은 더 높아져만 갔다. 더욱이 SQ품질마크(Supplier - Quality Mark : 공급자 품질인증제도) 없이는 거래가 안 되는 상황에까지 몰렸다.
숙련기술자를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객사가 요구하는 품질과 생산성에 맞출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었다. 인력에 의존하지 않고도 높은 수준의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스마트 공장 구축이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스마트 공장’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할 때였다. 더는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강 대표는 부랴부랴 정보화시스템 도입을 지원하는 정부과제사업에 참여해보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신청 자격조건이 되지 않아 번번이 포기해야 했다. 매출 규모가 영세하고 이노비즈 인증 등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이다 보니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자체 자금을 투입하는 수밖에 없었다. 생존의 갈림길에서 경평특수고무는 출혈을 무릅쓰고 변화를 택했다.
경평특수고무의 스마트 공장 시스템 구축을 맡은 ㈜지에스티의 오준철 대표는 “대표이사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경평특수고무를 대표적인 스마트 공장의 모델 케이스로 만들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품질 좌우하는 금형 온도, IoT로 똑똑하게 관리
고무성형 제품의 품질과 생산성을 좌우하는 것은 금형의 온도 조건이다. 고무제품의 품질은 탄성에 달려 있고, 원하는 탄성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제품과 소재별로 제각각 온도 조건을 달리 해야 한다. 프레스의 상판과 하판에는 히터봉이 각각 8개씩 박혀 있는데, 여기에 전기를 공급해 금형을 달구게 된다. 기존에는 이것을 모두 수작업으로 해왔다. 일일이 수기로 표준공정표를 작성해서 현장에 배포하는 것도 큰일이었지만, 그마저도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온도를 실제로 측정하지 않고도 했다고 눈속임을 하거나, 관리자의 눈을 피해 얼렁뚱땅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불량이 나면 문제는 더 심각했다. 히터봉이 끊어지거나 열화되어 접촉이 안 될 경우, 금형이 제대로 가열되지 않아 불량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면 어느 히터봉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알 수 없으니 작업을 멈추고 프레스기를 열어 일일이 히터봉을 전부 체크해봐야만 했다. 수리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수리 이후 재가열을 하기 위해 반나절 이상 생산을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었다.
까다로운 온도관리 작업에 전격적으로 IoT가 도입됐다. 각 프레스에 달린 온도센서를 통해 온도가 자동으로 관리되는 이른바 센서 기반의 데이터 환경이 구축된 것이다. 원하는 온도 정보를 입력하기만 하면 알아서 온도를 맞춰주고,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어느 히터봉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사무실과 현장에 걸린 대형 모니터를 통해 누구나 쉽게 파악할 수 있다. IoT 장치와 네트워크를 통해 제조라인의 핵심 정보를 뽑아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것이 요즘 제조업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IIoT(Industrial Internet of Things : 산업용 사물인터넷)이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고 나서 히터봉 온도를 맞추지 못해 발생하는 불량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수준으로 떨어졌다. 온도관리가 철저해진 것은 물론이고, 작업 지연으로 인해 금형 개방시간이 설정된 시간보다 길어질 경우 작업대가 아예 멈추도록 되어 있어 불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이다. 당초 10,000PPM(100만 개 중 불량품 개수)에 이르던 불량률은 시스템 도입 후 3,000PPM으로 크게 줄었고, 수기로 쓰는 대신 간편한 전산 입력과 바코드 리더기를 사용함으로써 현장근로자들의 작업은 한결 수월해졌다. 또한 온도 계산과 체크에 드는 품이 줄어드니 그만큼 외장 등의 검사 공정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할 수 있게 됐고, 자연스럽게 품질 수준과 생산성이 높아졌다.

 

빅데이터로 최적의 작업조건 찾는다
경평특수고무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온도센서를 통해 뽑아올릴 수 있는 정보는 금형 온도 외에도 가류시간, 개폐시간, 압력, 프레스 타발 횟수 등 많다. 매일 현장에서는 센서로부터 엄청난 데이터들이 쏟아져 올라온다. 경평특수고무의 현장에서는 이 모든 정보가 서버에 쌓이고 있다. 이른바 빅데이터다. 이 데이터를 분석하면 각 제품별로 최적의 온도를 산출해낼 수 있고, 금형 타발수가 자동으로 계산되어 금형교체 시기까지 알려준다. 예전에는 불량이 나고 나서야 금형교체 작업이 이루어졌지만, 지금은 금형교체 시기 알람 기능을 통해 미리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작년에는 숙성실에도 센서 네트워크를 도입했다. 일반적으로 고무는 12일이 지나면 자연 경화 현상이 발생해 딱딱해진다. 이것을 업계에서는 ‘고무가 상한다’고 하는데, 이를 늦추기 위해서는 숙성실의 온도와 습도 관리가 필수다. 상한 고무로 생산을 진행할 경우 결국 최종 제품의 품질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경평특수고무는 센서 데이터를 토대로 자동으로 항온·항습이 이뤄지는 공조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고무가 변하지 않는 최적의 온도인 15∼22℃, 습도 70% 이하를 항상 유지한다. 센서를 통해 실시간으로 올라온 숙성실의 각종 빅데이터를 토대로 각 재료별 최적의 온도를 도출할 수도 있다. 기존처럼 경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통해 고무 경화와 온습도의 상관관계를 밝힘으로써 최적화된 조건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스마트 공장을 구축하기 전 17명이었던 직원은 지금 오히려 25명으로 늘었다. 매출이 차츰 올라가니 자연스럽게 인력이 더 충원된 것이다. 14억 원이었던 매출은 스마트 시스템이 본격 가동된 2014년에 19억 원으로 껑충 뛰어올랐고, 작년에는 26억 원을 기록해 더 큰 폭의 성장을 거뒀다. 시스템 구축이 완료된 2013년 12월 현대기아자동차의 SQ C등급에서 단번에 A등급으로 레벨을 올린 덕분이다. 경평특수고무의 사례가 입소문을 통해 번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이곳을 방문하겠다는 요청이 쇄도할 정도다.
품질관리부의 박병우 부장은 “깨끗하고 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공장으로 전국적으로 소문이 났다”며, “고객사로부터 품질이 확실하고, 문서나 데이터를 요구했을 때 바로 피드백이 되더란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전했다.
흔히 스마트 공장을 구축하면 제조현장의 인력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평특수고무는 오히려 인원이 늘어난 경우다. 품질관리가 잘 되면서 자연스럽게 영업 실적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즉, 투자와 매출, 고용이 상호간의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된 것이다. 우리 제조기업이 ICT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공장 구축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이렇게 달라졌어요!  생산부 우삼금 주임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어요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이 근처에 이만큼 환경이 좋은 공장은 없을걸요. 입사한 지 6년 됐는데, 현장이 자동화되고 나서는 일이 훨씬 수월해졌어요. 예전에는 고무를 일일이 손으로 올리고 내려야 했어요. 온도도 일일이 체크해야 했죠. 그런데 이제는 기계가 다 알아서 해줘요. 버튼만 누르면 되니 너무 편해졌어요. 불량도 알아서 잡아내주니 불량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도 없어졌고, 덕분에 업무시간도 줄었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회사 분위기가 좋아졌어요. 예전에는 자기 일이 바쁘다보니 다른 직원들과 소통할 일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에는 외국인 근로자들과도 터놓고 얘기할 기회가 많아졌어요. 다른 공장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워해요. 회사 매출이 늘면서 월급이 올랐거든요.

임숙경 전문기자 사진 김윤해 객원사진기자​

조회수 : 3,207기사작성일 : 201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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