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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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스마트 공장
사양산업 꼬리표 떼고 스마트 기업으로
동영염직㈜

“사양기업은 있어도 사양산업은 없다.” 사양산업 꼬리표가 붙은 지 오래인 염색분야에서 20년째 기업을 이끌어온 동영염직㈜의 조민성 대표가 변화를 멈추지 않은 이유다. 세계적으로도 높은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 염색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스스로 진화하는 이런 숨은 기업이 건재하고 있는 덕분이다. 동영염직에게는 사양산업이란 꼬리표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산화, 정보화, 스마트화의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온 동영염직의 시선은 바로 눈앞이 아니라 좀 더 먼 미래에 닿아 있다.

 

point 1
염료 투입량 관리 시스템 구축
기존의 염료 계근장치는 염료 처방 지시량 대비 실제 계측량 비교가 불가능했다. 따라서 처방대로 염료가 투입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할 방법이 없었다. 단지 염료 계량용으로만 사용되던 장치를 MES와 연동시킴으로써 처방과 투입량을 비교해 염색 품질 향상을 위한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point 2
고객 대응 서비스 향상
모바일과 웹 시스템을 통해 고객이 자신의 주문에 대한 원단 입고 현황, 공정 일보, 출고 현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전화/팩스 등으로 하던 고객 대응 업무가 줄었을 뿐 아니라 실시간으로 주문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고객사의 신뢰도가 더욱 높아졌다.

 

염색공장도 변할 수 있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여름.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덥다는 대구의 염색공단은 상상을 넘어서는 더위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습한 생산환경 탓에 가뜩이나 3D업종으로 분류되는 이곳 염색공장은 한여름에 그야말로 극기훈련장이 되기 십상이다. 이곳에 둥지를 튼 지 50년이 넘은 동영염직㈜(대표 조민성)의 생산현장도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와 습기로 달아올라 있었다.
‘어떻게 하면 열악한 생산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까?’ 2세 경영인으로 지난 1997년부터 회사를 맡아온 조민성 대표는 20년간 같은 고민을 해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조 대표의 머릿속에는 오랫동안 그려온 장면이 하나 있다. 현장에서는 기계가 저 혼자서 돌아가고, 생산책임자는 에어컨이 가동되는 쾌적한 중앙제어실에서 느긋하게 모든 염색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장면. “이런 스마트한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으면 앞으로 섬유업계는 물론이고 제조업계가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 조 대표의 설명이다.
이런 아름다운 장면이 하루아침에 실현될 리야 없지만, 염색공장에서 이런 장면이 펼쳐진다면 그 주인공은 동영염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회사를 맡은 이후 조 대표는 지난 20년간 사양산업이라는 꼬리표에도 흔들림 없이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변화를 시도해왔다. 취임하자마자 생산, 손익, 성과 분석 등의 경영정보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엑셀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구축했다. 지금도 과거 방식대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업체가 태반인데, 당시만 해도 염색업계에서는 드문 일이었다.
“처음에 공장에 와보고 열악한 현장 공정 시스템에 많이 놀랐습니다. 관리 시스템이 전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염색 공정의 경우 작업자의 감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생산과 관련된 데이터가 전혀 기록으로 남지 않으니 직원이 퇴사하면 노하우도 함께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엑셀로 데이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 2006년에는 수불관리를 핵심 내용으로 한 2단계 생산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당초 기대와는 달리 원단 입고와 출고를 관리하는 재고관리 수준에 머물렀다. 일부 검사 공정의 파일럿 시스템에 그친 것이 못내 아쉬웠던 조 대표는 올해 초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원으로 생산 전 과정을 아우르는 MES(생산관리 시스템)를 구축하며 자신의 꿈에 한발 더 다가섰다.

 

MES에 녹인 20년 데이터
공정일보 등 기존에 수기로 작성했던 업무가 바코드로 대체된 것은 여느 스마트 공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바코드가 제품에 부착되어 공정 사이를 이동하므로 현장작업자가 수기로 내용을 기록하지 않아도 공정별 실적 데이터가 자동으로 수집된다. 이를 통해 누구나 주문 건별로 작업진척도와 공정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생산성과 불량률이 감소한 것이야 당연하지만, 공정 적체 현상이 해소되면서 전체적인 리드타임이 크게 단축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예전에는 작업자의 실수로 공정이 적체될 경우 계속 대기 상태에 머물러 납기 지연의 원인이 됐지만, 지금은 대기작업 상태를 현장 모니터를 통해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어 이런 문제를 차단할 수 있게 됐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동영염직의 스마트 시스템이 별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사실 염색공장에 MES를 도입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스마트 공장은 차치하고라도 공정 자동화율이 50%를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품목이 워낙 다양하고 각 제품별로 공정이 제각각일 뿐 아니라 제품별로 거치는 공정 수도 다르다. 더욱이 공정 중간중간에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 하는 예민한 작업도 많다. “염색 공정을 자동화하는 일은 끝이 없다”는 조 대표의 말이 과장은 아니다. 20년에 걸친 꾸준한 노력으로 염색업계에서는 자동화가 상당히 진행됐다는 동영염직의 공정 자동화율도 40%대 수준.
그나마 이 정도로 자동화율을 끌어올리고, 여기에 스마트시스템까지 도입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엑셀을 도입해 현장의 데이터를 쌓아놓은 덕분이라는 것이 동영염직의 시스템 구축을 맡은 ㈜보강시스템 박정현 부장의 설명이다.
“염색은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하기 까다로운 업종입니다. 하지만 동영염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데이터를 이미 회사에서 갖고 있었으니까요.”
20년간 쌓아놓은 데이터, 스마트 공장에 대한 조 대표의 열의가 합쳐진 결과가 바로 염료 계량의 스마트화다. 염색공정에서 염료 계량은 가장 핵심적인 공정이다. 원하는 색상을 내기 위해서는 처방전대로 염료 계량이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동영염직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온습도 등의 현장조건에 맞게 염료 데이터를 자동으로 가이드해주는 염료계근장치를 도입했다. 이를 토대로 작업자들이 염료를 계량해 기계에 투입하게 된다. 문제는 처방 지시에 따라 실제 작업자가 제대로 염료를 투입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원하는 색상이 나오지 않아도 그 원인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이번에 염료 계근장치를 MES와 연동시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처방 지시와 실제 염료 투입량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한 것. 계량 이력이 남으니 작업자 입장에서는 더 정확하게 계량할 수밖에 없고, 관리자는 쌓인 데이터를 토대로 불량 원인을 추적해 염색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 공장에서 스마트 경영으로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동영염직은 웹 기반의 앱을 통해 고객사에게도 공정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은 스마트폰 앱으로 자신의 주문이 어느 정도 진척되고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고객사야 당연히 반색을 하고 있지만, 이 앱이 구축되고 나서 더 신이 나는 것은 동영염직의 관리자들이다. 예전에는 자신의 주문 물량이 제대로 생산되고 있는지 확인하러 오는 거래처 담당자들로 사무실이 북새통이 되기 일쑤였다. 거래처가 100군데가 넘다보니 “우리 제품을 먼저 해달라”거나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알려달라”고 요구하는 거래처 담당자들을 일일이 대응하는 것도 큰일이었다. 이젠 앱만 켜면 언제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으니 직원들에게도 고객사에게도 여유가 생겼고, 서로 간의 신뢰감도 높아졌다.
생산성 향상과 불량률 감소, 여기에 대외 신뢰도 상승까지, 스마트 공장이 가져다준 이점은 많다. 하지만 조 대표에게는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MES에 쌓인 값진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남은 과제다.
“현장의 공장장뿐 아니라 중간관리자, 임원들이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스마트 시스템 성공의 관건입니다. MES에서 나온 데이터를 손익 시스템과 연계해서 매일매일 보고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려고 합니다. 그래야 데이터를 토대로 최고경영자가 경영 방향을 정하고 미래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것이죠.”
결국 스마트 공장은 스마트 제조를 통해 스마트 경영을 만들어가는 과정일 뿐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MES의 데이터를 토대로 야간작업의 표준속도를 개선하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야간작업의 경우 아무래도 느슨한 상태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생산량과 품질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온도와 습도는 물론이고 원단이 지나가는 속도에도 염색 품질이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작업속도가 느려지면 결국 제대로 된 색감을 내기가 어려워진다. 데이터가 없었다면 몰랐을 문제였다. MES에 쌓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야간작업 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파악한 조 대표는 직원교육을 통해 주야간 작업속도의 표준화에 나섰고, 이후 불량률은 크게 떨어졌다.
“사양기업은 있어도 사양산업은 없다”고 힘주어 말하는 조 대표. 그는 국내에 생산 기반을 둔 염색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마트 시스템 도입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현재 국내에 남아 있는 염색공장이 10년 뒤에도 그대로 남아 있으란 보장은 없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기업들이 염색업을 그만두거나 업종을 전환하겠죠. 그러나 줄어들 뿐, 절대 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의식주 관련 산업은 없어질 수가 없습니다. 다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해야 합니다. 저렴한 인건비로 치고 들어오는 후진국의 물량 공세에 우리 염색업계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스마트화, 자동화뿐입니다.”

 이렇게 변했어요!  전진태 공장장
잔소리가 줄었어요~
한마디로 매우매우 편리합니다. 예전에는 생산 현황이나 불량 현황을 파악하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었거든요. 현장근로자뿐 아니라 일반 관리직 직원까지 다 나와서 일일이 카운트해야 했어요. 제때 안 할 경우 관리자로서 잔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데, 때로는 험한 말을 하기도 했죠. 그런데 스마트 시스템이 도입되고 나서는 잔소리가 많이 줄었어요. 직원들에게 지시할 필요 없이 그냥 제 눈으로 확인하면 되니까요. 현장근로자들도 100% 만족해합니다. 작업 현황을 수기로 기록하거나 계산기를 일일이 두드릴 필요 없이 버튼만 누르면 입력이 되고 계산이 되니까요. 그러다보니 관리직과 현장근로자 모두에게 여유가 생겼습니다. 저의 경우, 그 시간을 영업하는 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은 염색공장에서도 일해봤지만 천지 차이더군요. 이렇게 편하게 일하다가 다른 곳으로 이직하기도 어려울 것 같아요.

임숙경 전문기자 사진 김윤해 객원사진기자​

조회수 : 2,265기사작성일 : 201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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