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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독일
쓰레기 분리수거 1위 비결은?

쓰레기 처리는 전 세계적으로 골칫거리다. 그중에서 전자제품 쓰레기는 사후처리 과정 자체가 복잡하기도 하지만 독성물질 배출 때문에 많은 주의를 요한다. 유럽연합의 경우, 회원국에서 발생시킨 전자제품 쓰레기 중 단 3분의 1만이 정상적인 경로로 폐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나마 가장 높은 수거율을 보이는 독일은 몇 년 전부터 전자제품 쓰레기를 판매자가 의무적으로 수거해가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지만, 이 또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 제치고 분리수거 1위에 올라선 독일
전 세계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가장 잘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쓰레기종량제 전국 확대와 지자체별로 강력한 분리수거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1위 자리를 꽤 오랫동안 유지해왔지만, 2013년부터는 독일이 분리수거율 65%를 달성하여 59%를 꾸준히 유지한 우리나라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2013년 독일이 배출한 쓰레기의 양은 약 3억 4,300만t으로, 이 중 11% 정도를 일반 가정에서 배출했다. 국민 1인당 배출량은 456㎏으로 우리나라보다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높은 수거율을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1991년에 발효된 포장쓰레기분리규정 이후 세분화된 분리체계, 그리고 시민들의 높은 참여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된다.
정책적으로는 이미 2005년 6월부터 환경 및 생태 문제가 큰 이슈가 되어 사전 처리를 거치지 않은 가정용 쓰레기의 경우 매립을 전면 금지했고, 단순 매립을 통해 야기될 수 있는 토양 회복이나 유해물질 처리에 소요되는 비용적, 생태적 문제가 보다 심각할 수 있음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는 불가리아, 루마니아, 그리스, 폴란드 등에서 가정용 쓰레기의 70% 이상이 그냥 매립지에 버려지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그리고 환경적, 생태적 효익을 제외하고 경제적인 수치만을 관찰해도 그 성과는 매우 긍정적이다. 2005년 이후 쓰레기처리 관련 산업은 약 20만 명 고용, 약 3,000개가량의 업체가 연간 400억 유로의 매출 달성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까다로운 수거체계와 생태지향적 제도개선이 원동력
제도적인 시도와 더불어 독일 사회는 시민들에게 깊이 있는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연방주와 도시마다 약간 다를 수 있지만, 가정용 쓰레기 처리를 위해서는 다소 복잡해 보일 수 있는 체계를 알고 직접 실천해야 한다.
필자가 살고 있는 지역의 예를 들어보겠다. 기본적으로 집 앞에는 네 가지 색상의 쓰레기통이 존재한다. 폐지는 파란색, 재활용 쓰레기는 노란색, 유기성 쓰레기(주로 음식쓰레기)는 갈색, 이도 저도 아닌 일반 쓰레기는 짙은 회색 쓰레기통에 버리게 되어 있고, 각기 다른 날 수거업체가 각 집에서 길가에 빼놓은 쓰레기통에서 일괄적으로 가져간다.
여기까지는 집 앞 쓰레기통을 이용할 수 있지만, 특수한 쓰레기는 지정된 장소에 버려야 한다. 가령 헌옷이나 신발은 동네 곳곳에 설치된 수거함에, 병류도 곳곳에 설치된 별도 컨테이너에, 배터리는 마트 입구에 설치된 소형 수거통에 넣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규격화된 형태의 맥주병, PET병, 알루미늄 캔 등은 마트 구석에 설치되어 있는 기계에 넣으면 구입 당시 지불했던 보증금을 돌려주도록 하여 시민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병이나 알루미늄 캔은 소비량만큼이나 재활용 가치도 높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제도적으로 의무화했으며, 관련 업체들도 이를 위해 병의 디자인을 통일했다. 독일 맥주 종류가 다양한데도 병 디자인 유형만큼은 다섯 가지 내외로 단순한 이유가 그 때문이다. 또한 ‘공병=돈’이라는 인식이 확고하기 때문에 술병이나 물병이 길가에서 굴러다니는 일이 거의 없다. 이를 주워서 반납하면 마트에서 공병보증금으로 돌려받기 때문이다(그래서 공공장소에 설치된 쓰레기통을 뒤지는 노숙자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폐가구를 따로 수거하는 날이 있다. 수거일 전날 저녁에 집 앞 길가에 놓으면 일괄적으로 업체에서 가져가기도 하지만, 상태가 좋은 가구인 경우 눈썰미 좋은 사람들이 잽싸게 그냥 가져가는 일도 많다(다른 의미의 재활용이기도 하다). 같은 방식으로 전자제품 폐기물도 따로 수거하고 있다.
쓰레기를 버리는 주민이 이러한 규칙들을 모두 숙지하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이 어떤 강제성을 갖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그리고 집세에 쓰레기 처리 비용이 가구당 일괄적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종량제인 우리나라와 달리 배출량 자체를 줄이는 역할은 하고 있지 않다. 가령 재활용 쓰레기용 노란 비닐봉지는 관청이나 마트에서 무료로 나눠주고 있기 때문에 꼭꼭 눌러 담아 버리지는 않는다. 대신 특정 가구에서 쓰레기통의 분리수거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무작위로 검사하여 쓰레기 처리비용을 더 많이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
아파트나 다가구 주택일 경우, 해당 쓰레기통을 이용하는 입주자 전체를 대상으로 징벌적 성격의 추가 비용을 청구하기 때문에 이웃들 간의 보이지 않는 감시의 눈을 보내는 경우도 왕왕 있다. 같은 이유로 각 색상별 쓰레기통에 따로 집어넣는 곳이 있는 집들은 별도로 자물쇠로 잠가서 외부인이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전자제품 쓰레기의 불편한 진실
지금까지 언급된 쓰레기 중에서 분리수거하기 가장 귀찮은 종류는 어떤 것일까? 필자는 과감하게 전자제품 쓰레기라고 말하고 싶다. 버리는 일이 많지 않은데도 별도로 수거하기 위한 날이 아니면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 외곽에 있는 별도의 수거장까지 가야 하는데, 오래된 핸드폰 같은 작은 물건 하나 때문에 그런 수고를 감당하기가 반갑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이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통에 버리는 건 환경적으로 매우 좋지 않은 행동임에 틀림없다. 이런 상황을 방증이라도 하듯 독일을 포함한 많은 유럽 국가들과 지자체들은 매년마다 전자제품 쓰레기 수거와 관련된 통계를 제시하고 실현 가능한 해법을 찾고자 고민하고 있다.
2013년 통계로 다시 돌아가보자. 유럽 전체에서 발생하는 전자제품 쓰레기만 950만t이고, 이 중 330만t에 해당하는 분량만이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수집되어 재활용 업체를 통해 처리된다고 한다. 그럼, 나머지 620만t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 대개 후진국으로 보내져서 폐기처분되거나 다른 쓰레기들과 섞여서 처리되는데, 두 경우 모두 처리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물리적, 화학적 위험을 고스란히 가져가기 때문에 문제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가령 회로기판에 있는 소형 배터리나 독성 물질이 일반 유기성 폐기물용 분쇄기에 섞여 들어가거나 그대로 매립될 경우, 토양을 오염시키고 가축이나 인체에 흡수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인구당 전자제품 쓰레기 해외 반출량 상위 10개국에는 미국을 포함한 서유럽, 북유럽 선진국이 그 자리를 촘촘히 메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도 다양하다. 독일 뮌헨대학교 연구진이 개발한, 일반 쓰레기에서 플라스틱이나 기타 재활용 소재를 자동으로 분류하는 기술이 대표적인 예이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소재가 가진 형광 특성에 착안, 쓰레기 분류용 컨베이어 벨트에 적외선을 쏘면 해당 소재가 갖는 고유한 하강 시간(fall time)을 인식하여 별도로 분류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존 방법에 비해 분류도가 95%까지 상승했으며, 검출이 까다로웠던 PET 소재도 간단히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 달성한 처리 용량도 우수하다. 실험에 따르면 1시간당 분류할 수 있는 플라스틱 최대량은 1.5t으로 매우 높다. 더구나 적외선으로 쓰레기를 분류하는 기술이 처음은 아니지만, 다양한 스펙트럼의 적외선을 사용하기 때문에 분류 결과가 소재의 특성이나 색상에 제한받지 않는다. 예를 들면 단일 적외선의 경우 병의 색상에 따라 정확도가 달라질 수 있지만, 뮌헨대학교 연구진의 기술은 보다 포괄적이고 정확한 결과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고 한다.
기술적인 시도뿐 아니라 정책적인 시도도 대담하다. 2015년 10월에 시행된 ‘폐전기전자제품법(WEEE)’에 따라 독일 내의 모든 소비자는 폐가전제품을 판매업자에게 무료로 반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해외 업체도 독일 내의 수거 대리업체 선임을 강제하고 있어서 그 적용 범위가 매우 넓어졌다. 또한 생산 및 유통업체들은 폐전자제품의 수거 의무, 개인정보 폐기의무 등을 개인에게 고지하게 되어 있다. 실례로 새로운 세탁기를 구입하면 배송업체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세탁기가 있는지, 그리고 배송당일 이전의 제품을 가져가도 되는지 묻는다. 독일 정부는 이를 통해 2019년까지 수거율을 65%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적절한 사후처리를 통해 원자재 재활용 및 폐기물 처리 기술의 친환경성 증대 또한 함께 유도하고 있다.

안현섭 독일 현지 리포터​

조회수 : 7,377기사작성일 : 201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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