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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독일
DHL표 드론 택배, 이륙 준비 끝!

드론을 통한 물품 배송은 이제 더 이상 새롭거나 놀라운 기술이 아니다. 배송 서비스가 기업 전략의 핵심인 많은 기업들은 이미 앞다투어 드론 배송 도입을 검토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몇몇 사업자들이 이를 위한 규제 완화를 건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의 경우 아마존, 도미노피자, UPS 등의 행보가 연일 신문기사에 보도되며 드론 배송 시대에 한 발짝 다가섰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다년간에 걸쳐 드론 개발 및 배송 시범 서비스 프로젝트에 나서고 있는 유럽 최대 물류업체인 DHL의 성과가 가장 두드러진다.

유럽 최대 물류기업 DHL
우선 DHL이 어떤 기업인지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DHL은 현재 독일 체신청이 1995년 민간기업으로 거듭나면서 이름을 바꾼 도이체 포스트(Deutsche Post)의 100% 자회사이다. 지금은 엄연히 통일 이전 서독의 옛 수도인 본에 본사를 두고 있는 독일 기업이지만, 2002년까지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호놀룰루에 본부를 둔 순수한 미국 기업이었다. DHL이라는 이름도 독일어가 아닌 애드리언 댈시(Adrian Dalsey), 래리 힐브롬(Larry Hillblom), 로버트 린(Robert Lynn)의 머리글자를 따온 것이다.
이메일이나 첨단 매체의 보급에도 여전히 우편 사용량이 많은 유럽, 특히 독일 내 우편 송달 서비스 시장의 지배력은 가히 독보적이다. 국내 체신 서비스의 62%(서신 한정)를 점유하고 있는 DHL의 하루 평균 우편 배송은 6,100만 건 내외일정도로 막대하다. 전자상거래 확대와 함께 화물 배송도 지속적으로 늘어나, 국내 전체 화물배송의 44%를 담당하고 있다.
DHL이 경쟁업체들에 비해 경쟁우위를 갖는 이유는 경쟁사 대비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배송을 위한 물류망과 고객 접점 인프라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독일 전역에 설치된 무인창구 파크슈타치온(Packstation)을 예로 들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편의점이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물건을 받거나 보내는 일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24시간 동안 전국 2,750개소에서 운영되는 파크슈타치온은 매우 유용하다. 물론 그 밖에 우체통이나 우체국도 DHL에서 사실상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과 배송인력, 배송차량 등이 갖는 규모의 경제는 말할 것도 없다. 무료회원제로 운영되는 이 시스템에 등록된 사용자가 2015년 기준으로 500만 명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알프스 마을까지 무인 배송 성공
몇 주 전 DHL은 독일 최남단 오스트리아를 경계로 두고 있는 라이트 임 빙클(Reit im Winkl)에서 올해 1월부터 3월 말까지 실시한 작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음을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스카이포트(Skyport)로 명명된 특수 파크슈타치온에 배송된 택배 건수는 총 130건으로, 하루 평균 1.45회 드론 배송이 이뤄진 셈이다. 이 지역은 알프스 산맥의 고지대이자 유명한 스키 관광지로, 환자 발생 시 약품이나 구호물품을 긴급하게 보내야 할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번 드론 배송 실험은 대단히 의미가 크다. 드론이 도착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스카이포트는 마치 SF영화에 나오는 우주선처럼 자동으로 천장을 열어 물건을 받고, 물품이 제 위치에 내려졌음을 확인하면 다시 닫는다. 드론은 필요에 따라 스카이포트 안에서 머물 수도 있고,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 지역은 해발고도 600m가 넘는 산지에 위치했기 때문에 자동차로는 최소 30분이 소요되는 데다 기상변화도 빈번하여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 시범기간 동안 사용된 드론의 이름은 ‘파켓콥터 3.0’으로, 8㎏의 물건도 바로 이전 택배 하차장이 있는 알름(Alm)에서 출발해 8분 만에 배송을 마칠 수 있다.

2013년부터 드론 배송 실험 시작
이렇게 DHL이 드론을 사용하여 배송을 시작한 것은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13년 말에 자체 개발한 ‘파켓콥터 1.0’을 활용하여 본 시를 동서로 나누는 라인 강을 건너, 간단한 약품 배송 실험을 실시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드론에 설치된 카메라와 GPS에 의존하여 사람이 직접 조종했다. 1㎞ 내외의 짧은 비행거리였지만, 다양한 기상 조건에서 여러 차례 실시한 첫 드론 배송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졌다.
이때 측정한 요구사항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1년 뒤에 선보인 ‘파켓콥터 2.0’은 50m 높이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출력을 높였으며, 최대시속 64㎞/h, 1회 충전 후 최대 비행시간 45분을 구현했다. 개선된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북해 지역에 위치한 인구 1,500명의 작은 섬 유이스트(Juist)를 선정했고, 의약품과 긴급 구호품 전달에 수차례 사용했다. 이 섬은 실제로 선박이나 열차가 정기적으로 운행하지 않기 때문에, 드론 배송 아이디어를 실증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시작한 파켓콥터 연구 프로젝트를 시도하기에 적당한 첫 테스트 베드였던 셈이다. 그 결과 육지에서 유이스트 섬까지의 직선거리 12㎞를 인간의 개입 없이 40회 이상 오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이때도 가장 큰 변수는 비바람이 센 북해 지역의 변덕스런 날씨였다. 파켓콥터 2.0의 자체 중량은 5㎏, 최대 적재량은 1.2㎏으로, 내장된 오토파일럿 기능을 통해 자동 이·착륙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험 당시에는 만약을 대비해 드론을 띄운 위치인 노르트다이히(Norddeich)에서 드론 착륙 직전까지 사람이 언제든지 개입하여 조작할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지켜봐야만 했다. 드론이 착륙하면 착륙지점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 경량형 특수방수 소재로 포장한 제품을 직접 드론에서 떼어낸 후 문 앞까지 가져가는 것으로 배송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드론 배송 프로젝트 종료 직후 DHL은 드론 배송 자체를 기업 전략 관점에서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013년 비슷한 시기에 아마존의 드론 배송 서비스인 프라임 에어 서비스(Prime Air Service), 구글의 프로젝트 윙(Project Wing) 등이 차례로 발표된 이후에 DHL 측에서도 드론의 사업적 가치에 대해서 더 높은 비중을 둔 눈치다. 행정 당국의 대응도 눈여겨볼 만하다. 독일 주무 부처인 연방교통·디지털인프라부(BMVI)와 독일항공안전청(DFS), 그리고 관할 지자체인 오버바이에른(Oberbayern) 당국은 전체 시범 동안 DHL의 드론이 문제없이 오갈 수 있도록 항공로 이용 및 관련 인프라 활용에 독점적인 편의를 제공해주었다고 한다. 이는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2년 가까이 드론 배송을 놓고 규제를 풀어주지 않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재 DHL은 프로젝트 파트너인 아헨공대와 함께 전체 시험운용 기간 동안 수집한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으며, 성능 개선 및 테스트를 위해 이를 요긴하게 활용할 것이라고 한다.

차별화된 소비자 경험 전달에 역점
이쯤 되면 DHL이 드론을 활용한 배송체계에서 다른 경쟁사들과 어떤 차별성을 갖는지 질문을 던져볼 만하다. 사실 드론 자체가 갖는 성능 차이는 크게 없다고 볼 수 있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가장 큰 차이는 DHL의 경우 다른 업체들과 달리 소비자의 손에 물건이 도착하는 전체 과정을 사실상 자동화했다는 점이다.
라이트 임 빙클에 설치된 스카이포트의 예를 들어보면, 물건을 주문한 사람이 스카이포트 전면에 설치된 키오스크 자판으로 사전에 받은 코드를 입력하면 자신의 물건을 꺼내서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반대로 물건을 배송할 때도 사전에 정의된 발송용지를 집에서 인쇄해 박스에 붙이고 코드를 입력하면 스카이포트에서 쉬고 있는 드론이 자동으로 박스를 집어 바로 중간 물류센터로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상자를 고객의 문 앞까지 배송하고자 하는 이 방법이 아마존의 전략보다 기술 및 비용 측면에서 실용적이며, 다양한 자체 고객 접점을 보유하고 있는 DHL의 강점을 잘 살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른 예로 DHL은 지난해에 아우디 차량을 소유한 고객이 원할 경우, 택배기사가 차량 트렁크에 배송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실시한 적이 있다. 이 사업은 뮌헨 및 인근 지역에서 아마존 및 아우디와의 협력으로 이뤄졌다. 택배기사의 단말기가 인터넷에 연결된 아우디 차량의 고객정보, 좌표 및 정밀 위치를 찾아내고 해당 자동차 쪽으로 접근하여 해제코드를 입력하면 아우디 차량의 트렁크가 열리며 배송을 완료할 수 있게 한 것이다. DHL의 이러한 시도는 단순히 물건을 효율적으로 배송하는 행위 자체보다는 소비자들에게 보다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기술을 적재적소에 투입할 줄 아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부분이다. 많은 기업들이 드론을 투입하여 서비스 가치와 품질을 극대화시키길 원하는 지금, 단순한 기술개발에 머물지 않고 소비자가 더 나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미래 기술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임을 재확인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안현섭 독일 현지 리포터​

조회수 : 3,156기사작성일 : 2016-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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