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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독일
분데스리가, 첨단 IT 솔루션을 흡수하다

지금까지 독일 분데스리가는 흔히 세계 3대 축구 리그로 불리는 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가, 세리에A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독일 국가대표팀이 보여준 성과는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게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이번 기사에서는 첨단 센서 기술과 데이터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거품 없는 효율적인 전술을 추구하는 분데스리가 구단과 기업들의 시도를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올해 열릴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과 함께 예선 F조에 배정되어 있는 독일 국가대표팀을 보면서, 탄탄한 기본기 위에 4차 산업혁명의 색을 입힌 멋진 경기를 펼치며 날로 진화하고 있는 분데스리가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확대보기바이에른 뮌헨의 니클라스 도르쉬가 상대편 골문으로 방금 쏘아 넣은 공의 속도는 100.2㎞/h였음을 시청자들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TV로 경기를 관람하는 분데스리가 축구 팬은 공에 부착된 아주 작은 칩 덕분에 정확한 측정값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된다(출처 : Kinexon/Sport1).

독일에서 축구라는 스포츠가 공식적으로 도입된 것은 1874년 이지만, 당시에는 여느 스포츠가 그러하듯 단순히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연마하고 운동부족을 방지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이기도 했다. 이후 지금까지 성장을 거듭해 현재는 경기 1회당 평균 관중 수 4만 명을 거뜬히 넘기는 명실상부한 국민 스포츠가 되었다는 점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게 됐다.
2017년 DFG(독일축구협회)가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축구(생활축구 제외)는 전일제 근로자 11만 명을 고용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축구를 하나의 산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또 분데스리가 1군에 속한 18개 중 15개 각 구단 매출액이 100만 유로(2015/2016 시즌)를 넘어섰으며, 1위인 바이에른 뮌헨의 경우 626만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만큼 국민의 관심과 함께 이를 산업적인 관점 또는 기술개발의 기회로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확대보기공식 선수복에 부착된 작은 칩은 선수의 이동거리, 속도, 점프 높이 등을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중계석에서 단추 하나로 선수별 활동 기록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이 기술은 축구뿐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에 응용할 수 있다(출처 : Kinexon/oSrpt1).

관중들도 선수의 기량을 숫자로 확인
우선 실시간으로 선수들의 기량을 파악하여 보여주는 시스템부터 살펴보자. 만약 축구경기 중 부상이 아닌데도 감독이 선수 교체를 명령했다면, 아마도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 확연히 피로가 누적되었거나 다른 선수들보다 많이 움직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의사결정이 지금까지는 코칭스태프의 경험과 주관에 의존했다면, 독일의 전통 강호 바이에른 뮌헨의 2군과 뮌헨을 연고로 하고 있는 TSV 1860 팀은 이미 마이크로칩에 기반한 기량 측정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운용 중이다.
경기장에 설치된 4개의 송수신 시스템과 베이스 스테이션 1개는 모든 선수복에 장착된 9g가량의 작은 송신기와 연동된다. 칩 크기도 소형 성냥갑 정도라서 선수들에게 부담이 없다. 경기장 내에 다수의 송수신 장치가 있기 때문에 모든 선수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위성 기반의 GPS(미국) 또는 Glonass(러시아)의 내비게이션 시스템과 작동원리가 동일하다. 단순히 평면에서의 움직임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수직적 움직임도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도약(점프), 실족, 태클, 몸싸움 등 특수한 움직임도 기록할 수 있다. 게다가 송신기가 축구공에도 부착되어 있기 때문에 선수가 슈팅이나 패스할 때 공에 가해지는 힘도 함께 측정하고 기록할 수 있다. 결국 경기 중에 발생하는 선수의 움직임과 공의 상호작용을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고 분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분데스리가 축구경기는 ‘Sport1’이라는 채널에서 독점중계하고 있는데, 이 시스템을 개발한 뮌헨 소재 전문기업 ‘Kinexon Industries’와 계약을 체결해 모든 분데스리가 경기 시청자들과 중계석에 가독성이 좋은 그래픽으로 실시간 정보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모든 데이터의 수집, 분석 및 시각화는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이뤄진다.
가령 선수가 경기 중에 얼마나 많은 거리를 이동했는지, 얼마나 효율적으로 움직였는지, 경기 중에 선보인 가장 빠른 달리기 속도는 어느 정도였는지를 꾸준히 볼 수 있으며, 헤딩을 하기 위해 얼마나 높이 점프했는지를 해당 시점에서 선수 머리 위에 기록되는 숫자를 보고 확인할 수 있다. 선수의 위치와 이동속도 등도 표시된다.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Kinexon사 CEO인 막시밀리안 슈미트는 “텔레비전이나 스트리밍 생중계에서 실시간 퍼포먼스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에게 경기장 내에서 이뤄지는 환상적인 이야기들과 새로운 경험을 한층 더 깊이 있게 느낄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언급하며, 이 기술의 사업성을 확신한 바 있다.
Kinexon사가 개발한 시스템은 스포츠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개체의 정밀한 위치를 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인더스트리 4.0 솔루션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령 초소형 송신기는 대형 창고에 숨겨진 물건을 찾는 데도 사용될 수 있으며, 로봇으로 운영되는 물류센터에서 사용된다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 자율주행 시스템과 연동하면 물건이나 사람을 원하는 위치로 운송할 수 있는 각종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기능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BMW, 아우디, 인텔 및 아큘러스(Arculus)와 같은 자동차 기업들도 이미 이 솔루션을 부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작업장 안전 솔루션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접근이 제한되거나 위험한 구역으로 이동할 경우 알람이 울려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확대보기택틱보드 스크린샷. 연구진은 약 150만 개의 축구경기 영상을 데이터베이스화했으며, 최첨단 알고리즘 활용해 이를 경기 전략 분석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출처: Hasso-Plattner-Institut).

이미지 데이터베이스 검색기술의 쾌거 ‘초고속 영상’
한편 포츠담의 하소 플라트너 연구소(Hasso-Plattner-Institut)에서 개발한 ‘인터랙티브 택틱보드’는 경기장 전체를 150만 개로 정밀 분할해 전술을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선수 개인의 움직임을 분석하기보다는 동작 자체를 휴리스틱하게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가령 감독은 이를 기반으로 공격수나 수비수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단순한 직감이 아닌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립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직접 경기 영상을 여러 차례 돌려 보면서 전술을 보완해왔다는 점에서 접근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은 경기 결과를 자동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이에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절감시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단순히 슈팅, 패스, 이동거리, 몸싸움과 같은 이벤트에 대한 통계자료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고, 막대한 양의 비디오 시퀀스에서 전술 패턴을 종합해낸다는 점에서도 매우 특별하다. 그 결과 앞으로는 특정 게임 영상을 수차례 돌려 보면서 필요한 전술을 연구하는 일은 드물어질 것이라고 감히 예측할 수 있다.
기술적인 쾌거는 영상자료 데이터베이스 검색을 위해 메인 메모리를 가장 최적화된 방법으로 다룰 수 있는 알고리즘으로, 특정 시나리오에 해당하는 움직임이 수록된 영상 구간을 빠른 속도로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 호환성도 매우 우수해 TV로 보는 경기 영상이나 카메라로 촬영한 경기 영상도 경기 내용 분석에 사용할 수 있다.
인터랙티브 택틱보드는 한 단계 진화하여 지금까지 디지털 형태로 존재하는 모든 분데스리가 축구경기에서 비슷한 경기 상황이나 장면을 찾아내 원본 영상과 함께 보여주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분석 대상이 되는 팀의 모든 전술과 패턴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비록 모든 패턴이 눈에 띄지는 않겠지만, 예를 들어 “바이에른 뮌헨 팀의 특정 선수는 대개 바깥 궤도를 따라 달리며 움직이며 슛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우리 팀에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실수는 이렇기 때문에 어떤 부분을 집중적으로 훈련해야 하는지”와 같은 시나리오를 더욱 구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게 된다. 또 상대 선수가 우리 팀의 특정 선수의 방어에 어떻게 반응할지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에 막대한 용량의 비디오 시퀀스 분석이 지원된다.
이런 시스템이 대중화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우선 축구뿐 아니라 비슷한 수준의 상호작용이 있는 각종 구기종목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팀의 전략, 전술을 담당하는 코칭스태프의 업무가 효율화될 것이며, 데이터에 입각한 과학적인 축구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수 선수를 효과적으로 영입하며 에이전시들의 업무가 줄어들게 될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로 진화하게 될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재미있는 스포츠, 이를 위한 기술 개발, 성장하는 스포츠 산업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독일의 분데스리가에서 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안현섭 독일 현지 리포터

조회수 : 1,322기사작성일 : 2018-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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