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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독일
떴다 떴다! 하늘 나는 자동차

2015년 10월, 슬로바키아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 니트라의 공항 인근 들판에 작은 비행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 다행히 조종사는 낙하산을 펴서 다치지는 않았지만, 많은 언론은 이 사고를 주목했다. 추락한 비행기는 슬로바키아 에어로모빌에서 야심차게 진행 중인 ‘에어로모빌 3.0’ 프로젝트의 프로토타입이었고, 조종사 스테판 클라인은 바로 이 회사의 수석 엔지니어였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유럽의 주요 기업과 연구소들이 앞다투어 개인 모빌리티 항공기술에 뛰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했다. 이처럼 전기자동차, 자율주행 같은 미래 기술 개발이 이제는 더 이상 지상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확대보기 슬로바키아의 엔지니어들이 만든 비행가능 자동차 에어로모빌(출처 : Aeromobil.com)

Pal-V, 자동차이면서 자이로콥터
이미 양산을 통한 상용화 준비를 마친 모델이 있다. 바로 네덜란드의 Pal-V가 개발한 소형 자동차이자 자이로콥터를 겸한 모델로, 내년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흡사 소형 보트를 연상시키는 매끈한 느낌을 주는 차체는 일반도로에서 최대 시속 160㎞로 달릴 수 있으며, 상공에서는 수직이륙 이후 이보다 빠른 시속 180㎞로 날 수도 있다. 자동차 모드에서 비행모드로 바꾸기 위해서는 약 5~10분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끝을 알 수 없는 교통정체나 교통사고로 인한 도로 폐쇄 같은 예외상황 발생 시 그 성능을 어김없이 보여줄 수 있다.
수직으로 이착륙이 가능한 헬리콥터가 아닌 자이로콥터이기 때문에 이륙을 위해서는 활주로가 필요하다는 게 단점이지만, 반대로 유지·보수가 용이하다는 점은 포기할 수 없는 장점이 된다. 로터의 회전을 통해 추진력을 얻기 위한 200마력 가솔린 엔진을 주 동력원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륙하기 위해서는 330m의 활주로 내에서 시속 50㎞의 속도가 필요하다. 단, 착륙은 30m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최적 연비인 140㎞/h로 비행할 경우 1시간에 26ℓ의 휘발유를 소모한다고 한다. 최대 비행고도는 3,500m. 사람 2명을 태울 경우 총 중량은 약 910㎏이 되는데, 이 조건으로는 공중에 4시간 체류할 수 있고, 혼자 탑승한 경우에는 1시간 늘어난 최대 5시간까지 비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지상에서 차량으로 사용할 때는 별도의 100마력 엔진을 사용한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9초이며, 일반 주행 시 평균연비는 100㎞당 7.6ℓ(유럽식 연비 측정)의 휘발유를 소모하여 일반 중형차량 평균연비와 크게 다르지 않다. 100ℓ 용량의 연료탱크에 가득 채우면 최대 1,300㎞까지 주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차량으로서도 손색이 없다. 프로펠러의 지름은 12m이지만 접을 수 있기 때문에 일반 도로주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프로펠러를 어떤 소재로 만들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실제로 Pal-V는 제한된 기술정보만을 제공하고 있어서 경쟁사들이 많은 궁금증을 품고 있기도 하다. 현재 선주문을 받고 있으며, 50만 유로(약 6억 5,000만 원)에 달하는 이 장비는 미래 모빌리티가 얼마나 다채로워질 수 있는지를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사용을 위해선 가장 큰 장벽이 있다. 바로 비행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는 점이다. 차량으로 봐도 무방하지만, 법률상으로는 헬리콥터이기 때문이다.

확대보기330m가량의 활주로를 확보할 수 있는 교외의 집에서는 부담스럽지 않은 비용으로 구입 가능하다(출처 : Pal-V).

릴리움 제트, 미래지향적 개인 비행기
확대보기 빌딩 옥상에 대기 중인 릴리움 제트(출처 : Lilium Aviation) 비록 네덜란드에 ‘최초’라는 타이틀은 내주었지만, 독일에는 Pal-V가 가진 단점을 대폭 보완한 형태의 모델도 존재한다. 뮌헨 인근 소재 스타트업인 릴리움(Lilium Aviation)이 개발한 ‘릴리움 제트(Lilium Jet)’는 아직도 먼 미래로 느껴지는, 서기 2263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제5원소」에서 브루스 윌리스가 타고 등장한 노란색 택시를 연상케 한다. 그런데 이미 올해부터 시범 운용이 가능하다고 하니, 영화에서 상상으로 그려진 미래가 한 발짝 성큼 다가선 듯한 느낌을 준다.
휘발유가 아닌 12개의 전기터빈이 양 날개에 장착되어 있으며, 동력원은 배터리이다. 시속 300㎞로 항속할 경우 최대 500㎞까지 비행 가능하며, 최대 속력은 시속 400㎞이다. 적재 가능 하중은 200㎏이며, 이를 포함한 최대 무게 600㎏까지 이륙이 가능하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조이스틱 형태의 조작 레버는 컴퓨터 기반 시스템의 지원으로 손쉬운 기체 운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공동창업자 4인은 뮌헨공대에서 함께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친구들로, 영화 「제5원소」에서 영감을 받아 지금의 모습에까지 이르렀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릴리움 제트는 자동차로서의 기능은 없기 때문에 Pal-V보다 기체 무게를 크게 줄일 수 있었고, 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이착륙을 위해서는 15㎡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점으로, 다른 경쟁사와 차별화된 점이다. 즉, 별도의 활주로가 필요 없고, 작은 마당이나 고층 빌딩 옥상을 제약 없이 손쉽게 오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만을 동력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 엔진도 소음이 적어 오토바이보다 조용하다는 점이 또 다른 장점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구매를 희망하는 개인이나 기업은 5,000유로를 선납하여 예약할 수 있으며, 약 30만 유로(약 3억 9,000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릴리움은 그 혁신성을 인정받아 유럽연합과 유럽 항공우주국, 독일 바이에른주 비즈니스 인큐베이션센터 등을 통해 투자를 받았다.

팝업 넥스트, 도로주행과 비행이 가능한 신개념 운송수단
완성차 업계인 아우디도 에어버스와 이탈디자인(Italdesign)과 협력해 비행용 자동차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아우디의 참여로 그 규모와 비전이 확고해진 미래 비행자동차 프로젝트의 이름은 ‘팝업(Pop Up)’에서 ‘팝업 넥스트(Pop Up Next)’로 변경됐는데, 이는 보다 높은 창의성과 미래형 디자인을 가미하고자 하는 3사의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시범용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운전이 가능한 3개의 다른 모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첫 번째 모듈은 2인이 탑승할 수 있는 캡슐, 두 번째 모듈은 첫 번째 모듈이 지상 주행을 위해 장착될 수 있는 주행 모듈이다. 세 번째 모듈은 4개의 회전익(rotor)을 탑재한 비행장치로, 첫 번째 모듈이 아래에 결합되어 차량과 비행기를 겸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각 모듈에는 자율주행 기능이 내장되어 있어 사용자는 지상과 상공을 자유자재로 편리하게 오갈 수 있게 된다.
아우디가 이 프로젝트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낸 이유는 바로 모듈의 무게를 절감시킬 수 있는 기술이 획기적으로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유체역학적 디자인에서도 많은 발전이 있었으며, 초경량 알루미늄 소재와 합성 소재를 활용하여 좌석의 무게도 크게 감소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성능 면에서는 어떨까? 이미 일반에 공개한 제원표는 많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기대를 가지게 했다. 우선 비행 모듈은 8개의 엔진을 장착했고, 최대 160㎾까지 출력을 낼 수 있다. 비행 모듈 차체는 가로, 세로 4.5m로 기능하는 기계치고는 놀랄 만큼 작은 크기를 자랑한다. 차체 무게는 200㎏이며, 여기에 추가로 최대 200㎏까지 운반할 수 있을 예정이다. 주행모듈은 길이 3.1m, 너비 1.9m로 일반 차량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최대 시속은 100㎞이며, 최대 주행가능 거리는 130㎞이다. 여기에 다시 비행 모듈과 결합하면 상공에서 50㎞까지 추가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공차 기준). 내장된 배터리가 다시 완전 충전되기까지는 15분이면 충분하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껏 모을 수준임에는 분명하다.
여기까지가 팝업 넥스트 프로젝트가 제네바 모터쇼에서 보여준 프로토타입이었지만, 혁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개발팀은 2단계 프로젝트로 인간-기계의 상호작용(human-machine interaction) 시스템을 추가하는 중이다. 이 시스템은 탑승 모듈 내 사용자의 커뮤니케이션과 컨트롤을 음성인식, 안면인식, 안구동작 인식만으로 가능케 하고자 한다. 즉, 별도의 조작을 위한 훈련이나 교육이 아닌 직관적인 행위만으로도 운행을 가능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프로토타입은 이미 작년 제네바 모터쇼에 선보여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은바 있기도 하다.

확대보기아우디의 경량설계 기술, 에어버스의 항공기술, 이탈디자인의 미래형 디자인 기술이 만난 프로젝트 팝업 넥스트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미래형 모빌리티의 컨셉트를 제시하고 있다(출처 : Airbus)

안현섭 독일 현지 리포터

조회수 : 2,252기사작성일 : 2018-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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