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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독일
금속, 생명 연장의 꿈

부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액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2.7조 유로에 달한다고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표면을 코팅하는 방법이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코팅제에는 독성 중금속이 함유된 경우가 많아 주의가 따른다. 독일 포츠담의 한 연구팀은 지속가능하고 훨씬 더 오래 금속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놀랍게도 이 기술의 아이디어는 자가치유력을 지니고 있는 인간의 피부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또 울름대학교 연구팀은 문화재나 건축물을 산성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하고 상용화 단계를 밟고 있다.

확대보기차량 표면의 녹미국의 메트로랩(MetroWrapz)이 차량에 발생한 것처럼 모사한 금속 표면의 녹. 단순히 미관상의 문제가 아니라 기계나 장비의 기능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막대한 경제력 손실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출처 : MetroWrapz).

부식이 가져다주는 막대한 피해
부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손해를 경제학적 방법으로 환산할 경우, 전 세계 GDP 평균의 4%에 달한다고 한다. 독일로만 한정하면 지난해 기준 약 1,300억 유로라고 한다. 문자 그대로 막대한 수준의 피해다. 이는 순수하게 부식 자체가 가져오는 피해액이기 때문에 인명피해, 생산성 감소, 환경오염, 유해물질 배출과 같은 간접비용까지 합산할 경우 그 규모는 몇 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부식 속도를 늦추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코팅이다. 코팅에는 페인트, 에나멜, 고무, 금속커버 레이어 등의 소재를 사용한다. 비록 소재는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물이나 공기와 같이 부식을 유발시키는 외부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재료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구현 아이디어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많이 사용되던 부식 방지 물질은 무수크롬산(Chromium(VI) oxide)이나 기타 중금속 화합물과 같은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당국에서는 적극적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인간 피부의 자가치유 기능을 모방한 녹 방지
확대보기아틀라스 조형물 세척작업 2014년 7월 프랑크푸르트시는 중앙역 입구 상단에 위치한 대형 아틀라스 조형물을 크레인으로 들어내 세척작업을 진행했다. 독일 울름대학 연구팀의 부식 보호 기술이 상용화되면 이러한 작업은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출처 : dpa/Boris Roessler). 독일 포츠담에 있는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부식을 일으키는 소재적 손상을 다른 물질의 도움 없이 고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인간 피부의 자가치유 메커니즘과 유사하게 작동한다. 물리적, 화학적 자극에 의해 금속 표면이 손상되면 상처 난 피부가 아무는 것처럼 표면이 닫히게 된다. 연구팀은 이를 ‘스마트 도료’라고 명명했다.
이 물질은 유기 부식 방지제를 감싸고 있는 나노 단위 캡슐로, 고분자 전해질 형태를 띠고 있다. 이 스마트 안료가 부식방지용 코팅 물질에 포함되어 있다. 보호층, 즉 금속 표면에 흠집(스크래치)이 나거나 균열이 발생해 부식이 시작되면 해당 지점에서 수소이온농도(pH) 값이 변하게 된다. 이때 나노 단위 크기의 캡슐 안에 함유된 부식방지제가 방출된다. 그 결과 부식 위험이 있는 부분이 감싸져서 부식을 멈추게 하거나 그 속도를 획기적으로 늦출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이 끝나면 pH 값은 다시 원래대로 정상화되고, 고분자 전해질이 다시 활성화되어 부식방지제를 머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반응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부식 반응이 발생한 곳에서만 능동적으로 보호 기능이 작동한다는 점이다. 즉, 부식 방지 물질이 손상된 지점에서 필요한 양만큼 방출되기 때문에 기존의 강화 도료와 같은 일반적인 기술보다 훨씬 오래 지속되며, 화학물질의 절대적인 사용량을 줄인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를 갖는다. 부식 방지력은 스마트 안료를 감싸고 있는 나노 캡슐의 성질을 세밀하게 변경함으로써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적용되는 환경이나 보호하고자 하는 금속의 속성에도 최적화하여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산성비로부터 건축물, 조형물 보호하기
석조 조형물, 건축물, 문화재 등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도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건축물 중 하나인 쾰른 대성당의 경우 매년 유지·보수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데, 사람이 직접 건물에 올라가서 모든 조형물이나 장식물을 일일이 점검하는 단계부터 많은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몇 년 전부터 시 당국은 드론을 활용해 산성비나 풍화로 인한 부식이나 손상을 살펴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점이 발견되었을 경우 효과적이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독일 울름대학교 화학과 교수인 카스텐 슈트렙(Carsten Streb)과 박사과정 스벤 헤르만(Sven Herrmann)이 개발한 물질 ‘POM-IL’은 현재 상용화 단계를 밞고 있다. 이 물질은 금속 표면을 산성비로부터 획기적으로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각종 역사적 건축물, 금속 조형물, 석조 조형물 등을 보호하는 데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또한 내산 및 발수력이 있기 때문에 외부 환경에 다소 취약한 사암 또는 대리석 조각물을 보존하는 데도 유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확대보기아세트산으로 처리된 4개 동판 아세트산으로 처리된 4개 동판. (a) POL-IL로 코팅되어 부식이 전혀 나타나지 않음, (b) 기존의 고형 POM 물질로 보호가 되었으나 약간의 부식 발견, (c) 전혀 코팅되지 않음, (d)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코팅 물질(출처 : 울름대학교 홈페이지) 연구진은 POM-IL의 성능을 증명하기 위해 매우 간단한 실험을 실시했다. 플라스틱 상자 안에 아세트산으로 처리된 작은 동판을 각기 다른 조건을 부여하여 일정 시간 동안 보관했다. 아무 처리도 하지 않은 동판에서는 많은 부식이 일어난 반면, POM-IL로 표면을 코팅한 동판에서는 전혀 부식이 일어나지 않았다. 즉, 연구진이 개발한 특수 용액으로 처리된 동판의 표면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반면, 다른 동판에서는 녹색의 산화구리가 형성됐다. 이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POM-IL이 금속 표면에 특수막을 형성해 대기로부터 구리 표면을 뚜렷하게 차단했다. 부식이 발생할 조건을 POM-IL이 사전에 차단한 셈이다.
POM-IL은 ‘Polyoxometalate-based Ionic Liquid’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이름으로, 실제로 상온에서는 소금물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다. 그러나 다른 물질과의 조합으로 다른 특성을 낼 수 있다. 가령 연료전지의 전해질, 열에너지 저장 또는 부식에 대한 보호용 레이어에 사용될 수도 있다. 기존의 부식방지제는 표면이 스크래치로 인해 긁혀나갔을 경우 해당 지점에 더 이상 그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반면, POM-IL은 능동적으로 작용해 스크래치로 발생한 틈을 차단해준다. 연구진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금속 표면을 칼로 긁어내어 관찰하는 실험을 했는데, 아세트산 성분이 표면에 침투해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전에 샘플의 스크래치가 다시 차폐되는 것을 관찰했다고 한다. 즉, 산 성분이 금속 표면 내부로 진입하는 것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물질의 활용은 단순히 문화재 보호 등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일반적으로 금속 표면 보호에 사용되고 있는 도료(라커 등)나 페인트와 달리 쉽게 제거할 수 있는 물질이라는 것을 장점으로 강조하고 있다. 표면을 점성이 높은 상태로 처리하기 때문에 전자 회로 기판과 같은 제품의 임시 보호에 대단히 적합하다는 것이다. 또 산성비와 같은 화학적 자극 말고도 다공질 표면을 촘촘하게 채울 수 있기 때문에 다공성 표면이 손상되거나 커지는 부작용 없이 석조건물이나 조형물의 보호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현섭 독일 현지 리포터

조회수 : 2,080기사작성일 : 2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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