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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독일
진화하는 식품 신선도 판별기술

독일 소비자연구협회 조사에 따르면, 매년 독일에서 먹을 수 있지만 유통기한 때문에 쓰레기로 처리되는 음식물의 양은 약 1,000만t에 달한다고 한다.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 다양한 홍보활동을 하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혹시라도 몸에 해로울 수 있음을 염려해 유통기한이 지나면 개봉도 하지 않고 버리는 경우가 더 많다. 한편에서는 원산지를 속이거나 위조하는 경우도 있다. 독일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기술로 송로버섯 원산지까지 판별
확대보기검은 송로버섯 검은 송로버섯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음식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만큼 원산지 정보를 위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독일 호엔하임대학교의 연구팀은 이를 정확히 검증할 수 있는 기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출처 : panthermedia.net) 식료품의 위·변조는 날로 지능화되어가고 있다. 토마토가 온실에서 자란 것인지 아니면 야외에서 재배된 것인지, 송로버섯이 프랑스산인지 중국산인지 등의 정보가 정확한지를 매번 의심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지만, 식자재 관련 스캔들에서 독일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대표적으로 꿀, 가공생선, 올리브유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저가로 판매되는 제품 중 일부는 위조되거나 원산지 정보가 정확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 소비자들도 많다. 여기에 유기농 제품의 인기까지 더해져 더 많은 상품들이 실제로 라벨에 기재된 정보와 다를 가능성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독일 호엔하임대학교 식품화학연구소의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독일연방식품농림부(BMWL)의 지원으로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분석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27만5,000유로의 예산을 투입한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식료품 원산지 및 재배환경 정보의 진위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전 세계의 선별된 각처에서 재배된 송로버섯과 땅콩을 샘플로 수집했다. 송로버섯은 지방이 적고 땅콩은 지방이 많기 때문에 이 특성을 기반으로 서로 다른 분석방법을 검증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송로버섯의 경우 고가에 판매된다는 점, 땅콩은 육안이나 맛으로는 원산지 구별이 어려운 제품이라는 점에서 기법의 우수성을 대중에게도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물론 공급업자들이 제공한 정확한 원산지 및 세부 정보도 함께 수집했다. 이를 놓고 동위원소, 지질분석, 요소분석이라는 3개 기법을 정밀하게 적용했다.
1차 테스트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중국산 송로버섯과 프랑스산 송로버섯을 구분할 수 있었고, 땅콩도 각기 상이한 샘플의 특성을 구분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각기 상이한 방법론을 종합해 다른 식품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송로버섯을 가공한 트러플 버터나 땅콩 아이스크림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후속 프로젝트에는 호엔하임대학교 연구팀 외에도 함부르크 식품영양과학연구소, 뮌헨공과대학교 식품생물학연구소, 튀빙겐대학교 생물정보연구센터 및 다수의 민간기업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확대보기방울토마토와 푸드 스캐너푸드 스캐너는 상하지 않은 음식을 판별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일이 없게 도와줄 수 있다.(출처 : Fraunhofer IOSB)

휴대용 스캐너만 있으면 어디서나 신선도를 한눈에
프라운호퍼 IOSB 연구소는 프라운호퍼 IVV 연구소 그리고 2개의 인근 대학교와 공동으로 일반 소비자나 유통업자들이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과일과 채소의 신선도를 파악할 수 있는 식품 스캐너를 개발하고 있다. 이 장비는 근거리 적외선 센서를 사용해 대상의 숙성 정도와 실제 유통기한을 결정하고, 함량과 성분을 분석할 수 있다.
스캐너가 적외선을 쏘면 다시 측정 대상에서 반사된 스펙트럼을 측정한다. 이때 흡수된 각 파장의 특성을 파악해 대상의 화학성분을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고 한다. 스캐너는 측정된 데이터를 블루투스를 통해 스마트폰 앱과 데이터베이스로 전송한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음식 분석을 위해 특별히 구성된 클라우드 솔루션으로, 분석된 결과는 다시 앱으로 전송된다. 앱은 사용조건 아래에서 음식이 얼마나 안전한지 또는 얼마나 오래 보관되었는지를 보여주고, 단순히 취식 가능 또는 폐기 여부를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초과된 식품을 어떻게 달리 활용할 수 있을지도 사용자에게 소개해준다. 현재 이 앱은 시범용 버전으로 제작되어 있지만, 슈퍼마켓 점주와 소비자들이 일괄적으로 인쇄된 유통기한 정보와는 별개로 음식의 부패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연구 프로젝트는 바이에른주 식품영양농림부가 음식물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 제안한 지자체 단위의 연구개발 사업의 일환이다. 독일에서 가장 큰 주 중의 하나인 바이에른주에서만 연간 약 130만t의 음식이 냉장고나 슈퍼마켓 선반에서 뜯어지지도 않은 채 버려진다고 한다. 식품 스캐너는 무엇보다 사용이 간편하고 비용 효율성도 높으며, 포장 여부와 상관없이 정확한 신선도를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험실 환경에서 연구팀은 근적외선 분광분석법(near-infrared spectroscopy)을 사용해 식품의 성분을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중요한 사실은 저렴한 센서로도 이러한 처리를 가능케 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위·변조된 식품을 판별하는 데에도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령 무지개송어처럼 연어와 비슷한 생선이 연어로 포장되어 팔리거나, 올리브 오일도 다른 저가 기름과 섞여서 팔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센서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하되, 측정된 적외선 스펙트럼을 검색하고 분석하는 지능형 알고리즘이다. 이를 토대로 식품 스캐너는 식품의 품질을 계량화하고 숙성 정도 및 유통기한을 예측할 수 있다. 연구진은 머신러닝을 통해 인식 정확도를 높였다. 가령 다진 고기의 근적외선 스펙트럼은 통계적인 방법을 활용해 세균 수와 상관관계가 있음을 도출했고, 다양한 저장조건에서 미생물의 수와 분포 정도, 그리고 이에 영향을 주고받는 화학적 매개 변수를 조사해 실제로 측정한 세균 수와 상당부분 일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한 차원 높은 개선이 필요하다. 단일 식품에 대한 품질은 충분히 데이터 및 판별 알고리즘이 높은 성능을 보이고 있지만, 냉동피자와 같이 다양한 식재료가 섞여 있는 경우 그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이를 위해 분광기 외에도 컬러 이미지와 스펙트럼 분석을 조합한 방법론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초부터 독일 내의 몇 개 슈퍼마켓은 이 스캐너를 도입해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스캐너는 식자재 원료부터 최종 소비자용 가공 형태까지 두루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음식의 변질여부를 파악해 쓰레기통에 버릴지의 여부를 알아내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기부, 재분류 후 재유통 등의 대안을 제시해줄 수 있다. 식품산업의 가치 사슬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이고 친환경적 시도라는 점에서도 큰 의의를 갖는다.

특수포장용기와 센서로 부패 여부 파악
확대보기NFC 기능 포장지와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는 모습 영국 임페리얼대학교 연구팀이 개발한 PEGS는 셀룰로오스 종이 위에 인쇄된 탄소 전극으로 만들어져 있어서 일반 포장지와 외관상으로 전혀 차이가 없으며 제작비용도 저렴하다. NFC 기능이 있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포장용기 가까이에 놓는 것만으로도 부패가스 배출 정도를 알 수 있다.(출처 : Imperial College London) 식품 또는 음식이 부패할 경우에 발생하는 가스를 포장에 인쇄된 센서와 연동해 분석하는 기술도 있다. 식료품 포장에 인쇄되어 있는 유통기한 정보는 아직 먹을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라는 점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음식의 신선도는 제품의 품질뿐 아니라 소비자의 건강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유통회사들은 가급적 유통기한을 보수적으로 산정하고 있다. 즉, 보관 상태나 개별 특성을 고려하면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이라고 해서 모두 쓰레기통으로 버려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가령 냉장고에 보관된 포장육이나 어제 먹고 용기에 담아 보관한 음식을 다시 열어보거나 맛보지 않고도 신선도나 취식 가능 여부를 알 수 있다면 음식물 쓰레기 절감, 식재료비 절감은 물론이고 친환경적 소비 행태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에 착안해 영국 임페리얼대학교 연구팀은 종이 기반의 전기가스센서 PEGS(Paper-based Electrical Gas Sensors)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이 센서는 육류나 어류 제품이 부패하면서 방출되는 암모니아나 트리메틸아민과 같은 가스를 감지할 수 있다. 이 프로토타입은 탄소 전극을 셀룰로오스 페이퍼에 인쇄한 형태를 가지며, NFC 태그와 연동되어 있어서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장비로 보관된 음식의 상태를 판독할 수 있다. 포장된 생선과 닭고기를 놓고 실험한 결과 미량의 부패 가스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검출할 수 있음을 확인한 연구진은 이 센서가 식품 포장지나 용기에 인쇄된 유통기한 정보를 대체할 수 있을 것임을 확신했다.
시민들은 자신이 구입한 음식물이 안전하다는 것을 확신하면 음식물을 폐기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이 센서는 충분히 저렴하기 때문에 슈퍼마켓 판매대에서도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음식물뿐 아니라 플라스틱의 과다 사용을 막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식품의 부패 여부를 알려주는 센서는 이번 시도가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대개 포장비용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해 제품가격 인상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는 못하다. 연구팀은 이 PEGS의 단가를 약 2센트로 예상하고 있어서 상용화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색상이 변하는 센서의 경우 사용자가 색상으로 부패 여부를 판단할 수 있지만, 신선도가 조금 떨어지는 수준의 음식도 간단히 나쁜 음식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음식물 쓰레기를 증가시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PEGS의 장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존의 부패 센서는 습도 90%가 넘는 환경이면 오작동이 많지만, PEGS는 습도가 100%가 되어도 정상 작동한다. 또한 상온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별도의 열이 필요하지도 않으며, 식품 산패와 관련된 가스에만 민감하게 작동한다. 연구진은 단순히 식품유통분야뿐 아니라 농업에서의 화학물질 감지, 대기품질 측정, 호흡기 관련 질환 이상 감지 등으로 그 분야를 확장할 계획이다.

안현섭 독일 현지 리포터

조회수 : 2,078기사작성일 : 2019-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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