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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독일
보수적인 금융권에 부는 핀테크 바람

독일의 핀테크는 다른 산업이 그러하듯 파산과 인수합병을 꾸준히 경험하고 있다. 보수적인 성향이 높은 독일의 금융 환경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확산시키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젊은 기업들은 꾸준히 도전하고 있으며, 어느 때보다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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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 확장하는 핀테크 산업

독일은 유럽의 국가 중 핀테크 부문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스타트업이 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으며, 파괴적 혁신으로 대표되는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분야별 창업 건수로 보면 프롭테크(부동산)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는 파이낸스와 인슈어테크(보험)로 각각 172개와 114개 스타트업이 출현했다.
독일에서 핀테크가 각광받는 창업 아이템이 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2007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가 2015년 154건 창업으로 최고점을 보인 이후,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 분야별 성장률을 보면 그 차이는 뚜렷하다. 블록체인 기반 기술 기업이 2017~2019년에 111% 성장을 기록했고, 나머지(파이낸싱, 투자, 보험, 부동산)는 26~18% 사이를 기록하였다.
코메르츠방크의 자회사이자 순수 인터넷 은행인 콤디렉트(Comdirect)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비즈니스 모델 특성상 투자자들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벤처 캐피탈에서 핀테크로 유입된 총 투자액은 사상 최대 금액인 약 12억 유로로 추정돼 관련 기술과 시장에 대한 관심을 입증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거대 금융기관의 고유 영역이라고 일컬어지던 기업 금융이나 투자 은행에 핀테크가 깊숙이 침투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수익성 강화에 대한 요구가 커질수록 신기술을 통한 다양한 기회를 찾으려는 노력은 결국 핀테크를 통한 가치사슬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통 금융업의 안정성과 지배력이 강한 유럽과 독일에서 핀테크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다양하다. 독일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37%는 핀테크가 잠재적으로 전통 금융업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35%는 잠재적인 협력 파트너로 보는 긍정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흥미롭게도 응답자의 15%는 향후 인수합병을 통한 기술력 흡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언급했다.
초기에는 많은 기업들이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구현에 집중하는 경향이 많아서 개인 계좌나 자산을 통합 관리하는 앱이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수익 모델에 대한 고민, 기존 금융기관과의 연계성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면서 근본적인 기술 인프라와 혁신적인 솔루션 구현에 보다 많은 무게가 실리게 되었다. 물론 이 영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블록체인이다. 그러나 초기와 달리 순수 암호화폐가 아닌 실제 금융 서비스 니즈를 반영한 다양한 서비스가 보다 많이 출현하고 있다. 블록체인의 분산장부 기능을 최대한 살려서 물류 프로세스 관리, 파트너 업체 협력 플랫폼, 보험 서비스 중개 등으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으며, 전통적 은행의 가치 사슬에도 깊이 침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베를린의 스타트업 마이오스(Myos)나 모디피(Modifi)가 인기를 끌고 있다.

금융 혁신 주도하는 스타트업

최근 각광받고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보면 이러한 흐름을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예금이자 관리에 특화된 오픈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파짓 솔루션(Deposit Solution)은 자사의 플랫폼을 통해 기존 은행은 고객에게 보다 나은 제3자 예금 상품을 추천해준다. 기존 은행의 입장에서는 자체 소비자 금융부서나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도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고 고객을 추가로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소비자는 별도로 다른 은행에 가입하지 않고 기존 계좌만으로도 유리한 이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마이너스 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저축량을 늘리고 조금이라도 나은 포트폴리오를 희망하는 유럽과 독일 소비자 금융 환경에 적절하게 파고든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럽 내 많은 은행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약 250억 유로가 넘는 예금 가입을 중개한 바 있는 디파짓 솔루션은 최근 1억 달러 유치에 성공했으며, 기업 가치는 5억 달러로 상승해 주목을 받았다.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두고 있는 N26도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순수 인터넷 은행으로 창업 초기에는 다른 핀테크 업체인 와이어카드(Wirecard)에서 백엔드 서비스를 제공받던 단순 인터넷뱅킹 인터페이스 기업이었지만, 2016년부터 독일 금융감독청을 통해 은행업 허가를 취득한 이후에는 자체 순수 인터넷뱅킹 서비스로 탈바꿈했다. 기본적으로 예금이자는커녕 오히려 계좌유지비를 납부하는 것이 일반적인 독일 예금계좌와 달리, N26 계좌는 무료로 예금계좌를 제공하고 있으며 연회비 없는 신용카드도 발급해준다. 계좌 발급 절차도 대단히 편리하다. 신원확인 전문 파트너 기업인 아이디나우(IDnow)와 영상채팅으로 비대면 개설이 가능하다. 영상으로 불가능할 경우 우체국에서 대면 인증으로 대신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절차는 서류 기입과 제출 후 비밀번호 등을 수차례에 걸쳐 우편으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빠르면 2주, 늦으면 한달 이상 걸리는 기존 은행에 비하면 대단히 혁신적이다. 또한 스마트폰으로 다른 N26 계좌 사용자를 식별하고 머니빔(moneybeam)을 통해 계좌번호나 22자리 IBAN 코드 없이도 즉시 송금 및 확인이 가능하다. 실시간 이체 확인이 불가능한 유럽에서 대단히 매력적인 서비스로 여겨지고 있다. 약 500만 명의 고객을 두고 있으며, 이 중 60%가 35세 미만으로 미래 독일 금융 서비스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저축 및 투자 상품을 중개해주는 라이신(Raisin)의 성장세도 무섭다. 현재 31개 유럽 국가의 28만 명 이상의 고객과 97개 파트너 금융기관을 연결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국경에 매이지 않는 범유럽 자산관리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중개한 투자액 규모는 260억 유로에 달한다. 신용대출과 대출 포트폴리오 관리가 주력 서비스로, 신규 대출 중개뿐 아니라 이자율 및 다양한 투자조건 선택이 가능하도록 돕고 있다. EU 회원국별로 상이한 경제 상황, 이에 따른 이자율 변동에 따른 투자 기회를 다양하게 탐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독일의 예금자 보호기관인 EdB를 통해 최대 10만 유로까지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도 이 플랫폼의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1억2,500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한 베를린의 인슈어테크 스타트업 ‘WeFox’도 눈에 띈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보험 상품 중개와 제공 등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이 회사는 2014년 창업 후 4,000만 달러까지 매출을 향상시켰으며, 40만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여 유럽 최고의 인슈어테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보험산업을 디지털 영역으로 편입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보험 업체, 중개인 및 고객을 연결하여 보험사 영업사원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중개인이 이 플랫폼에 가입한 고객에게 적절한 수준의 할인을 제공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해준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동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브로커가 비즈니스의 관리 측면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보험 상품과 세부 정보를 저장하여 유리한 조건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다. Wefox 플랫폼 고객의 약 80%가 중개인을 통해 유입되었다고 강조하고, 단순히 보험사의 영업망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높은 수준의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분야별 독일 핀테크 기업 성장률(2017∼2019년)
확대보기독일 핀테크 기업 성장률
(출처 : Comdirect)

기술 공급자일까, 게임 체인저일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핀테크가 기존 금융 서비스에 흡수되면서 ‘기술 공급자’ 역할에 무게가 더 실릴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점차 많은 핀테크 스타트업이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기존 금융기관의 솔루션 제공 회사의 성격으로 이동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AI에 기반한 자금세탁 감지 서비스인 호크(Hawk)나 데이터 기반의 개인화 서비스인 아주르(Aazzur)는 모두 전통 은행에서 부족했던 점을 개선해 혁신성을 보완하고 있다.
기존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핀테크 스타트업과의 협력이 미래 기술의 가능성을 탐색해주는 계기로 보기도 한다. 다양한 실험과 젊은 감각의 마케팅을 과감하게 수행하며, 이를 통해 고객을 새로 유치하는 방법은 전통 은행들이 하기엔 다소 위험이 따른다. 이 과정에서 성공한 핀테크 기업을 흡수하거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방향을 대개 선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국적 회계감사 기업인 PwC의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경향에 따라 2017년부터 현재까지 170개 독일 핀테크 스타트업이 생겨났다가 다시 사라졌다. 평균적으로 핀테크 기업은 3~4년차에 실패하고, 이를 무사히 거친 기업은 비즈니스를 지속하는 셈이다. 2015년 핀테크 창업 붐의 기계적인 결과라는 주장도 있지만, 여전히 젊은 감각의 창업가들은 도전을 계속하고 있고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N26은 현재 시장 가치가 31억 유로까지 올라갔으며, Scalable Capital robo-advisor는 18억 유로 이상의 고객 자금을 중개하고 있다. 비대면 인증 솔루션 업체인 웹아이디 솔루션즈(WebID Solutions)와 아이디나우는 거의 모든 독일 은행의 계좌 개설 및 인증 체계의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았으며, Fintecsystems나 Finleap Connect와 같은 금융 데이터 인터페이스 및 플랫폼 제공 업체는 금융감독기관에 다른 은행과 동등한 위치로 참여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EU 규제 당국의 조치도 큰 몫을 했다. 특정 조건에서 은행 고객 데이터에 액세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PSD2(Payment Services Directive 2)는 많은 신생기업들이 은행, 보험, 부동산(자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으며,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의 출현과 도입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독일과 유럽의 핀테크 붐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아직 예측하기는 어렵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 증가로 절대적인 창업 수는 감소할 수 있지만 금융부문의 디지털화와 함께 다소 경직된 독일 기업으로 하여금 혁신을 통한 전략적 도구로서 꾸준히 그 입지를 늘려나갈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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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섭 독일 현지 리포터

조회수 : 1,500기사작성일 : 202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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