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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독일
뷰티와 AI의 콜라보

코스메틱 산업은 그 특성상 온라인과의 연계가 느린 편에 속한다. 독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전통적인 홍보와 판매 기법의 비중이 여전히 크다. 그러나 로레알과 같은 글로벌 기업과 여러 로컬 스타트업은 뷰티 산업이 테크 산업으로 변모해야 할 필요성을 강력하게 인식하고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단순한 기능은 그만, 뷰티 테크로 진화하자

카메라에 증강현실(AR) 기술을 덧입혀 화장을 한 것처럼 바꿔주는 앱은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대부분의 스마트폰 사용자가 사용해보았을 것이다. 네온 톤의 아이섀도를 입히거나 실시간으로 머리카락 색깔을 무지개색으로 바꿀 수도 있다. 주변 상황에 맞게 피부 톤을 바꿀 수도 있다. 1차적으로 제품 판매와 연계된 앱으로 발전한 이런 기능은 뷰티 테크의 초기 비즈니스 모델로 분류된다.
일례로 독일 뒤셀도르프에 본사를 두고 있는 더글라스(Douglas)는 가상 메이크업 룩을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카메라에 보이는 얼굴을 놓고 가상으로 색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셀럽이나 드라마, 영화 주인공의 외모를 그대로 모사할 수도 있다. 가령 넷플릭스 드라마 〈걸 보스〉에 나오는 주인공의 느낌을 자신의 얼굴에 재현할 수도 있다. 이런 앱을 가리켜 수익성이 별로 크지 않은 ‘미용 거울’로 간주하기도 하지만, 전 세계 시장 규모 10억 달러 이상인 뷰티 산업이 단순한 기능에 치중한 앱에 머물 것이라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확대보기더글라스의 AR 기반 뷰티 미러더글라스는 AR 기반 ‘뷰티 미러’를 스마트폰 앱과 매장용 키오스크로 배치해 사용자가 직접 1,000개 이상의 메이크업을 자신의 얼굴에 입힐 수 있도록 했다.(출처 : 더글라스)

글로벌 컨설팅 그룹 PwC는 이러한 기능을 단순히 추가하기만 해선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기 쉽기 때문에 브랜드 이미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뷰티 기업들은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미 파악하고 있으며, AR이나 3D프린팅 기술을 도입해 소비 촉진 및 경쟁사 대비 우위 확보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화장품의 경우 독일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더 이상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거나 경쟁자의 파이를 빼앗는 치킨게임으로 돌입하고 있다고 예견되어 뷰티 테크로의 진화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맞춤형 개인용 화장품이나 피부관리 키트이다. 일례로 더글라스는 이미 DNA 데이터 분석 기반의 얼굴 케어 세트(100㎖)를 950유로(약 130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존슨앤존스도 맞춤형 미용 마스크 제작을 위한 3D프린터를 출시했으며, 시세이도나 카오 같은 일본 회사는 피부 스프레이를 사용할 수 있는 인공피부를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듯, 지난해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자사의 제품이 고객의 얼굴과 몸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AI 기반 제품을 시연했다. 대표적으로 로레알에서 제작한 ‘페르소(Perso)’라는 개인화 코스메틱 기기가 크게 주목을 받았다. AI 모듈을 내장한 피부 분석 앱으로 맞춤형 피부 관리 립스틱, 메이크업 제품 등을 집에서 직접 만들어주는 이 만능 기기는 2021년에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기술이 모두 스마트폰과 가정용 디바이스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로레알은 드럭스토어 체인에 별도로 맞춤형 코스메틱 코너를 배치해 고객들이 직접 2만2,000개의 기초화장용 색상을 고를 수 있는 체험 코너를 배치하고 있다. 피앤지는 올해부터 첨단 카메라 기술을 탑재한 메이크업용 프린터를 출시(소비자가 540유로)하면서 스마트폰에 연동한 얼굴 사진을 입체적으로 인쇄해 직접 화장을 연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뷰티 기업에 테크 색체 입히기

가격 측면에서 이러한 모든 도구는 일반 대중이 지불하기에 다소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PwC는 앞으로 건강과 미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이들이 높은 금액을 지불할 의사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직접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분의 3이 자신의 스마트폰에 건강과 웰빙을 위해 관련 앱 3개 이상을 설치했다고 답했고, 이를 통해 잠재 수요층이 생각보다 견고함을 알 수 있다. 제품의 성공은 오히려 시간과 장소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즉, 집에서 해당 제품을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지, 아니면 매장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지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 여기에 코로나 대유행이 불러온 이동의 제한과 DIY 문화에 대한 관심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한다.
이러한 이유로 뷰티 기업들은 이제 테크 기업의 색채를 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로레알 독일 법인은 뷰티 테크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회사가 나아가야 할 전략적 방향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독일, 파리, 런던에서 각각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있으며, 볼드(Bold)라는 벤처 캐피탈 펀드를 설립했다. 이 펀드는 심지어 중국 내 기술 스타트업에도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전혀 달라 보이는 두 산업이지만 빠른 변화를 선도한다는 점에서만큼은 결을 같이하고 있고, 그 점이 시너지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로레알의 캐나다 AR·AI 기업 모디페이스(Modiface) 인수는 뷰티 기업이 얼마나 뷰티 테크 산업을 진지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딥러닝 알고리즘은 얼굴의 일부를 자동으로 식별하고 조명 조건을 분석해 사실적인 가상 화장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립 컬러는 올바른 위치의 올바른 그늘에서 끝난다. 머리를 앞뒤로 빠르게 움직여도 인공 화장은 그대로 유지되며,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인식되기 때문에 그에 맞게 원하는 피부 톤으로 채색된다.
수천 장의 사진으로 훈련된 모디페이스의 알고리즘은 디지털 피부 진단에도 사용된다. 반면에 사용자는 기업이 마케팅에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눈과 얼굴 모양, 지리적 위치, 색상 선호도 및 구매 행동에 대한 정보가 있기 때문에 고정밀 지능형 분석을 통해 더 우수한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확대보기AVE+EDAM 크림‘데이터 기반 개인화 스킨케어 크림’을 표방하고 있는 AVE+EDAM. 무자극, 유기농, 비건 제품이라는 점에서도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출처 : cosmetics business)

독일 스타트업의 추격

확대보기미니 뷰티 플랜트 소비자가 직접 자신만의 화장품을 주문하고 제작한 후 가져갈 수 있도록 만든 미니 뷰티 플랜트의 실제 모습. 가정용 모델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출처 : 프라운호퍼 IPA) 독일의 스타트업도 빠르게 이러한 혁신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베를린의 대표적인 인디 뷰티 기업 ‘AVE + EDAM’은 개인화된 크림을 주문받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고객은 피부 요구 사항에 관해 온라인 설문지를 작성하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피부를 앱을 통해 전송한다. AI 알고리즘은 대기오염 정도, 자외선 수치, 날씨 및 계절과 같은 환경 요인을 고려해 사용자에게 적절한 성분을 도출하고 배합한다. 이 회사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피부는 결국 데이터를 통해서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최적화된 AI 신경망은 경우에 따라 피부과 의사보다 더 정밀한 수준의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에 더글라스는 이 기업에게 스타트업 대상을 수여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보였다. 에스티로더의 전 독일 지사장은 기업의 자문역이자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는데, 그에 의하면 이러한 변화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한다. 빠르면 5년, 늦으면 10년 내로 소비자는 양산된 크림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정도다.
그러나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에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 카메라 앱을 통한 얼굴 스캔이 의료용 센서의 정확도를 따라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마트폰 사진은 피부 건강에 대한 유효한 데이터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앱을 통한 셀프 테스트에서 85%가 자신의 피부 상태를 ‘평가할 수 없음’으로 밝혔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피부는 ‘민감한 복합성 피부’라고 밝히고 있어 그 이상의 정밀한 분석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시도가 있다. 슈트트가르트에 있는 스타트업 스킨메이드(Skinmade)는 더글라스 오프라인 매장에 설치된 옷장 사이즈의 ‘미니 뷰티 플랜트’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의 플래그십 스토어에 배치된 이 코너에서 사용자는 특수 센서 장비로 피부의 수분 및 지방 함량과 같은 바이오마커를 클라우드 기반의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측정하고, 스킨메이드에선 크림의 농도와 성분을 계산해 맞춤형 스킨 크림을 7분 만에 바로 제작해준다. 스킨 크림을 다 사용한 6주 뒤에 사용자는 다시 방문해 측정하고, 그 효과를 반영한 새로운 크림을 만든 후에 가져갈 수 있다. 30㎖ 단위로 제작되는 이 스킨 크림의 가격은 40유로이다. 스킨메이드의 이 기술은 프라운호퍼 공정공학자동화연구소의 6년에 걸친 스핀오프 프로젝트이기도 하며, 이를 위해 300만 유로의 R&D 자금이 투입되었다고 한다. 독일에서 강조하는 산학협력 및 기술 상용화 노력의 성과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안현섭 독일 현지 리포터

조회수 : 1,461기사작성일 : 20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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