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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독일
히틀러 때문에 바뀐 아마존 앱 아이콘

올해 초 아마존은 자사의 스마트폰 앱을 업데이트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앱 아이콘이 온라인 쇼핑을 상징하는 장바구니 대신 갈색 택배 상자, 파란색 테이프, 화살표 스마일 로고로 바뀌었다는 점. 그런데 이 모양이 히틀러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있었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수정됐다. 독일을 포함한 서구의 소비자들이 왜 이런 반응을 했으며, 아마존의 대응도 왜 이렇게 신속했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깊은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말해선 안 되는 그 이름

우선 독일 사회에서 히틀러라는 이름은 거의 금기에 가깝다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히틀러라는 성씨를 가진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개명했고, 현재까지 이를 유지한 사람들은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을 정도로 현대사에서 히틀러만큼 악마에 가깝게 묘사되는 사람도 드물다. 당연히 아돌프라는 이름을 짓는 일도 없다. 당시에 사용했던 단어, 구호, 상징물 또한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나치 문양, 나치 친위대를 의미하는 SS, 하일 히틀러의 첫 두 글자 HH도 사용이 제한적이다. 개인 의사 표현의 자유가 철저히 보장된 독일이지만 유독 나치와 히틀러에 관련된 의사표현에서만큼은 강력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나치 시대에 대한 향수, 외국인에 대한 혐오, 인종차별 등의 정서를 가진 사람들에게 히틀러와 그 시대는 다른 의미에서 여전히 중요하게 각인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네오나치나 극우주의자들은 공개석상에서 이와 관련된 표현이나 언급이 위법이기도 하거니와 사회적 분위기도 엄격하기 때문에 그들만의 언어나 상징을 찾아서 은밀하게 소통하는 경우가 있다.

확대보기아마존의 옛 로고와 두 차례 변경된 로고몇 주 만에 두 차례 변경된 아마존의 새 로고. 가운데 로고가 히틀러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출처 : t3n)

알파벳과 숫자를 각각 매칭해서 만들어낸 히틀러를 상징하는 숫자 88 또는 18, 당시 사용하던 백인우월주의 구호의 어절 수 14 등은 공공연한 그들만의 기호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예 대중적인 브랜드나 제품명에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영국의 의류브랜드 론스데일(Lonsdale : 나치당의 영문 이니셜 NSDAP의 네 글자가 포함되어 있음)로, 독일뿐 아니라 유럽과 북미 지역의 네오나치가 애용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해버린 상태이다.
론스데일 측에서는 여러 차례 나치와의 연관성을 적극적으로 부정하고 이를 알리기 위한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지만, 여전히 극우주의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브랜드라는 인식은 잘 지워지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극우당이나 네오나치 관련 집회를 보면 검은색 론스데일 옷에 후드를 뒤집어쓰고 각종 기호로 문신을 하거나 장신구를 걸친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다. 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눈치 채지 못하지만, 같은 사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꽤나 괜찮은 집결효과를 가져온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확대보기론스데일 옷을 입은 극우주의자들론스데일을 포함한 몇 개 브랜드는 극우주의자들의 드레스 코드로 잘 알려져 있다.(출처 : 슈피겔)

심지어 공식적으로 극우주의자들을 위한 브랜드임을 부정하지 않고, 이들을 지원해 매출을 높인 기업들도 있었다. 의류 브랜드인 토르 슈타이나르(Thor Steinar) 콘스데이플(Consdaple)은 나치 관련 금지법을 교묘히 피해서 매장을 열어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물론 헌법수호청의 광범위한 조사와 더불어 연방의회와 몇 개 주 의회에서는 이 브랜드에서 출시한 옷을 입는 것을 금지했고, 분데스리가의 많은 축구 구단에서도 이 옷을 입은 사람들의 구장 입장은 공식적으로 금지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한 사례가 있다.

높은 자정 능력, 그리고 기업의 현명한 대응

이러한 인식의 차이는 어디서 왔을까? 독일인들의 과거사에 대한 인식은 대단히 높은 수준이다. 그래서 그런지 히틀러라는 이름을 언급하는 일은 부끄러우면서도 어딘가 불편한 말이 되어버렸다. 정치인들의 발언뿐 아니라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대부분 그 이름이 직접 언급되는 대신 ‘그 시기’, ‘상황’이라는 표현으로 에둘러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배경을 모른 채 독일을 여행하는 아시아 관광객들이 그 이름을 부르다가 행인들의 따갑거나 겸연쩍은 시선을 받기도 하고, 장난스럽게 나치 경례를 하다가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금기와 시민들의 민감한 반응은 엄격한 과거사 반성과 교육,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사회에 녹아들어 있기에 작동하는 자정 메커니즘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주류 정치인이 공개석상에서 히틀러와 홀로코스트에 대해 찬양할 경우 그의 정치 생명은 거의 끝이라고 봐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의 주요 대기업들도 과거사에 대한 과하다 싶을 정도의 반성과 사회 공헌 활동을 통해 전범기업이라는 전력을 최대한 지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짚어보면 아마존의 기민한 대응이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 익숙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이 친환경이나 윤리적 측면은 물론이고 문화적, 사회적 가치를 주시하고 있어야 함을 상기시켜볼 필요가 있다.
만약 아마존이 아이콘을 바꾸지 않았으면 정말 매출 하락과 직결되었을까? 현실화된 위험 자체는 크지 않았다고 가정하더라도 위기관리 능력, 기업 이미지 제고 및 이슈 대응력 측면에서도 아마존의 대응은 독일인의 입장에서 후한 점수를 받아 마땅할 것이다.

안현섭 독일 현지 리포터

조회수 : 3,425기사작성일 : 202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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