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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독일
33년 만의 주식시장 개혁

1988년에 시작된 독일의 대표적인 주가 지수인 DAX와 MDAX는 프랑크푸르트 소재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30개, 60개 회사들로 각각 구성되어 있다. 이 중 대기업 위주로 구성되어 독일 경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온 DAX는 독일경제를 지탱하는 산업 현황과 경기를 엿볼 수 있는 지표다. 최근 독일 증권거래소가 DAX 상장 기업 수를 40개로 늘리는 변화를 단행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DAX 30에서 40으로

독일의 DAX가 우리나라의 코스피나 미국의 S&P 500처럼 산업과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지표라는 점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처음 거래가 시작된 1988년 이래 상장 기업 수를 30개로 제한하고 있어 독일 경제 전체 상황을 포괄적으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비판이 늘 있어왔다. 히든 챔피언으로 요약되는 지역 단위 강소기업과 가족기업의 비중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DAX 30은 독일의 산업 특성을 반영하듯 전통적인 고경쟁력 분야, 즉 화학, 자동차, 에너지, 금융 부문에 치중되어 있고, IT로 대표되는 신성장 산업에는 다소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의미에서 DAX 상장 기업 수의 확대는 독일 주식 시장에 큰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시도라고 분석할 수 있다.
추가된 기업의 포트폴리오는 다양하다. 가장 덩치가 큰 에어버스는 DAX 40의 5%를 차지하며 시가총액 기준 5위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지멘스 그룹에서 분리된 지멘스 헬시니어스, 바이오/제약 R&D 및 생산설비 부문 히든 챔피언으로 잘 알려진 싸토리우스와 포르쉐 지주회사 등도 대표적인 신규 진입 기업이다. 나머지 기업들 중에서는 향수 기업 심라이즈, 온라인 의류 쇼핑몰 업체 잘란도, 화학/소재 전문 브렌탁, 퓨마, 밀키트 배송업체 헬로프레시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를 통해 헬스케어와 소비재 부문으로 그 포트폴리오를 넓혔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확대보기독일 대표 주가지수2021년 9월부터 독일 대표 주가지수 DAX 기업 수는 10개 늘린 40개로 변경됐다.(출처 : DPA)

와이어카드 스캔들 덮을 강력한 규제

그러나 이번 DAX 개혁은 지난해 독일 금융산업에 충격을 주었던 와이어카드(Wirecard) 스캔들과 무관하지 않다. 2018년 DAX 30에 진입한 와이어카드는 전자결제 서비스 전문 핀테크 기업으로, 높은 편의성을 강점으로 독일 외에도 다른 유럽 국가, 동남아, 중동에서 서비스를 운영해 주목을 받아왔다.
규제 장벽이 높고 역동성이 다소 부족한 유럽 금융산업에 돌풍처럼 나타난 와이어카드는 이후 5년간 주가가 8배 성장하며 도이체방크 시가총액 추월과 같은 기록을 써내려갔다. 하지만 2020년 회계 부정 적발과 파산으로 독일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규제당국과 회계법인의 직무유기로 인해 그 피해는 혁신적인 이미지와 당국의 감독 역량을 신뢰하던 개인 소액 투자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DAX 시작 이래 기업이 회계 부정과 파산으로 퇴출되는 일 자체가 처음이라 금융시장 자체에도 큰 충격이었고, 강력한 규제와 감시체계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 까닭에 이번 DAX 개혁 조치는 손상된 독일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더욱 지배적이다.
독일 증권거래소는 이번 개혁을 통해 향후 DAX에 진입하려면 2년간 결산을 통해 연속 흑자 증명(EBITDA 기준)을 하도록 의무화했다. 대신 현재 40개 기업에 대해서는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았다. 이는 우리에게 배달의민족의 모회사로 잘 알려진 딜리버리히어로가 2011년 설립 이래 매년 적자이지만 DAX에 머물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한 재무현황 보고에 대한 의무도 한층 강화해 DAX 상장사는 연결 재무제표를 포함한 공시자료 공개를 분기마다 수행해야 한다. 30일 동안의 제출 유예 기간을 넘긴 경우 자동적으로 지수에서 퇴출된다. 또한 상장사 구성 심사도 연 1회가 아닌 2회로 늘려 보다 엄중한 운영을 약속했다. 게다가 개별 상장사는 감사위원회를 설치해 기업 지배구조 강령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무가 명시화됐다.

저평가된 독일 우량 산업

그렇지만 이러한 시도가 개인 투자자와 주식시장에 많은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늘어난 상장사 수 10개는 모두 중소기업 주가 지수인 MDAX에서 온 것으로, MDAX는 오히려 10개 줄어든 50개로 제한됐다. 즉, DAX와 MDAX 기업 수는 그대로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시장 포트폴리오 규모 자체가 변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더 강력해진 규제로 인해 새로운 첨단산업이나 혁신 기업이 진입하는 일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특히 흑자 증명과 같은 높은 요구사항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에게 일정 수준의 가시적 성장을 기다려줄 수 있는 유연성을 아예 막아놓은 조치라는 극단적인 비판도 존재한다.
이번 DAX 개혁 논의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기업은 사실 따로 있다. 우리에게 화이자와 함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업체로 잘 알려진 독일 마인츠 소재 벤처기업 바이오엔텍(BioNTech)이다. 이 기업은 DAX 대신 뉴욕 나스닥에 상장해 바이오 주의 일약 라이징 스타가 됐다. 실제로 바이오엔텍의 나스닥 시가총액은 약 700억 유로로, DAX 대표 기업인 SAP의 약 절반에 해당할 정도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DAX에 상장을 시도했다면 과연 이 정도의 평가가 가능했을지에 대한 의문, 그리고 와이어카드 스캔들로 더욱 강화된 규제는 여전히 역동성 강화와 위험 감수를 통한 혁신 마인드가 부족하다고 지적받는 독일 산업에 얼마나 큰 자극이 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안현섭 독일 현지 리포터

조회수 : 1,044기사작성일 : 20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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