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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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마주치다
코끝에 닿은 쉼표, 향긋한 숨을 불어넣다
왈츠와닥터만 커피박물관

 

숨을 들이쉴 때마다 커피향이 감돌고, 들리는 음악은 부드럽고 친절하다.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이완되는 공간. 왈츠와닥터만 커피박물관으로 간다.

여유로 대변되는 향기로운 시간
북한강이 유유히 흐르는 강변. 이곳에서는 시간마저 느긋하게 흐르는 듯하다. 거대한 자연과 맞닿아 있어서일까. 그리 서두를 일도 없고, 딱딱하게 굳었던 긴장은 누그러지며, 어쩐지 엉켰던 생각도 잠시나마 탁 놓게 된다. 그리고 온갖 색과 맛과 향을 향한 촉수가 유난히 예민하게 곤두선다.
왈츠와닥터만 커피박물관은 이토록 멋진 곳에 앉아 있다. 보이는 거라고는 강과 산뿐이니 뭐 하나에 빠져들어 감상하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환경이다.
커피박물관 표시는 건물 입구에 눈에 띌 듯 말 듯 숨어 있다. 성처럼 보이는 붉은색 거대한 건물이 워낙 압도적인 탓인데, 앙증맞은 빨간 자동차 모양의 티켓 부스를 찾으면 쉽다. 이곳에서 표를 끊은 후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곧장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다. 좁다란 계단 양쪽으로는 액자가 빼곡하고,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노란빛 조명이 발 아래를 비춘다. 비밀스러운 성을 탐험하는 듯한 기분이랄까. 벌써부터 슬그머니 기대감과 호기심이 일기 시작한다.
2층부터 시작되는 전시장은 한눈에 다 담을 수 있을 만큼 작은 규모다. 그렇다고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니까. 왈츠와닥터만 커피박물관은 해설과 체험이 함께하는 관람을 원칙으로 하는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설명글 한 줄, 전시품 하나에도 제대로 파고들자면 줄줄이 사탕처럼 이야기가 연결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커피의 역사와 에피소드, 동·서양을 넘나드는 커피의 흐름 등을 간략한 그림 몇 장, 글 몇 줄로 이해하기에는 사실 그 범위와 깊이가 너무 방대하다.
물론 눈으로만 훑어도 상관은 없다. 그러나 박물관 곳곳에 숨은 이야기와 전시물의 의미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보면 이해의 정도가 훨씬 깊어진다는 뜻이다. 그런 이유로 도슨트의 설명은 정해진 시간 없이 박물관 운영시간 내내, 수시로 이루어진다. 요청하면 언제든 눈높이에 맞춘 설명과 안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빼곡하게 들어찬 공간의 재발견
2층 전시실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세계 커피 역사의 흐름과 각 산지별 커피의 특징 등을 전시한 ‘커피의 역사’ 섹션이다. 이어 커피 유통의 전 과정과 커피 생두의 제조과정, 세계 각국의 품종별 생두 등을 전시한 ‘커피의 일생’을 볼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커피 관련 유물이 전시된 ‘커피문화’ 섹션도 흥미롭다. 한눈에 보기에도 꽤 오랜 역사를 가진 듯한 커피추출기, 그라인더, 주전자, 커피통 등을 통해 당시의 문화를 짐작해볼 수 있다. 특히 평소에 커피를 즐긴 것으로 알려진 고종황제가 사용했던 은제 커피스푼은 최초로 공개된 황실 유물로서 더욱 특별한 가치를 가진다.
전시장 가장 안쪽에는 미디어룸이 있는데, 마치 수십 년 전의 다방을 재연해놓은 듯한 인테리어가 이색적이다. 앉은 사람의 체형대로 숨이 죽은 소파에 그때 그 시절에 실제로 사용되던 메뉴판, 각종 신문 스크랩까지. 세심하게 꾸며진 공간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커피 한 잔에 60원’이라며 비싼 가격을 꼬집는 기사, 커피 끓이는 법을 안내하는 기사, 많이 마시지 않으면 건강에 무해하다는 건강 정보 등, 요즘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과거 사람들의 관심사를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미디어룸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커피잔 컬렉션도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다.
전시실은 3층까지 이어진다. 2층이 아늑하고 비밀스러운 분위기였다면, 3층은 북한강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경이다. 커피 관련 용품과 로스팅 기계 등이 갖추어져 있으며, 무료로 핸드 드립을 체험해볼 수도 있다. 초보자라도 문제없다. 전문가가 원두를 고르는 것부터 드립하는 방법까지 상세하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직접 내린 커피는 2층 미디어룸에서 시음도 할 수 있다.
3층 야외는 커피 재배 온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생긴곳으로, 파종 후 자라난 묘목의 떡잎부터 성장해 빨갛게 익은 열매까지. 커피나무의 전 생장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
자연 상태에서 커피나무가 제대로 자라기 위해서는 토양, 강우량, 일조량, 일교차 등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겨울철 온도가 낮아 커피가 재배되지 못하는 실정. 이곳 온실에서는 해마다 최저온도를 조금씩 낮추면서 커피나무가 추위를 견딜 수 있도록 하는 내한성을 4세대째 실험중이다. 현재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케냐, 에티오피아 등의 품종이 자라고 있다.

커피의 맛과 향을 음미할 순간
박물관을 차근차근 둘러보다 보면 일상적으로 마시는 커피라도 왠지 특별하게 느껴진다. 얼마나 멀고 긴 시간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알기 때문이다. 커피나무 재배부터 커피를 내리는 순간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노하우가 더해져야만 완성되는 게 커피다. 실제로 품종은 물론 추출 방식이나 로스팅 정도에 따라서도 미묘하게 맛이 달라진다. 이쯤 되면 제대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은 기분이 들기 마련. 다행히 박물관 바로 옆이 카페다. 커피의 향과 맛과 감성을 오롯이 느끼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만 그마저 멋으로 다가올 만큼 관리가 잘 되어 있는 카페에는 중후하면서도 편안한 공기가 흐른다.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친 나무는 반들반들 윤이 나고,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을지 짐작할 수 없는 가구들은 공간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게다가 머리가 희끗한 바리스타가 노련하게 내려주는 커피 맛이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사실 이곳은 커피 말고도 공간을 즐길 가치가 충분하다. 곳곳에 볼거리들이 숨어 있는 덕분이다. 그러나 관심을 두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미니 파이프 오르간과 마주하게 되는데, 영국에서 처음 만들어져 미국 교회에서 사용되던 것으로 200년이나 된 골동품이다. 천장 중앙을 장식하고 있는 램프 역시 180년 전에는 영국 왕실을 비추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좀 더 익숙한 역사의 흔적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소설가 박완서, 피천득 선생의 이름이다. 생전에 왈츠와닥터만 레스토랑을 자주 찾던 이들이 늘 앉던 자리를 특별한 지정석으로 마련해놓은 것. 대표작도 함께 놓여 있으니 그 자리에 앉아 작가들이 느꼈던 감성을 따라가보아도 좋겠다. 커피에 더 깊이 빠져들고 싶다면 초·중·고급 코스의 닥터만 커피 아카데미, 커피 탐험대에 참여해보자. 그동안 모르고 지나쳤던 깊은 맛과 멋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TIP

커피향 가득한 힐링타임 닥터만 금요음악회

매주 금요일 8시가 되면 커피이야기로 가득하던 박물관 전시장이 클래식 연주무대로 변신한다. 지난 2006년 3월 개관음악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열리고 있는 ‘닥터만 금요음악회’를 위해서다.
음향을 면밀히 고려해 설계한 콘서트홀에 세계적인 명기 스테인웨이 피아노, 수준 높은 연주자 등 음악회의 조건은 완벽에 가깝다. 게다가 클래식 음악회는 어렵고 지루하다는 고정관념도 자연스럽게 넘어선다. 곡에 대한 재미있는 설명을 더해 누구나 클래식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물론이고, 음악회가 끝난 후에 열리는 와인파티를 통해 연주자와 청중이 어우러지는 기회도 마련한다. 콘서트 입장권은 2만 원. 지정좌석제이므로 사전 예약은 필수다. 왈츠와 닥터만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겸하는 ‘콘서트 패키지 디너’도 마련되어 있으니 보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자.

관람시간 화요일~일요일(10:30~18:00)
도슨트 상시운영(단체관람은 전화 예약)
관람료 5,000원(초등학생은 2,000원 할인)
주소 경기도 남양주시 북한강로 856-37
문의 031- 576 - 0020

정은주 객원기자 사진 김성헌 객원사진기자​

조회수 : 1,268기사작성일 : 201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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