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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마주치다
빠져들다, 환상 속으로
피규어뮤지엄W

 

하나하나 유심히 보려면 반나절도 부족하다. 너무 좋아해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는 피규어가 있는가 하면, 새롭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들도 많다. 동선을 따라 면밀하게 배치된 작품들은 수시로 턱턱 걸음을 잡는다. 개인이 수십 년간 모은 어마어마한 곳간이 '피규어뮤지엄W'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전 세계 희귀한 피규어들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앞뒤 옆 아래 샅샅이, 천천히 음미할 시간이다.

 

세계 유일의 피규어가 눈앞에
‘지잉~’. 묵직한 쇳소리를 내며 육중한 문이 열린다. 마치 비밀 아지트로 연결될 것만 같은, SF영화에서나 보던 그런 문이다. 심지어 등 뒤에는 무려 4m 크기의 로봇 태권브이가 입구를 지키고 있다. 피규어 마니아라면 단번에 눈을 빛낼 만한 인트로다. 물론 별 기대 없이 방문한 사람이라도 이 극적인 첫발 앞에서라면 열에 아홉은 심장이 ‘쿵’ 하고 반응할 게 분명하다. 이곳은 완벽히 ‘딴 세상’이니까.
피규어뮤지엄W는 이름 그대로 피규어와 토이를 주제로 테마파크의 기능을 접목시킨 새로운 개념의 박물관이다. 사립박물관이지만 컬렉션 수준과 범위가 압도적이다. 1층 기획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히어로 모형과 건담 피규어는 전체에 비하면 맛보기 정도. 게다가 시각적인 쾌감을 넘어서는, 체험의 재미까지 공존하는 이곳은 피규어 좀 안다는 사람들에게는 실존하는 낙원으로 유명하다.
전시장은 모두 6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단 꼭대기까지 오른 후 아래층으로 내려오는 동선이다. 감탄할 만한 디테일은 여기에서도 발견된다. 눈썰미 좋은 사람이라면 이쯤에서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 위에 숨어 있는 스파이더맨을 발견할 수 있을 터. 어쨌거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이제부터가 진짜다.
5, 6층의 상설전시실 ‘My Toy’는 한정판으로 나온 리미티드, 프레스티지 에디션 등 아주 특별한 피규어가 주를 이룬다. 영화 「터미네이터 3」에서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실제로 입었던 의상을 착용한 일대일 피규어, 1989년 영화 「배트맨」 촬영에 사용된 배트모빌 모형, 스와로브스키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제작된 람보르기니 피규어를 비롯해 모터쇼를 방불케 하는 자동차 관련 피규어들이 빼곡하다. 피규어계의 유명 제작자에게 특별히 주문제작한 프라모형도 코앞에서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5m 높이의 벽면은 쇼케이스로 채워져 있는데, 키오스크에 각각의 정보가 표시돼 낯선 캐릭터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닥의 고유 넘버링을 확인할 수 있도록 주요 한정판들을 투명한 쇼케이스에 전시한 점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누구에게나 열린 친절한 공간
4층 상설전시실 ‘Ani Hero’는 ‘My Toy’보다 조금 더 친근하고 밝은 분위기다. 일본 최초의 TV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한 아톰부터 슈퍼로봇의 시초 철인 28호, 리얼 로봇의 시초 건담, 현재까지도 연재가 끝나지 않은 FSS의 모터헤드 피규어 등이 전시되어 있어 일단 눈에 익숙하다. 특히 피규어 중에서도 가치가 높기로 유명한 초합금 피규어는 그 정교함에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렐 정도. 건담, 철인 28호, 마징가 Z, 게타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한 층 아래는 상설전시실 ‘Super Hero’다. 이름처럼 클래식한 고전 영웅과 모던한 현대 영웅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같은 캐릭터라도 시대적 흐름에 따라 모습이 바뀌기도 하는데, 영웅의 변천사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건 물론이고 각각의 영웅들의 능력과 특징도 알 수 있다.
이처럼 피규어뮤지엄W는 결코 어렵지 않다. 각 층마다 테마를 나누어 전시하고, 기본 상식부터 전문용어까지 설명해놓은 내용도 알차다. 덕분에 피규어와 친하지 않더라도 공간을 즐기는 데 문제될 건 전혀 없다. 어른부터 아이까지 누구나 저마다의 방식으로 매력에 빠져들 수 있다.
여느 박물관처럼 도슨트도 운영한다. 전시 특성상 별도의 시간을 정해두지 않고 수시로 진행하는 방식인데, 궁금한 점이 있거나 부연설명이 필요한 경우 각 층별 도슨트에게 문의하면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재질, 만든 사람, 제작과정 등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피규어와 관련된 콘텐츠 전반의 이야기를 알고 보면 시야가 확 넓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고, 단순히 장난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다가올 것이다. 다만 관람객이 몰리는 주말에는 일대일 안내가 어려울 수 있으니, 보다 깊이 있는 관람을 원한다면 평일에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즐길 거리 많은 역동적 뮤지엄
지하는 남녀노소를 위해 열린 놀이공간 ‘Toy N Joy’다. 거대한 킹콩이 반겨주는 이곳에서는 만화책을 볼 수도, 보드게임이나 블록 만들기를 할 수도 있다. ‘보글보글’, ‘스트리트 파이터’ 등 오락실게임기도 있어 500원짜리 동전 하나로 어린 시절 추억의 소환이 가능하다.
또는 2층의 ‘W Shop’에서 감탄했던 피규어를 손에 넣거나 1층 카페에서 히어로들에게 둘러싸인 채 라떼를 즐기는 것도 이색적인 경험이다. 1, 2층은 입장권 없이도 이용이 가능하니 낯선 피규어와 친해지고 싶다면 부담 없이 들러보자.
그러다 관심이 커진다면 이곳을 아지트 삼아도 좋다. 현재 전시된 피규어는 800여 점인데, 아직 공개되지 않은 소장품은 특별전시를 통해 선보이고 상설전시의 피규어 일부는 수시로 교체되므로 이따금씩 방문하면 변화된 공간을 즐길 수 있다. 참고로 세 번 이상 방문한 관람객에게는 VIP카드가 발급된다. 본인 외에 동반 1인까지 4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피규어 마니아라면 활용하자. 또 한 가지. 입장권은 발권한 당일 내내 유효하다. 때문에 방대한 컬렉션을 한번에 눈에 담기 힘들다면, 재입장이 가능하니 충분히 여유를 부려도 된다는 얘기다.
10~15명 내외 단체에 한해 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 참여도 가능하다. 전시 관람을 포함한 애니메이션 영상교육, 디자인 피규어 컬러링, 캐릭터 페이퍼 피규어 만들기, 캐릭터 라떼아트 등을 내용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하자.

TIP

건물 자체가 예술, 밤에 만나도 반갑다!

출입구가 있는 정면을 포함한 피규어뮤지엄W 건물 세 면은 7만 개의 LED 모듈로 둘러싸여 있다. 때문에 해가 지면 건물 전체가 거대한 캔버스가 되어 화려하면서도 독특한 형상을 드러낸다. 피규어 관련 캐릭터 영상이 빛을 발하며 외벽을 흐르는데, 이는 외부 환경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대형 대화창을 의미한다. 또한 국내외 미디어 작가들과의 컬래버레이션을 꾸준히 진행함으로써 예술적 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도심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휴식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관람시간 오전 11시~오후 7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오후 9시까지 연장운영)
관람료 성인 15,000원 / 청소년 13,500원 (15인 이상 단체 30%, 온라인 예매 10% 할인)
주소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158길 3
문의 02-512-8865

정은주 객원기자 사진 김성헌 객원사진기자 자료협조 피규어뮤지엄W​

조회수 : 1,369기사작성일 : 201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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