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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마주치다
자동차를 바라보는 짜릿한 황홀경
포마자동차디자인미술관

 

깊숙한 산속에 이토록 멋진 공간이 숨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우리나라 1세대 자동차디자이너인 박종서 관장이 어마어마한 공간을 공개했다. 자동차를 잘 몰라도 일단 감탄사가 터질 수밖에 없는, 포마자동차디자인미술관을 들여다본다.

눈높이 설명이 있는 참 쉬운 미술관
진화는 항상 개인의 세련된 취향에서, 집요한 몰입에서, 앞뒤 재지 않는 추진력에서 시작된다. 그러니 이토록 멋진 곳의 문이 열렸다는 자체만으로도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지난 7월, 우리나라 1세대 자동차디자이너인 박종서 관장이 전에 없던 미술관을 공개했다.
길을 헤매다 우연히, 지금껏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슈퍼카와 일대일로 맞닥뜨리면 이런 기분일까. 좁다란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닿을 수 있는 포마자동차디자인미술관은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는 신세계임이 분명하다. 디자인을 공부하거나, 자연에 관심이 있거나, 새로운 것들에 호기심이 넘치는 사람에게도 눈이 번쩍 뜨일 만한 곳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우리나라에 최초로 생긴 자동차디자인미술관이기 때문이다.
포마자동차디자인미술관은 자동차와 자연을 테마로 한다.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태양열로 온수를 데우며, 지하수를 순환시켜 안팎의 기온을 유지한다. 그리고 일단 주변부터가 온통 자연이다. 나무가 호위하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데스크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안내를 받으면 된다.
이곳의 특징 중 하나는 예약제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작품들을 눈으로 훑기만 해서는 그 의미와 역사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평일에 방문하면 박종서 관장에게 직접 해설을 들을 수도 있다. 작품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디자인 전반에 관한 지식을 함께 논할 수 있어 유익하다. 혹여나 ‘전문가의 영역이라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내려놓아도 된다. 전공자나 전문가부터 유치원 어린이까지 관람층이 폭넓기 때문에 눈높이에 딱 맞춘 해설을 진행한다. 관람 해설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되며, 입구부터 로비 전시장, 지하 전시장의 동선을 따라간다.

 

자동차와 자연 그리고 디자인의 조화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작품은 갑옷 이미지다. 13~14세기에 전쟁 때문에 생긴 갑옷이 화약 발명으로 쇠퇴하고, 당시 갑옷을 만들던 기술이 훗날 자동차 제작 테크닉의 모토가 되었기에 입구에 갑옷 작품을 두었다. 자동차의 아주 오랜 출발점을 의미하는, 근사한 인트로다.
본격적으로 로비 전시장에 들어서면 익숙한 자동차들이 눈에 들어온다. 한쪽 벽면에 추억의 자동차인 현대 포니자동차의 동판 아트워크가 걸려 있는데, 포니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키기 위해 동판을 망치로 두드려 부조 형태로 제작한 것이 특징이다. 청량감 있는 색과 깊이 있는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표면을 산으로 부식시켜 마감한 것 역시 눈여겨볼 부분이다.
점토로 만든 축소 모델과 실제 크기 점토 위에 정교하게 페인팅을 한 모델도 있다. 이는 실제 자동차를 제작할 때 거치는 과정으로, 전시된 작품은 지난해 출시된 스포티지 클레이 모델이다.
딱정벌레의 오묘한 색감에 영감을 받아 색을 입힌 자동차, 프로펠러의 모티브가 된 단풍나무 씨앗, 박종서 관장이 수십년 전에 수집한 딱정벌레와 나비 표본도 함께 전시되어 있어 자연에서 어떻게 아이디어가 도출되며, 또 어떤 방식으로 발전되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어지는 지하 메인 전시장은 훨씬 더 웅장하다. 바닥, 벽, 천장 가릴 것 없이 거대한 공간 곳곳에 작품들이 놓여 있다. 입구에서 계단을 내려가 전시장으로 가는 구조인데, 위에서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풍경이 압권이다. 이곳 역시 자연과 자동차, 자연과 디자인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작품을 통해 이야기한다. 자연에서 얻은 황금분할과 피보나치 수열의 비례를 설명하고자 앵무조개를 3D 스캔 후 확대해 제작한 작품, 나선구조 속에 3차원 곡면 흐름의 시작과 끝이 담긴 소라속뼈대 등은 자연 상태의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오감으로 흡수하는 디자인 미학
포마자동차디자인미술관의 모든 작품은 손으로 만질 수 있다. ‘만지지 마시오’가 기본인 기존의 미술관과는 다른 행보다. 오히려 촉감으로 곡면의 각도, 곡선의 아름다움, 소재의 특징을 느끼고 상상하라고 독려한다. 특히 인류가 만든 차 중에 가장 아름답다고 평가받는 ‘페라리 250 테스타로사’는 앞·뒤·옆 모든 부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958년에 자동차 장인 세르조 스칼리에티가 도면도 없이 오직 손과 눈의 감각으로 금속판을 두드려 만든 모델로, 박종서 관장이 직접 나무를 깎고 망치를 두드려 작품을 재현했다.
또한 1938년에 자동차 경주 밀레 밀리아에 출전하기 위해 설계된 ‘알파로메오 8c 2900B 밀레 밀리아 로드스터’는 유선형의 시대가 지닌 클래식 디자인 요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자동차의 긴 보닛 비례는 훗날 스포츠카의 독특한 비례를 표현하는 대명사로 발전한다. 오늘날 아우디의 물방울 모양 차체 디자인 모티브가 된 경주용 자동차, 일명 ‘히틀러-포르쉐’라 불리는 ‘아우토 우니온 D타입’도 인상적이다.
그 외에도 문과 창문 등 움직이는 파트가 조립되기 전 상태의 현대 쏘나타 BIW 모델, 우리나라 최초의 콘셉트카 모델로서 1992년 디트로이트 모터쇼 ‘올해의 콘셉트카’로 선정된 현대 HCD-1마스터 모델 등도 전시되어 있다.
찾아갈 이유는 충분하지만, 미술관으로 가는 길이 아직은 험난하다. 주변에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라 표지판을 따라 공사장 옆을 지나면 비포장도로가 나타나는데, ‘이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좁은 외길을 얼마간 올라가야 한다. 이 길은 주변공사가 끝난 이후에나 정비될 예정이니 보물찾기 하는 마음으로 길을 나서보자. 이 또한 색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TIP

자료실 지식을 탐독하자!

미술관 안쪽으로 들어가면 누군가의 근사한 서재를 옮겨다놓은 것 같은 공간이 있다. 바로 자료실이라 불리는 곳이다. 높은 책장에는 디자인, 음악, 미술, 사진 등 장르를 넘나드는 각종 책과 매거진이 가득하고, 무심한 듯 시크하게 예술품과 각종 오브제들이 놓여 있다. 관람객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편하게 책을 읽거나 쉬었다 가도 좋으니 주저하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 지식을 탐독하자.
관람시간 4~10월 10:00~19:00 / 11~3월 11:00~17:00
관람일 일반관람_ 금·토·일 / 예약관람_ 화·수·목
관람료 일반 성인 8,000원 / 65세 이상, 청소년, 미취학 어린이 5,000원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연휴
주소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향뫼로 91
문의 02-3158-4661

정은주 객원기자 사진 김성헌 객원사진기자​

조회수 : 1,443기사작성일 : 201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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