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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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사용설명서
형제의 난, 누가 후계자가 돼야 할까
형제관계·출생순서로 파악하는 CEO 유형

 

태어나자마자 엄마 젖을 처음 빠는 그 순간부터 어디선가 달려든 세 살배기 형한테 일단 맞고 시작해야 했던 기억, 없는가? 인간관계는 복잡·미묘하고 제 나름의 규칙과 예의를 갖췄지만, 형제관계만큼이나 복잡·미묘한 관계가 또 있을까. 심리학자 프랭크 설로웨이는 『타고 난 반항아』에서 유전이 물감과 캔버스라면 환경은 붓이라고 했다. 빼도 박도 못하는 강력한 붓, 출생 순서. 경영자의 성격과 자질도 출생 순서와 뿌리 깊은 관계가 있다.

출생 순서와 성격이 관련이 있다는 주장을 각인시킨 사람은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로 알려진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다. 그는 집단 내에서의 위치가 성격 형성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좀 더 엄밀히 말해 출생 순서에 따른 부모의 양육 태도나 행동이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이것이 출생순위 가설의 골자다.
인류 역사상 맏이는 항상 돋보였다. 왕위나 아버지 회사도 장남이 계승하는 게 원칙인 경우가 많고, 미국 아이비리그 신입생의 66%가 장남이었으며, 미국 『USA투데이』가 CEO 1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9%가 맏이였다고 한다. 또, 부모 유산을 공평하게 나눈다는 건 여전히 민법상에나 존재하는 얘기다.
산드라 블랙 UCLA대학 경제학과 교수가 노르웨이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가족 규모와 자녀들의 교육 성취도에 대해 실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맏이는 공부도 잘하고 커서 돈도 잘 벌지만 아래로 갈수록 학업성적이나 임금 수준이 맏이만큼은 되지 않더라고 발표했다. 여기서 가족 크기는 무관했다. 출생 순서에 따른 가족 내의 미묘한 역학관계가 그만큼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출생순위 가설은 둘째라서 차별받고 열등감에 휩싸였던 아들러의 경험을 이론화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지나 사회구성원 전체로 봤을 때 큰 연관이 없다는 연구결과도 2015년에 발표됐다. 핵가족 중심 가족환경에서는 더 이상 검증하기 어려운 주장도 있다. 아무려면 어떤가? 지금도 재벌가의 암투는 벌어지고 있고, 집집마다 크고 작은 형제간 난투극이 난무하며, 불편한 진실인 부모의 편애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수성의 리더, 맏이·외동 출신 CEO

단서 >>
이루기 힘든 연말 목표 실적, 직원들을 어르고 달래서 기필코 이루고야 만다.
​ 우월감을 느끼면서도 겸손해 보이고 싶어 한다.
​ 너무 신중한 의사결정, 우유부단하게 보일 때가 많다.
​ 누가 반대하든 끝내 의견이 일치하길 바라고, 기어이 그렇게 해야 마음이 편하다.
​ 뿌린 대로 거두는 게 정의라고 믿는다.
​ 다른 사람의 감정은 잘 살피면서 정작 자신의 감정에는 문외한이다.
​ 2, 3세 경영인, 아버지에 대한 라이벌의식이 탓일까. 맨날 새 체제, 새 사업을 구상하란다.
​ 인터뷰 기사에 존경하는 사람, 특히 부모에게 인정받는 것이 보람이라고 언급한다.
​ 은근히, 자부심이 하늘을 찌른다.

탐색 >> 부모 정성의 수혜자
둘째가 태어나면서 왕관을 뺏기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고 강한 발언권을 가졌기에, 세상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평온을 누린다. 세상은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해 사회적 체계와 규범에 긍정적이고 보수적이다. 성격 형성기인 아동기까지 동생에 비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어서 자신이 유능하다고 느끼고 우월감도 높다. 대신 스스로 의무감을 느끼고 인생을 계획적으로 설계, 노력하다 보니 책임감이 누구보다 강하다. 이 때문에 맏이 출신 CEO들은 직원들에게 부모 같은 느낌을 준다. 하나하나 챙기고 소외되는 사람이 없는지 살피지만, 원칙을 중시하며 강력한 CEO. 과거의 장자 원칙이 아니더라도, 근대 산업화 과정에선 지속성이 높은 장치 및 제조업이 주를 이뤘기에 맏이 창업자들에게 유리했다. 외동 CEO의 경우는 맏이, 막내 모두 되지만, 대체로 맏이와 비슷한 성향을 띤다. 둘째에 대한 경쟁의식이 없어 좀 더 너그럽고 자유로우며, 동생을 다뤄본 기회가 적어 조직 장악력이 약할 수 있다. 터울이 많은 맏이 CEO는 외동 성향을 띠기도 한다. 다만 외동과 터울 많은 맏이 CEO 중에는 유아독존형·경쟁회피형 CEO도 있으니 살필 것.

사용법 >>
잔머리 굴리는 것을 싫어한다. 본인 자체가 잔머리가 없다. 뿌린 대로 거두는게 정의라고 생각하고, 답답할 정도로 바른 생활로 살고 성실과 노력으로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따라서 그렇지 않은 직원과 사람에 대한 평가는 냉혹하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직원들을 따뜻하게 보살피고, 회사에 중차대한 일이 생길 때는 홀로 껴안고 해결하려는 습성이 있다. CEO는 본디 책임을 지는 자리인데, 맏이로서 형성된 책임감으로 똘똘 무장된 사람이다. 불안감, 자기보호가 강하고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라 철저히 준비하는 스타일이니 보조를 맞춰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다만 자신의 감정은 잘 모르고, 항상 남을 의식하고 바르며 인정받기를 원한다. 부드러운 듯해도 자존심이 강하고 권위의식이 있으니 항상 명심할 것!

 


도약의 리더, 중간 출신 CEO

단서 >>
또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등장했다. 당분간 죽었다.
​ 망해도 굶어 죽지 않고 어떻게든 재기할 것 같은 강한 기운이 느껴진다.
​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잘 안 챙기고 관심이 없다고 종종 투덜댄다.
​ 빙빙 에둘러 혼내는 법이 없지만 기분 나쁘지 않게 지적하는 재주가 있다.
​ 야망이 넘치고, 어떻게 뚫었는지 탁월한 인맥을 잘도 엮었다.
​ 죽여주는 칭찬도 못 하지만 험담은 더더욱 싫어한다.
​ 협상의 달인, 눈치가 빨라 내 생각과 감정을 절취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 자신의 성과를 대놓고 곧잘 자랑한다.

탐색 >> 운명적 야심가·승부사
맏이와 같은 관심도, 막내와 같은 사랑도 받지 못한 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존재감 없는 이들. 부모의 관심과 애정을 형제자매와 나눠야 하는 처지에서 그들의 삶은 투쟁이고 전쟁이었다. 그래서 경쟁심과 열등감이 높고, 맏이보다 빠른 시기에 말하고 걷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자신보다 앞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맏이와 손위 존재가 늘 거슬리고 질투 나며, 우선권과 결정권, 기득권을 첫째에게 근거 없이 빼앗긴 사회적 체계에 당연히 불만이 많고 반항적이다. 이것은 곧 개선과 혁신으로 연결되고 성과로 보여진다.
굴뚝사업이 주류를 이뤘던 과거와 달리 최근 변화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매년 새로운 시장이 창조되고 사라진다. 변화와 혁신의 시대에 빛을 발하는 중간 출신의 CEO들. 게다가 기업이 도약의 시기라면 더더욱 기회가 왔다.

사용법 >>
재계 1, 2위인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셋째, 현대자동차의 정몽구 회장은 둘째다. 이병철 회장은 슬하에 3남 5녀, 정주영 회장은 8남 1녀를 뒀는데, 최후의 후계자는 중간 태생이었다. 현재 삼성가에서 실적으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이도 첫째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아니라 중간인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이다. 손위 형제들을 삶의 모델로 하면서 이를 뛰어넘으려면 모험을 할 수밖에 없고 새로운 판을 짜야 승산이 있으니, 이들은 언제나 도전정신으로 무장 돼 있다. 이들을 모시고 있다면 애당초 편한 직장생활은 접는 게 좋다. 다만 이들은 자유롭고 눈치가 빨라 상대의 감정을 잘 읽고 쿨하니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편할 수 있다. 모험정신은 양날의 칼과 같아서 한때 잘나가던 대기업도 무리수로 덧없이 좌초되는 사례를 우리는 여럿 목격했다. ‘폭망’할 수 있다. 회사가 휘청거리고 청문회가 열리고 수많은 사람이 감옥에 갈지도 모르니 정세를 잘 파악할 것!

 


혁신의 리더, 막내 출신 CEO

단서 >>
​ ‘척’ 하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
​ 지시를 받거나 또는 지시를 내리는 상황을 불편해한다.
​ 누구를 만나든 격의 없고 나이가 많아도 은근슬쩍 반말을 섞는데, 예쁨을 받는다.
​ 보기엔 승부욕이 없는 줄 알았는데 발동이 걸리면 막을 수 없이 불타는 승부욕!
​ 상황이 어려워졌는데 해결할 생각은 안 하고 직원 탓, 거래처 탓만 한다.
​ 자유분방하고 거칠 것 없이 딱 부러진 의사결정!
 듣도 보도 못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구상하고 실행하고 있다.

탐색 >> ‘모’ 아니면 ‘도’
응석받이로 자라기 십상이지만, 첫째와 둘째를 능가하는 독립적이고 야망 있는 이상가 또는 혁명가가 될 자질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부모의 간섭이 줄면서 좀 더 활동적이고 자유로운 직업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막내. 맏이와 외동은 의사 혹은 변호사가 될 확률이 높은 반면, 막내는 예술가나 탐험가가 될 가능성이 높단다. 흔히 어머니는 첫째가 시험에 한 개만 틀려도 몸져눕지만, 막내는 학교 다니는 것만으로도 신통방통하다니 설득력 있는 얘기다. 막내들은 과잉보호(過剩保護)라는 굴레 없이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사업분야 역시 과거의 사고를 뒤엎는 예술, 첨단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본받을 형제, 자매라는 모델이 여럿 있고, 애정·관심을 나눠도 중간만큼 심리적 타격이 없어 구김 없고, 둘째 같은 야심이나 경쟁심도 없다. 그래서일까? 창의성이 돋보이는 언론·미디어, 예체능 관련 기업 수장에 막내가 유독 많은 게.

사용법 >>
어머니는 나이가 들수록 집안의 막내를 가장 친밀하게 느낀다는 보고가 있다. 세대차이로 인한 거리감이 있을 것이라는 직관과 어긋난 연구결과다. 그래서 인지 막내 태생 CEO들은 모임에서 언제나 분위기 메이커, 총무 역할을 수행한다. 당신이 막내 태생 CEO를 모시는 비서이거나 총무과 직원이라면 원치 않은 사장의 신변잡기 업무를 맡을 수 있다. 대체로 막내 태생 CEO는 권위의식이 없어 대하기가 편하다. 사회의 부조리에 쉽게 흥분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개혁의 화살이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평소의 모습을 보고 잘못 들이댔다가는 당황하는 일이 발생한다. 어려운 업무지시나 의견일치가 쉽지 않은 상황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어 직원 입장에서 힘들 수 있다. 또는 CEO임에도 불구하고 남 탓하는 철없는 모습을 보일 수 있으니, 부모 마음으로 부단히 부양해야 정신건강에 좋다.

최윤경 객원기자​

조회수 : 1,226기사작성일 : 201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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