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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상식력 고사
For rest
어떻게 쉴 것인가?

해마다 휴가철이 다가오면 직장인들은 깊은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어디를 갈까, 무엇을 할까, 어떻게 놀아야 잘 놀았다고 소문이 날까 등등. 휴가가 끝나면 이번에는 시시포스의 신화처럼 반복되는 허망함에 시달리지요. 아무리 길어도 아쉽기만 하고 쉴수록 더더욱 쉬고만 싶은 아이러니. 태생부터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인 우리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무엇이 나를 진정으로 휴식케 하는가를.

확대보기휴식중인 사람

Problem is
문제는 이렇다

어느덧 10년 차 직장인이 되었습니다. 입사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그간 일 배우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키우느라 정신없이 내달리다 보니 10년 세월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네요. 지난달에는 가족들과 필리핀 세부로 이른 휴가를 다녀왔어요. 출발 전에는 꿈만 같은 일주일을 보낼 거라 고대했지만, 정작 떠나보니 생각보다 시큰둥하더라고요. 요즘 업무도 지겹고 주말에는 그저 자고만 싶고, 월요병도 단단히 걸린 데다 알 수 없는 피로감에 휩싸여 괴로웠는데. 그 연장선상으로 휴가마저 지루하기만 했던 건 아닐까 회의감이 듭니다. 남들은 10년 차쯤 되면 슬슬 이직이나 미래를 준비한다던데 그럴 여력도 도통 생기질 않고, 이렇게 하루하루 나이만 먹으면서 살아도 되나 걱정만 커져갑니다. 이쯤 되면 저, ‘번아웃증후군’ 맞죠?
여행이고 뭐고 그저 눕고만 싶은 직장인 H

Solution is
이야기는 이렇다

제가 기억하는 최고의 휴가는 10여 년 전에 떠났던 베트남 여행입니다. 베트남을 따로 편애한다거나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요. ‘나는 어떻게 쉬어야 제대로 쉬었다고 느끼는가?’라는 난제에 해답을 얻은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도 당시 출발하는 비행기 안에서 단숨에 읽었던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민음사)가 떠오릅니다. 이 책이 어찌나 재미나던지, 기내식이 나온 줄도 모르고 독서 삼매경에 빠졌거든요. 희한한 게 땀까지 뻘뻘 흘리면서 책을 다 읽고 나니 그간 쌓였던 온갖 육체 피로와 스트레스, 걱정거리가 한 방에 사라지면서 어디 온천에라도 푹 담근 것마냥 개운한 겁니다. 그 다음부터는 뭘 먹어도 맛있고 어디를 가도 좋기만 하더라고요. 그 후로 여행 갈 때마다 신중하게 읽을 책의 목록을 고르는 습관이 생겼답니다. 가끔은 읽고 싶었던 책을 잔뜩 쌓아놓고 하나씩 독파하는 것으로 여름휴가를 대신하기도 합니다.
지인 중에 여행도 쇼핑도 운동도 취미가 없는 무미건조한(?) 인물이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출근길에 미소가 만발하고 스트레스 제로인 사람도 그이뿐입니다. 비결을 물으니 몇 년째 퇴근 후 소소한 야식을 만들어 먹는 재미에 빠져 산다고 합니다. 푹푹 찌는 8월에는 차가운 속재료를 듬뿍 넣은 샌드위치가 제격이라는 꿀팁도 전수해주더군요. 비록 몸매는 조금 통통해졌을지언정 야밤의 비밀스런 휴식 덕분인지 매일 활기차게 살아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사례자도 여행 갈 때 책을 챙기라거나 밤마다 야식을 만들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기에게 맞는 휴식법이 따로 있다는 겁니다. 이걸 빨리 찾아야 합니다. 어떤 일이든 상관없습니다. 다만 할 때는 마냥 즐겁고, 끝내고 나서는 ‘잘 쉬었다’는 만족감이 들어야 합니다. 윈스턴 처칠의 경우는 ‘낮잠’이 정답이었습니다. 그는 살벌한 2차 세계대전 중에도 빼먹지 않고 규칙적으로 낮잠을 즐겼다고 전해지지요. 빌 게이츠는 1주일간 외딴 오두막에 혼자 틀어박히는 것으로 휴식합니다. 업무환경의 특성상 스마트 기기가 없는 곳으로 피신해야 비로소 온전히 쉴 수 있을 거라는 짐작이 드네요. 일하는 것이 곧 휴식인 사람도 있습니다. 미국의 인기 연재만화 《딜버트(Dibert)》의 작가 스콧 애덤스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만화를 그렸다고 합니다. 그의 원래 직업은 통신업체 엔지니어였기 때문입니다. 만화를 그리는 게 취미이자 부업이었던 셈이죠. 매일 아침 출근 직전까지 급하게 그려대느라 그의 만화에는 배경화면이 없습니다. 후에 만화만 그려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형편이 되자, 이번에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일이 취미이자 놀이인 바람직한 케이스죠.

자기만의 휴식법을 찾아보라고 권하면 열에 아홉은 ‘질리도록 누워 있기’나 ‘소파와 합체하기’, ‘종일 TV 시청하기’는 안 되냐고 반문합니다. 워워, 조금 솔직해져 봅시다. 아마도 이 세 가지는 벌써 하고 있을 걸요? 게다가 이렇게 쉬고 나면 컨디션은 더욱 엉망이 되곤 하죠. 제대로 잘 쉬려면 그만큼 기술과 노력, 정성이 필요합니다. 포인트는 적극적으로 쉬고자 애써야 한다는 점이고요. 《일만 하지 않습니다》의 작가 알렉스 수정 김 방은 이를 ‘의도적 휴식’이라고 정의했는데요. 그는 가만히 쉬는 것은 절대로 만족스러운 휴식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진정한 휴식은 사람을 쉬게 하는 동시에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해주고, 나아가 창의력까지 끌어올려줘야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나 김연수, 김훈 등 작가들이 유독 마라톤이나 산악자전거 등 극한운동을 취미 삼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격렬한 운동을 하고 나면 신체의 각 부위가 능력의 한계치에 다다르는데, 이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이전에는 맛보지 못했던 강력한 에너지가 샘솟고 급기야 사고능력까지 왕성해집니다. 항상 의자에 앉아 정적으로 글을 써야 하는 작가들에게 이런 활동적인 휴식이야말로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창작의 원동력이 되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인 겁니다.
그렇다면 처칠의 낮잠은 잘못된 선택이었을까요? ‘누워 있기’나 ‘TV 시청’보다는 차라리 잠을 청하는 쪽이 훨씬 능동적으로 쉬는 거랍니다. 자는 동안에도 우리 뇌는 쉬지 않거든요. 오히려 기억을 합성하고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면서 당면한 문제들을 점검하느라 바쁠 지경입니다. 짧게라도 자고 나면 피로가 풀리고 고민거리가 스르륵 해결됐던 경험, 누구라도 한 번쯤은 있을 테지요.

사연을 보니 알 수 없는 피로감에 휩싸여 매사에 의욕이 생기질 않는다고 쓰셨네요. 이쯤 되면 몸의 피로는 물론이고 뇌의 피로도 의심해봐야 합니다. 흔히 휴식은 몸만 쉬는 것이라고 착각하기 쉬운데, 뇌가 피로하면 자연히 몸도 피로해지고 일의 성과도 저하되며, 최악의 경우 마음의 병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지친 뇌는 어떻게 쉬어야 하냐고요? 지금 당장 햇볕을 쬐러 나가세요. 가까운 공원이나 산으로 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늘 다니던 길은 피하세요. 익숙한 음식, 편안한 옷은 잠시 두고 낯선 음식, 불편해도 멋진 옷을 선택하세요. 시간과 예산이 허락하는 내에서 해보고 싶었던 일에 도전하세요. 동호회에 가입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세요. 당장 뭐라도 시작해보세요. 되도록 많이 걷고 크게 웃고, 재미있게 노세요. 사실, 10년 차 베테랑 직장인이라면 응당 10년 차 휴가의 달인도 되어 있어야 합니다.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 한다는 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입니다. 일 더하기 일은 과로고요, 일 다음엔 쉼이 답이랍니다.

Plus++
참견에 참견을 더하자면

‘일잘러’가 쉬는 법
01 진지하게 쉰다. 일할 때는 계획도 세우고 회의도 하면서 쉴 때는 왜 그냥 쉬나? 일 잘하는 사람은 놀 때도 계획을 세워가며 열심히 논다.
02 스마트폰은 잠시 안녕.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동안은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없다는 사실.
03 일과 휴식은 한 쌍. 강도 높게 일하고 제대로 쉬기를 무한반복한다. 피로가 쌓일 틈이 없다.
04 아침 일찍 일어난다. 놀 시간이 부족하면 새벽에라도 놀아야 하므로.
05 퇴근 후에는 일과 단절하기. 쉬는 곳과 일하는 곳을 철저히 분리한다.
06 운동을 한다. 오래오래 놀려면 체력은 필수.
07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잘 자야 피로도 해소된다.

박성연 참견 전문기자
참고도서 《일만 하지 않습니다》(한국경제신문), 《휴식의 철학》(책 읽는 귀족), 《하루 10분의 기적》(가디언)

조회수 : 1,582기사작성일 : 2019-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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