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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사람을 읽다
영국 문학사에 획을 그은 목사의 세 딸들
브론테가의 세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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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제인에어』는 출간 당시부터 화제가 된 작품이다. 지금으로부터 171년 전인 1847년, 이 작품은 등장하자마자 영국 사회를 뒤흔들어놓는다. 그 이전까지는 없었던 페미니즘 성향이 강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빅토리아 여왕은 이 작품을 읽고 느낀 바가 있어 여성해방운동의 상징물인 여성용 속바지를 만들라고 명령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무명의 서른한 살 노처녀였던 샬롯 브론테(Charlotte Brontë)를 한순간에 유명작가로 만들어낸 이 작품 속엔 무슨 내용이 들어 있었던 것일까?

빅토리아 여왕의 마음을 흔든 『제인에어』
19세기 초 영국은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였다. 여성의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남성에 의해 결정되고, 여성은 가정과 남성에 헌신함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찾던 시대였다. 『제인에어』는 고아로 외롭게 자란 소녀가 당당한 여성으로 독립적인 삶을 살기까지의 시련과 극복의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이다. 주인공 제인은 그 시절의 여성상을 거부한다. 스스로를 당당하게 자신의 주인이라고 말한다. 여성의 희생과 순종만을 강요하는 사회에 살면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이 받는 부당한 대우에 분노하고 저항하며 능동적으로 꿋꿋하게 살아나간다. 열정과 독립적인 존재로 거듭나고자 하는 제인의 자각의 과정은 예나 지금이나 수많은 독자들이 『제인에어』를 읽고 공감하는 이유다.
이 작품은 현실적인 조건이나 개인적인 자질이 그 시대 여성상과는 동떨어진 한 여성의 성장을 통해 당대 여성의 삶 전반, 즉 교육이나 고용, 사랑, 결혼 등의 가치관에 의문을 던졌다. 작가는 당당한 여성으로서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한 주인공 제인을 통해 시련과 극복, 사랑의 성취 과정을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그려냈다. 당시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의식하던 독자들은 주인공 제인의 이 같은 개성과 열정, 생각과 감정에 공감하며 자신에 대한 자각을 일깨웠을 것이다.
책은 출간한 지 두 달 만에 2쇄를 찍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이와 함께 영국인들을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다. 초판을 출간할 때 샬롯 브론테는 자신의 본명을 사용하지 않고 ‘커러 벨(Currer Bell)’이라는 중성적인 필명을 사용했다.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영국 사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작품이 여성에 의해 쓰인 것으로 알려지면 그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염려를 한 까닭이었다. 하지만 책이 인기를 끌면서 용기를 얻은 샬롯은 자신의 본명을 당당하게 밝혔다. 작가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는 영국 문학계에 크나큰 센세이션을 일으킨 여류작가가 됐다.
명작의 탄생은 저자의 삶과 그를 둘러싼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사람들은 샬롯 브론테를 말할 때 단지 『제인에어』와 작가 그 자신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폭풍의 언덕』의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ë)와 『애그니스 그레이』의 저자 앤 브론테(Anne Brontë)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이들 셋은 친자매였고, 함께 문학을 사랑했으며, 영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금자탑을 세운 인물들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 집안에서, 그것도 세 자매가 동시대의 작가로 활동했다는 것 자체는 물론이고, 이들이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가 된 작품들을 남겼다는 것은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드문 사례다.

‘폭풍의 언덕’ 같았던 자매들의 불운하고 짧은 삶
1823년경 성공회 목사인 패트릭 브론테와 그의 아내 마리아 브란웰 브론테는 다섯 명의 딸과 아들 한 명, 총 여섯 명의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잉글랜드 북부 요크셔 하워스에 자리를 잡는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목사관에서 성장한다. 척박한 산악지대의 시골 마을은 황량하기 그지없었지만 다섯 명의 자매들은 언덕과 바람, 물 등의 자연 속에서 맘껏 뛰어놀면서 유년기를 보낸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서로 친구처럼 어울려 성장하지만 그들이 처한 환경은 슬픔과 가난의 반복이었다.
목사의 아내 브란웰 브론테는 하워스 목사관으로 온 지 1년 만에 세상을 떠나고, 아이들은 다행히도 독신이었던 이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하게 된다. 자매들에게 불행은 다시 다가온다. 셋째 딸로 태어난 샬롯 브론테는 동생 에밀리와 함께 학교에 다닐 나이가 되자, 두 언니가 생활하는 코완 브리지의 기숙학교에 들어간다. 하지만 당시 전염병이 유행하면서 두 언니가 죽게 되고, 이로 이해 1년 만에 샬롯과 에밀리는 집으로 돌아온다. 엄마에 이어 두 언니를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샬롯 브론테는 어린 나이였지만 책임감을 갖고 두 여동생과 남동생을 돌보며 함께 성장한다. 학교에도 갈 수 없었던 어린 시절, 거친 들과 언덕으로 이루어진 마을이지만 이곳은 브론테 남매들의 영원한 안식처이자 문학적 토양이 되었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낳은 배경이 되어준 곳이기도 하다.
샬롯, 에밀리, 앤 세 자매는 아버지가 사다주는 교재로 공부를 하면서 지식을 쌓는다. 공교롭게도 그들은 하나같이 어린 시절부터 문학으로 성공하는 것을 꿈꾸었다. 10대 초반에 자신의 상상이나 공상을 이야기로 풀어내 산문과 시로 엮을 정도였다. 여기에는 문학에 조예가 깊은 아버지의 영향이 적잖게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세 자매는 시집인 『시』를 자비로 공동 출판하기도 했는데, 이 시집은 단 2부가 팔렸을 만큼 빛을 보지 못했다. 이어서 자매들은 저마다 소설을 썼는데, 에밀리는 『폭풍의 언덕』을, 앤은 『애그니스 그레이』, 그리고 샬롯은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한 「교수」에 이어 『제인에어』를 집필했다.
『제인에어』는 출판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를 계기로 힘을 얻은 샬롯은 러다이트 운동을 다룬 『셜리』와 독신 여성의 분열된 내면심리를 다룬 『빌레트』를 출판했다. 이와는 달리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은 1947년 출간 당시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후대로 오면서 이 작품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에밀리는 시에 재능이 뛰어났으나 공동 시집이 별다른 반응이 없자 소설 창작에 매진했고, 샬롯은 『제인에어』로 얻은 명성을 업고 활발한 작품 활동을 했다. 두 언니에 비해 문학적 역량이 낮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앤 역시 작품 활동에 열정을 쏟았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것은, 이들 세 자매들은 엄마, 언니들, 남동생 에이어와 마찬가지로 이른 나이에 세상과 작별했다는 점이다. 에밀리는 폐결핵에 걸려 서른 살에 짧은 생애를 마치고, 막내 앤 역시 스물아홉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그나마 샬롯 브론테는 뒤늦게 결혼도 하고 서른아홉 살까지 살았다. 물론 임신한 상태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자체가 유명 여류작가이기 이전에 한 여인으로서의 그녀를 안타까워하게 만든다.

박창수 전문기자

조회수 : 1,772기사작성일 : 2018-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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